상단여백
HOME 직접판매 특집
무형 상품은 다단계판매가 안될까  방판법상 160만원 가격 제한만 있을 뿐 취급 상품에 대한 제한은 없어
  • 김미림 기자
  • 승인 2018.10.02 16:20
  • 댓글 0


제품만 팔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는 재화의 중심이 유형에서 무형으로, 산업의 중심이 제조에서 서비스로 이전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유통업계에서는 그 채널에 관계없이 보험이나 렌탈, 여행 등 무형상품들을 판매하며 고무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지만 다단계판매 업계는 여전히 유형 재화 패러다임 하에 운영되고 있다. 다단계판매 업계에서는 무형상품을 판매할 수 없는 것일까 아니면 하지 못하는 것일까. 시장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절실한 제품의 다양화 측면에서 이를 접근해봤다. 

제품만 팔던 시대는 끝났다
유통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기술의 발달과 SNS 활성화 등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소비와 소유의 개념이 바뀌고 있는 것. 예전에는 오로지 ‘갖기’ 위해 돈을 지불했다면 이제는 많은 소비자들이 ‘경험’이라는 가치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소비를 하고 있다. 

즉 일상용품부터 옷, 차 그리고 이를 넘어선 공간 등을 빌려 쓰고 심지어 시간과 체험까지 상품화해 사고파는 시대가 된 것이다. 결국 소비자들이 지갑을 여는 건 이제 ‘제품’이 아닌 ‘무형의 서비스’인 셈이다. 

현재 많은 유통업체들은 무형의 서비스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특히 홈쇼핑 업계는 올 상반기 전반적인 소비경기 부진에도 불구하고 렌탈, 보험, 여행 등과 같은 무형상품 판매로 매출 호조를 이뤄냈다. 이러한 무형상품들이 소비 트렌드와 맞아떨어지면서 매출이 눈에 띄게 상승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난 2~3년 동안 유통업계에 나타났던 성장 한계를 홈쇼핑이 여행이나 렌탈과 같은 무형상품을 새로운 상품 트렌드로 만들어 극복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라며 “당분간 무형상품이 홈쇼핑 성장에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단계판매 업계에서는 이러한 무형상품을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 국내 다단계판매 업계는 정체기에 빠져 녹록치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다단계판매 업체 수와 판매원 수는 전년 대비 증가한 반면 시장 전체의 매출액과 후원수당 지급 총액이 감소한 것이다. 이러한 정체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소비저변 확대와 제품군의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업계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무형상품이 이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업계에서도 무형상품을 취급하고 있지만 MVNO(알뜰폰) 요금제 등 통신서비스나 인터넷 강의 상품 등에 국한돼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요즘 소비트렌드에 부합하는 여행이나 문화공연 티켓 등의 상품을 판매한다면 업계 성장에 활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원칙적으로 취급 제품 제한 없다’

하지만 현재 여행 상품을 취급하는 업체는 단 한 곳도 없다. 몇 해 전 여행 상품을 기반으로 하는 W사의 불법 행위가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다단계판매로 판매할 수 없는 종목에 ‘여행’이 포함된 것 같은 양상을 띠고 있다. 국내에서는 유형 상품만 취급하게 돼 있는데 무형상품인 여행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조합 가입이 불허됐다는 것이다. 

이 말대로라면 국내에서는 다단계판매로 판매할 수 있는 품목이 정해져 있다는 것인데 과연 그럴까. 이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그렇지 않다’고 전했다. 유형상품(재화) 또는 무형상품(용역)인지에 관계없이 다단계판매 회사가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의 종류를 원칙적으로 제한하지 않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 제2조 5항을 보면 ‘다단계판매는 다단계판매조직을 통해 재화와 용역을 판매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다만 동법 제22조 제1항 제9호 및 시행령 제30조에 의거해 다단계판매 회사가 판매할 수 있는 재화 또는 용역의 가격을 160만원(부가가치세 포함)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을 뿐이다. 

