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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직격탄 맞은 ‘편의점’
  • 김정우 기자
  • 승인 2018.08.3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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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일요일 오전, 고양시 성사동 작은 번화가의 A편의점. 아르바이트 직원인 김모씨가 혼자 매장을 지키고 있다. 김씨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시간당 급여가 올라간 것에 대해 만족했다. 이 곳에서 벌써 1년 넘게 일하고 있다는 그는 “주말에만 근무를 하고 있다. 잘 아는 분이 사장님이신데 1.5배로 수당을 준다. 내년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주당 8만원 넘게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배우고 있는 게 있는 데 한 달 학원비는 충분히 된다”고 말했다. 

사례 2 고양시 주교동 주택가에 있는 B편의점은 50대 중반의 부부가 오전과 오후로 맞교대를 하며 운영한다. 이곳에 자리를 잡은 지 2년이 조금 지났다. 아르바이트 학생 한명을 써서 밤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는 일을 맡기고 있다. 장사가 좀 되느냐는 물음에 점주는 “(폭염에) 파라솔 효과를 좀 봤다”며 “큰 아이가 학교를 마칠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곳 점주는 가맹점 본부에 ‘심야시간 미영업 신청’을 해 놓았다.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아르바이트 학생의 인건비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심야영업을 피하면 부부 간 맞교대로 일을 하면서 버텨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본부의 허가가 떨어지면 오전 0시에서 6시까지는 문을 닫을 수 있다.

 


7530원. 올해 대한민국의 시간당 최저임금이다. 지난해에 비해 16.4% 올랐다. 8350원. 내년도에 적용될 최저임금이다. 올해 대비 10.9%가 인상된 금액이다.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에 편의점이 직격탄을 맞았다. 최저임금에 준하는 시급을 받는 고용자가 많아서다. 증권시장에서도 민감하게 반응했다. 편의점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편의점은 정점을 찍은 것일까. 아니면 껍데기를 벗고 진화하는 것일까. 

최저임금 인상이 편의점 산업의 밑바닥을 드러내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 변화의 파고가 점주들과 가맹본부 간의 근본적인 상생방법 마련까지를 넘나들 수 있을지 살펴봤다. 

최근 몇 년 사이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던 편의점 업계가 일대 지각변동을 마주하고 있다. 최저임금 상승이 기폭제가 됐다. 편의점은 대부분 24시간 운영해야 하기 때문에 그만큼 인건비가 더 들어간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인건비 부담이 더 커지는 구조이다. 최저임금 상승으로 아르바이트 직원들의 임금을 올려 줘야 하는 편의점 점주들의 고민은 심각하다. 아르바이트생보다 소득이 적은 사장이라는 자조가 커졌다. 이는 점주들이 편의점 사업 구조 전반에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까지 만들었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에 따르면 2018년 현재 편의점 점주들의 1인당 월 소득은 200만원 초반이거나 100만원대 후반에 머무르고 있다. 

성인제 협회 공동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10시간을 근무 기준으로 한다”며 “아르바이트생들이 10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했을 때 가져가는 건 175만원 정도”라고 전했다. 

문제는 내년이 되면 점주들과 아르바이트생의 임금구조가 역전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협회는 2019년도에 최저임금이 예정대로 인상되면 같은 조건에서 점주들은 170만원 수준의 월 소득을 가져가는 데 비해 아르바이트생들은 193만원 정도로 역전되는 현상이 발생된다고 봤다. 주목할 것은 업계 안팎에서 역전현상의 원인을 최저임금의 상승에서만 찾지 않고 편의점 공급 초과에서도 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편의점 과다 출점이 점주들의 소득 발목을 잡은 것으로 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분명히 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최근 원내대책회의에서 “편의점 점주들의 어려움은 최저임금 인상보다 편의점의 지나친 출정 과다 경쟁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실로 편의점은 자고 일어나면 하나씩 생겼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의 집계를 보면 지난해 편의점 수는 3만6823개(3만9200개)로 전년보다 12.9% 늘었다. 지난 2013, 2014년에는 매년 5% 이하 성장을 했지만 2015년부터 점포 수는 매년 10% 이상 늘고 있다. 편의점 1위인 CU의 점포수는 1만2503개로 전년(1만857개)보다 15% 늘었다. GS25는 1만2429개로 16% 증가했다. 대한민국 국민 1300여명 당 편의점이 하나 이상 있다. 

혼자 사는 가구가 증가하고 이들은 굳이 마트를 가지 않고 생활에 필요한 상품들을 집근처의 편의점에서 간단히 구매한다. 한 끼 식사를 편의점에서 해결하는 것은 기본이다. 수요가 늘었고, 편의점의 수는 계속 증가했다. 

