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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과 마주보기<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 김보람 기자
  • 승인 2018.08.07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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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을 쓴 편지를 우편함에 넣으면 다음날 우유 상자를 통해 답변이 돌아온다. 돈도 들지 않고 완벽한 비밀보장도 가능하다. 아마도 로또번호를 알려줄 수도 있을 것이다. 그곳은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특별한 곳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30년 동안 비어 있던 나미야 잡화점에 숨어든 도둑들에게 주인 앞으로 도착한 고민상담 편지로부터 시작된다. 도둑들은 상담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에 빠져들고 결국에는 나미야 잡화점 할아버지를 대신해 상담을 계속해 나간다. 시간은 멈추고 과거와 현재를 이동하는 상담편지가 뜻밖의 기적을 만들어 낸다는 내용이다.
최근 들어 남들 다 겪는 시시콜콜한 고민으로 며칠 머리가 아팠다. 다 큰 어른이 이런 것도 해결 못한다는 자책이 벌써 일주일이 지나고 있었다. 현실의 도피로 책으로 빠져들었다. 하필 고민상담 소설이다. 두터운 책이 술술 내려갔다. 마치 친구와 함께 타로카드를 보러온 것 같은 기분으로 다른 사람들의 고민을 훔쳐봤고 엉뚱한 상담에 웃음이 터졌고 예상 밖 해결에 대해 안도했다. 아무도 받지 않은 편지를 나도 쓰고 싶어 졌다. 연필을 들고 편지지를 펼쳤다. 애꿎은 편지지 두 장을 구기고 나서야 생각이 조금씩 정리됐다. 수취인 불명이라는 명확한 현실을 알고 있음에도 정확한 의사전달을 위해 내 상황을 상세히, 자세히 써내려갔다. 그리고 나에 고민에 대한 담담히 마주했다. ‘아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거구나.
나미야 잡화점에 상담편지를 보낸 사람들은 모두 나와 같은 마음으로 편지를 썼을 것이다. 이것이 소설이라는 것은 중요치 않다. 다만 내가 나의 고민을 제대로 정확히 알고 있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1+1=2’라는 확실한 답변이 아닌 자신의 고민에 대한 경청과 공감이 기적을 만들었다.

to 나미야 잡화점 할아버지께
안녕하세요. 고민상담이 가능하다고 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펜을 듭니다.
세상에는 수많은 인연이 있습니다. 좋은 인연, 나쁜 인연 많은 인연이 있습니다. 나미야씨는 저보다 더 오래 사셨으니 저보다 더 많은 인연을 만났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요즘 그 인연에 굴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떤 게 좋은 인연인지, 나쁜 인연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문제는 어렵게 맺은 인연으로 인해 제가 너무 힘이 듭니다. 나에게 소중한 인연이 보잘 것 없는 인연이었단 생각에 괴로워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것에 대해 두렵습니다. 그런데 막상 온전히 혼자인 기분이들 때마다 조급함이 찾아옵니다.
많은 인연이 고이고 흘러갈 날이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벌써부터 이런 생각이 든다면 머지않은 미래에는 저를 기억하는 사람이 없을까 염려됩니다. 새로운 인연을 담대하게 받아들이는 것과 떠나갈 인연에 대한 상처를 현명하게 치유하는 방법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세상을 사는 힘을 생길 것 같습니다. 답장을 바라며….
from 라미

김보람 기자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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