직접판매공제조합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와 마찬가지로 여행 상품에 대한 취급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여행 등의 무형상품도 방문판매법과 조합 내의 공제규정 기준에 부합하면 취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조합 측은 통상적인 소비성 재화와 서비스의 범위를 벗어나 사실상의 금전거래 행위로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취급 제한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W사의 경우도 여행 상품을 다뤄서라기보다 불법적인 영업활동이 문제가 된 사례이다. 이 업체는 당시 공제조합에 등록하지 않은 채 영업활동을 이어갔고 1만원 상당의 가입비와 연 5만원을 초과하는 회비를 받을 수 없다는 규정도 어겼었다. 또한 현행법상 판매원에게 지급되는 수당은 매출액의 35% 이내로 책정해야 하지만 W사는 매출액의 65%를 회원들에게 돌려주는 등 전형적인 피라미드 방식의 영업 형태를 취했던 것. 

결국 다단계판매는 재화와 용역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여행 상품도 이에 해당하기 때문에 가격이 160만원만 넘지 않는다면 다단계판매 상품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된다. 

안정보다 도전이 필요하다 
외국의 경우에는 이러한 무형상품이 이미 제품군에 포함돼 있고 적지 않은 판매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직접판매산업협회에 따르면 다단계판매의 종주국인 미국의 경우 보험을 포함한 금융서비스와 장거리 전화, 인터넷, 에너지(가스, 전기 등), 법률서비스, 여행, 공동구매 등 다양한 무형 서비스가 직접판매로 거래되고 있다. 이러한 서비스 분야는 지난해 77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 전체 매출액의 22%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직접판매를 통해 가장 많이 판매되는 제품군인 건강기능식품 비중이 33.8%를 차지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비중이라 할 수 있다.  

특히 여행 상품을 기반으로 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부상한 기업들도 생겨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월드벤쳐스(WorldVentures)와 써지365(Surge365), YTB인터내셔널(YTB International) 등이다. 

국내 업계도 여행 상품 도입을 통해 정체된 분위기를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인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워라벨(일과 여가의 균형)’ 문화가 확산되면서 국내는 물론 해외여행객들이 급증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내국인 해외여행객은 2650만명으로 전년 대비 18.4% 성장했다. 뿐만 아니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18년 8월 항공운송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8월 항공여객은 전년 동월 대비 6.1% 증가한 1058만명으로 역대 최고실적을 기록했다.

시장이 성장 정체기에 접어든 현재, 급변하는 소비 트렌드에 맞는 제품군을 도입하는 등의 노력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해 시장 파이를 넓혀야 한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현행 방문판매법에 따르면 증권이나 주식, 예금, 채권 등 금융상품은 다단계판매로 판매할 수 없다. 이처럼 외국과 비교했을 때 국내 실정상 어쩔 수 없는 부분들이 존재한다”면서 “하지만 여행이나 공동구매 등의 무형 서비스는 소비자들에게 가격과 품질, 편의성, 신뢰도 등의 면에서 일반거래와 비교해 비교우위를 제공한다면 다단계판매의 여행 상품 판매가 충분한 승산이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반해 직접판매공제조합은 무형상품 취급 여부보다 서비스공급이행과 청약철회 등을 비롯한 소비자보호가 가능한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무형상품은 주식, 보험 등의 금융상품과 업무의 대행, 법률 자문, 물품의 배달과 같이 편의를 제공하는 용역 등 그 범위가 다양하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가능유무를 정하기 어려움이 뒤따르고 공급업자의 공급능력 등을 감안할 때 재화 거래를 가장한 사실상의 금전거래행위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접판매공제조합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통신서비스나 렌탈 등은 이미 시장에서 널리 유통되고 있고 소비자의 선택에 있어 경쟁력이 되는 제품군을 확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며 “하지만 상품권은 사행적으로 유통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해 이미 방문판매법에서도 규제의 수준을 높이고 있다. 여행 상품 등 무형상품의 경우도 이와 같은 문제점이 발생될 가능성이 있고 객관적 가치 측정이나 서비스의 공급의 불확실성으로 인한 소비자피해도 동시에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한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피해가 발생할 것을 우려해 무조건 금지하는 것은 옳지 않은 처사”라고 강하게 피력했다. 소비자를 보호하려는 시도가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권리를 해치거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소비자보호의 핵심은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시장에서의 경쟁을 통해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보장하는데 있다”면서 “무조건 안된다는 것보다 청약철회 및 소비자피해보상과 관련해 무형 서비스의 특성을 반영한 법과 제도를 보완하는 등의 방식으로 시대의 변화와 트렌드에 따른 새로운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미림 기자  nexteconomy@nexteconomy.co.kr

<저작권자 © NEXT ECONOMY,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미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최신기사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