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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여름과 초가을을 걷다 청주 산책
  • 글· 사진_ 여행작가 임수아
  • 승인 2018.09.02 0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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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불꼬불 가파른 골목길. 젊은이들은 보란 듯이 단숨에 뜀박질 하듯 오른다. 등 굽고 나이든 어르신들은 몇 발자국 걷더니 이내 주저앉아 쉬어 간다. 수십 년을 이곳에 살았건만 힘들고 숨차기는 매한가지다. 피란민이 모여 살던 수암골과 오랜 세월 말없이 청주를 지켜온 상당산성까지 늦여름과 초가을에 걷기 좋은 청주를 소개한다.

아기자기한 벽화마을 산책
청주는 예로부터 백제·고구려·신라가 호시탐탐 노리던 한반도의 중원이었다. 교통이 편리해 삼남지방에서 생산한 수많은 산물들이 청주를 거쳐 한양으로 운송됐다. 수백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편리한 교통 덕분에 당일치기 여행지로 권할만하다. 

청주IC로 진입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눈이 휘둥그레지는 풍경을 맞이한다. 플라타너스 나뭇잎들이 하늘을 가릴 만큼 울창한 플라타너스 가로수길이다. 요즘 같은 시기에는 녹음이 짙어 초록터널을 지나는듯하다. 이색적인 풍광 덕분에 지난 1990년대 안방극장을 천하 통일했던 드라마 <모래시계>의 한 장면이 촬영됐었다. 

 

플라타너스 가로수길을 지나 청주 시내를 가로질러 수암골벽화마을에 이른다. 흔히 수암골이라 부르는 이곳은 청주시 상당구에 자라한 달동네다. 마을은 354m의 나지막한 우암산 비탈에 조성돼 있다. 산을 일궈 조성한 마을이라 좁고 가파른 골목길이 이어진다. 6.25전쟁 이후 피란민들이 하나둘씩 모여 살기 시작했고 산업화 이후에는 도심에서 밀려난 가난한 사람들이 정착해 살았다.

그렇게 도심의 어두운 그림자처럼 잊힌 작은 마을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지난 2007년 청주의 예술단체들이 ‘추억의 골목여행’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벽화를 그린 것이다. 칙칙하고 암울해 보였던 마을에 익살스럽고 해학적인 표정의 벽화가 그려지면서 마을이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수암골벽화마을이 본격적으로 유명해진 데는 소지섭, 신현준이 주연한 드라마 <카인과 아벨>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부터다. 이후 국민드라마의 반열에 오른 <제빵왕 김탁구>를 촬영한 이후에는 주말은 물론이고 평일에도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골목골목을 누비고 다닌다. 특히 젊은 연인들이 많다. 

수암골은 1시간이면 충분히 돌아볼 수 있다. 하지만 밀린 숙제하듯 빨리 해치우는 게 여행이 아닌 법. 천천히 골목을 거닐며 벽화도 감상하고 인생사진도 찍어보자. 수암골에는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 동상이 있다. 소지섭, 지진희, 구혜선의 팬이라면 필수코스로 챙겨야 할 포토존이다. <영광의 재인>을 촬영했던 영광이네 분식과 <제빵왕 김탁구>를 촬영했던 팔봉제과점도 그곳 중에 한 곳이다. 청주 시내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도 잊지 말자. 수암골이 운암산 자락에 위치해 조망이 좋다. 늦여름의 뙤약볕을 피하고 싶다면 전망 좋은 카페를 찾아보자. 커피와 팥빙수, 맥주와 간단한 식사를 할 수 있는 곳들이 여럿 있다. 

청주의 수호성 상당산성 옛길 한바퀴


상당산성은 삼국시대부터 청주의 수호성이었다. 상당산성이란 이름은 백제의 상당현에서 유래했다. 상당산의 계곡과 분지를 감싸는 듯한 산당산성은 임진왜란 중인 선조 29년(1596)에 수리한 이후 숙종 42년(1716)에 이르러 석성으로 다시 쌓았다. 

산성을 한바퀴 돌아보려면 산당산성의 정문격인 남문에서 출발한다. 일반적으로 성문 바깥쪽에 옹성이나 적대를 쌓아 성문을 보호하기 마련이지만 상당산성은 예외다. 대신 남문의 위치가 높아서 적군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다. 그래서 굳이 옹성이나 적대가 필요하지 않았으리라. 대신 치성(성벽의 바깥으로 덧붙여서 쌓은 성곽)을 설치해 적이 접근하는 것을 좀 더 일찍 관측하고 싸울 수 있도록 했다. 남문을 지나 서문으로 향하는 길은 경사가 가파르다. 그런 만큼 탁 트인 전망이 발아래 펼쳐져 걷는 재미가 있다.

서문에 이르면 미호문(?虎門)이라 쓰인 현판을 챙겨보자. 활로 호랑이를 잡는다는 뜻으로 성을 지키는 군졸들의 기상이 느껴진다. 동문으로 가는 길은 아직 복원이 덜 돼 무너진 옛 성곽을 걷는 기분이다. 동문 현판에는 진동문(鎭東門)이라 적혔다. 외적을 진압하려는 굳센 의지가 느껴진다. 2.5㎞구간을 걷고 난 뒤 성문을 내려서면 잔잔한 호수가 잇댄다. 옴팍한 성안에는 먹거리가 풍성하다. 성곽을 한 바퀴 돌아보고 나서 늦은 점심을 먹기에 그만이다. 

여행정보  
가는 방법 :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청주까지 오전 5시40분부터 심야 12시까지 15분 간격으로 수시운행. 청주고속버스터미널 앞에서 516번, 511번, 105번 승차 후 우암초등학교 앞 정류장에서 하차, 도보 10분 이내. 
맛집 :
상당집(043-252-3291)은 청주사람들에게 소문난 맛집이다. 워낙 손님이 많아 합석은 기본. 100% 콩으로 만든 두부와 비지장, 청국장이 인기다. 셀프로 제공되는 손두부는 몇 번을 먹어도 눈치 주는 일이 없다. 막걸리 안주로는 묵과 파전이 좋다. 
문의 :
청주시 문화관광과 043-201-2042~4, 상당산성 문의 043-201-0202 

글· 사진_ 여행작가 임수아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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