자고나면 생기는 편의점
많은 이들이 편의점을 열었다. 통계청은 지난해 편의점의 3년간 생존율이 85%에 달했다고 밝혔다. 카페나 PC방의 폐점율이 70%에 육박하는 것과 비교하면 ‘해볼 만한 소자본 창업’이다. 편의점 창업에는 남녀노소의 구분이 없다. 마땅한 자영업이 없어서 창업의 한 방편으로 편의점에 뛰어드는 이들도 많다. 최소 5000여만원이면 편의점 한 곳을 열수 있다. 웬만한 식당을 개업하려고 해도 억 단위의 자본금이 필요하다고 보면 편의점의 창업비용은 매력적이다.

BGF리테일·GS리테일·코리아세븐 등 편의점 빅3 가맹본부는 가맹점주를 대신해 입주 건물을 알아봐 주기도 하고 임대료도 내주고 인테리어를 해주기도 한다. 상권분석까지 더해주니 창업이 한결 손쉽다. 또 편의점 본사는 가맹점의 매출이익금을 나눠 수익을 낸다. 그래서 신규 점포를 개점할 경우 다른 프랜차이즈 가맹점과 똑같이 임대 보증료와 임대료, 가맹비(상품준비금)를 가맹점주가 부담한다. 여기에 커피머신과 같은 집기 등도 편의점 본사가 비용을 부담한다. 편의점 창업 초기 비용이 적게 드는 배경이다.

물론 이처럼 가맹본부의 지원이 많이 들어가게 되면 가맹점주는 벌어들이는 매출총이익(공급 상품 원가를 제외한 매출액)을 가맹본부와 절반씩 나눠가져야 한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본사가 매월 가지고 가는 이익금에는 인테리어, 집기 비용은 물론 인건비, 점포 전기료 지원과 같은 장려금 등이 다 포함돼 있다”며 “매월 점포 매출이익금에서 본사와 점주와 나눠 갖는다”고 말했다. 

절반의 수익에서 아르바이트 비용이나 공과금 등을 제외하고 나면 가맹점주는 자신의 인건비 정도의 수입을 건질 수 있다. 그런데 쉽게 생긴 편의점이 길 하나 건너면 서너 개 있을 정도로 늘면서 경쟁이 심해졌다. 매출이 떨어졌다. 편의점 점주가 월 200여만원 수입도 올리지 못하는 현상의 시작이다. 또 다른 비밀도 있다. 편의점 점주들이 노력해서 매출을 올려도 본사보다는 수익률이 악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의 문제다. 편의점의 회계 방식에 힌트가 있다. 국내 편의점 본사에서는 회계를 영업비밀로 분류해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한국과 유사한 일본의 편의점 회계 방식을 보면 짐작은 가능하다. 

사카이 다카노리 ‘일본 편의점 가맹점 유니온’ 집행위원장이 한 매체에서 내놓은 설명이다. 

“100엔짜리 빵이 10개 있다고 해보자. 원가가 70엔이라면 매입가는 700엔이다. 8개 팔렸다면 800엔에서 700엔을 빼니 100엔 이익이 남는다. 일반적인 회계에서 본사가 로열티를 60%, 가맹점이 40%를 받는다면 본사가 60엔, 가맹점이 40엔을 받을 것이다. 그런데 편의점 회계로는 8개밖에 팔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8개만큼의 원가밖에 인정받지 못한다. 팔린 건 800엔이고 매입가는 560엔(70엔×8개)밖에 인정받지 못한다. 그러면 매상 총이익이라고 불리는 기초 숫자가 (800엔에서 560엔을 뺀) 240엔이 된다. 그중 본사가 60%, 가맹점이 40%를 가지면 본사는 144엔 이익이 나고 가맹점은 96엔 이익이 난다. 그런데 가맹점은 (남은) 2개분을 자기 경비로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된다. 96엔에서 140엔(70엔×2개)을 빼니 44엔 적자가 된다. 매입가만 말했지만 영업비 안에는 물론 인건비 그리고 도시락 먹을 때 쓰는 젓가락이라든가 상품을 넣을 봉투, 빨대 등의 돈도 포함된다. 전부 가맹점이 지불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 일본의 편의점 회계다.”

이 같은 설명을 들으면 본사는 개별 편의점보다 수익률이 높은 이유가 납득이 간다. 편의점이 늘어날수록 본사는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인 것인데 구조적인 해법 마련에 점주들의 관심이 쏠린다. ‘한집 건너 한집 편의점 개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편의점 간 근접 출점 제한 논의가 제안 된 것은 문제의식의 반영이다. 협회는 최근 근접 출점을 자제하는 내용의 자율규약안을 제정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심사를 요청했다. 

근접출점 자제 ‘될까’
동일 브랜드는 250m 내 출점 제한을 받지만 경쟁 브랜드의 출점은 제한이 없다. 지난 1994년 편의점 업체들은 ‘기존점과 80m 이내에는 신규 출점을 하지 않는다’는 협정을 맺었다. 하지만 2000년 공정위가 이를 담합행위로 판단해 무효로 했다. 편의점 점주들은 공정위의 재심을 기다리고 있다. 편의점 점주들의 다급함에 비해 가맹본부는 아직은 여유가 있는 듯 보인다. 외부의 시각이 그렇다. 2019년 최저임금 결정에 따른 편의점주 주가는 하락했다. 하지만 정작 증권가에서는 편의점주를 다시 볼 때라며 매수를 권장하고 있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편의점 업체(GS리테일·BGF리테일)의 주가 하락이 두드러졌는데 이는 본사의 상생지원금 확대로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전제했다.

주 연구원에 따르면 실제 올해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결정됐을 당시 국내 편의점산업의 선두주자인 GS리테일과 BGF리테일은 각각 450~500억원 규모의 상생지원금을 발표한 바 있다. 프랜차이즈라는 특성상 본사 역시 비용을 분담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하지만 주 연구원은 “편의점 업종 주가 하락은 과도하고 오히려 매수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지원금 확대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 현상은 우려 대비 크지 않을 것이고 점포당 매출액 회복으로 충분히 상쇄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편의점 2019년~20년 업사이클은 가맹점주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한 발을 더 나갔다. 박 연구원은 일매출이 180만원으로 동일할 경우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2019년 가맹점주 순수입 영향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3.3%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다. 하지만 점주 수입보전 대책을 눈 여겨 보라고 권했다. 

박 연구원은 “2019년 가장 가능성 높은 대안은 1일 매출 증가율 제고”라며 “추가적으로 정부가 근접거리출점 제한을 법제화하고 이외 카드수수료 인하나 임대차보호법의 입법을 구체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연구원은 “이렇게 되면 가맹점주의 향후 수익은 10% 이상 개선될 수 있다. 근접거리출점 제한 규제가 부활하면 반영구적으로 영업권역을 보장받게 된다. 점포당 매출 성장률이 1%포인트 제고될 때 가맹점주 이익은 3%포인트 이상 상승할 수 있다”고 전제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신규 출점 중단과 2019년 점포수 증가율 4%, 시장성장률 7%를 가정하면 점포당 매출 증가율은 3%에 이르게 된다. 가맹점주 이익이 9% 증가한다는 뜻”이라며 “카드수수료 0.5%포인트 인하 시 가맹점 수익은 5% 증가할 수 있다”고 봤다. 최저임금 인상과 이에 대한 가맹점주들이 반발이 결과적으로 가맹점 수익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 같은 시각이 생존을 걱정하고 있는 편의점 점주들에게 하나의 ‘안심’을 언급한 것이라고 보면 편의점 점주들의 입지를 전혀 다르게 봐야 한다는 ‘혁신적인 주장’도 나온다. 

점주 = 사장(?)…구조변화 시사
업계 일각에서 내놓은 편의점 점주들을 자영업자로 불리는 ‘사장님’이 아닌 ‘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점주들이 사장이 아닌 노동자가 되면 본사인 가맹본부에 대해서 단체교섭권을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가맹본부가 점주들의 이익에 한층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적 변화가 가능해진다. 편의점 점주가 ‘사장’ 아닌 ‘노동자’일 수 있다는 주장은 나름의 근거가 있다. 

편의점 점주인 이모씨는 “계약서에는 사업자라고 돼 있지만 권리가 거의 없다. 사실상 노동자와 다름없다”고 말했다. 

하나의 사례로써 이씨는 하루 9시간씩 주 5일 일한다고 한다. 이씨는 9시간 동안 3분간 화장실을 다녀오는 것 외에는 편의점 매대를 떠나지 못한다. 본부와 계약을 맺은 가맹점주는 본부 경영 노하우인 이른바 ‘본부 시스템’을 따라야 하는데서 나타나는 현실 중 하나이다. 

가맹사업을 연구하는 한국노동연구원의 박제성 연구위원은 “자영업자는 어디에서 무엇을 얼마에 팔 것인지 스스로 결정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가맹점주는 이 대부분을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 가맹본부가 모두 결정하고 가맹점주는 가맹본부의 영업 전략을 현장에서 실행하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본부와 가맹점주의 관계가 고용에 가깝다고 한다면 둘 사이에 필요한 건 막연한 ‘상생’이 아니라 노동법적인 접근이 된다. 

박 연구위원은 “최저임금 인상이 가맹점주와 가맹점 노동자의 대립으로만 표출되는 것은 가맹본부의 책임과 권한이 상응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프랜차이즈를 지배·종속적 노동관계로 보면 노동법이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최저임금 인상을 계기로 한국 사회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노동자적 성격을 논의할 장이 열렸다는 의미를 갖는다. 편의점 점주들을 노동자로 규정하기 위해서는 난관이 많다. 공감과 시간이 필요한 문제다. 다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갈등의 확대 속에서 편의점 점주들과 가맹본사 간 관련 협상은 속도를 낼 공산이 크다.

편의점 점주들은 ▲최저수입보장제 2년에서 5년으로 확대 ▲최저임금인상분에 대한 실질적 분담 ▲가맹수수료 인하 등을 가맹본부에 요구하고 있다. 

성 공동대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실제 폐업 위기에 몰린 매출 부진 점포를 중심으로 한 실질적인 지원을 원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정우 기자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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