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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주52시간 근무의 명암
  • 김정우 기자
  • 승인 2018.07.3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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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부터 30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됐다. 근로기준법의 개정안에 따른 것이다. 백화점·대형마트 등 유통업계도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등 제도정비에 들어갔다. 유통업계는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이 당장 급하지는 않았다. 

주당 근로시간이 최대 52시간으로 줄어들지만 유통업계 기업들에게 해당되는 도소매업·서비스업 등이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1년의 유예기간을 적용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통업계는 자발적으로 주52시간 근무제를 서둘렀다. 몇 가지 고민이 담겨있다. 

우선은 주52시간제의 본격적 시행으로 국민들의 여가시간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추가 매출에 대한 기대감이 이 같은 결정을 도왔다. 일반 쇼핑몰보다는 여가형 쇼핑몰을 중심으로 인기가 올라 갈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유통업계가 선제적인 대응을 한 셈이다. 

물론 기대만 있지는 않다. 유통업계는 경기침체 속에서 소비부진에 따른 영업 확대의 어려움으로 수익성이 하락추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인건비 절감을 통한 유혹도 유통업계 ‘솔선수범’의 한 배경이 됐다.  

‘주 52시간 근무’의 시행은 지난 2월 근로기준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에 통과에 따른 것이다. 장시간 근로를 낮은 국민행복지수와 생산성 저하의 요인으로 지적한 정부의 근로기준법 개정 추진의 결과이다. 

정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연평균 근로시간은 2069시간이었다. OECD 국가 중 멕시코에 이어 2위다. 정부는 개정안을 통해서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추가적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자 했다. 

‘주간 최대 근로시간 52시간 적용’으로 장시간 노동 관행을 없애고 근로자의 삶의 질과 생산성을 제고하고 추가적인 인력고용 효과를 얻자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법정 최대 근로시간’은 법정근로시간 40시간, 연장 근로시간 12시간, 휴일 근로시간 16시간으로 모두 68시간이었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에 대응하기 위해서 기업들이 추가 인력 채용에 나설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정부의 기대와 다르게 업무효율성 강화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유통업계의 대응도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적극적인 동참 속에 업무효율화를 꾀하는 방향을 우선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롯데·신세계·현대 등 국내 유통 빅3는 7월부터 점포 직원들의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일부 사업장의 영업시간을 줄였다. 이들은 퇴근시간이 지나면 컴퓨터가 자동으로 꺼지는 ‘PC오프제’를 이미 도입한 상태다. 일반적으로 주 52시간 근무제에 맞춰 유통업계는 점포 개장 시장을 늦추고, 점포 직원의 퇴근시간을 앞당겼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7월 점포 개점 시각을 현재 오전 10시 30분에서 오전 11시로 늦췄다. 신세계는 그룹차원에서 올해 3월부터 주 35시간 근무제를 도입했다. 

대형마트인 이마트가 먼저였다. 이를 이어서 백화점 운영 시간도 조정한 것이다. 지난 1979년 롯데백화점 본점이 문을 연 뒤 이어져 오던 ‘백화점은 오전 10시 30분 연다’는 공식은 이로써 39년 만에 깨졌다. 

이마트의 선제적인 주 35시간 근무 도입 즈음에 신세계백화점은 서울 영등포점 등 3개 점포에서 11시 개장을 시범 운영한 바 있다. 오전 시간대에는 고객 방문이 비교적 적어 조금 늦게 문을 열어도 쇼핑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가설을 검증해 본 셈이다. 아울러 신세계백화점의 협력 사원들은 자녀 등교를 도와주고 출근해도 된다며 대체로 호의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오전 시간대는 비교적 고객들의 방문이 적은 편이어서 매출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반면 협력사원들에게는 많은 도움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협력사원의 90%가 여성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 중 절반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 사원들이어서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신세계가 근무시간 단축을 근로기준법 개정에 앞서서 시행한 데에는 다른 고민도 담겨있다.

이마트 한 관계자는 “(신세계그룹의) 주력 업종인 대형마트의 매출 감소추세가 확연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향후 최소한 5년은 더 대형마트가 (그룹의) 매출을 책임져야 하는데 (근무시간 단축은) 인건비 절감의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물론 정용진 부회장은 앞으로 3년 동안 3만여명의 신규 일자리 창출을 약속하기는 했다. 

PC오프제 시행…추가 채용까지
현대백화점도 지난 7월부터 위탁 운영 중인 현대시티아울렛 가산점을 제외한 전국 19개 점포 직원들의 퇴근시각을 1시간 앞당겼다. 백화점 15개 곳과 아울렛 4개 점포가 대상이다.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등 백화점 13개 점포와 김포점·송도점·동대문점·가든파이브점 등 현대아울렛 4개점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기존 오전 10시에 출근해 오후 8시 퇴근하던 것에서 퇴근 시각이 오후 7시로 1시간 앞당겨졌다. 

다만 오전 11시에 개점하는 현대백화점 충청점과 디큐브시티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기존 오후 8시 30분 퇴근에서 1시간 앞당긴 오후 7시 30분에 퇴근하기로 했다. 퇴근시각 이후 폐점시각까지 약 1시간 동안 팀장(1명) 포함, 당직 직원 10여명이 교대로 근무하게 된다. 

직원들의 근무시간은 단축되지만 백화점과 아울렛 영업시간은 변동 없이 기존대로 유지된다. 
현대백화점 측은 고객 쇼핑 편의와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영업시간을 단축할 경우 협력사들의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영업시간을 기존대로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직원들의 근로시간을 줄이되 영업시간은 변동이 없다”며 “경기침체와 더불어 협력사들의 매출 감소를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맏형인 롯데그룹도 일찌감치 이 같은 분위기에 동참했다. 롯데는 30여개 계열사에서 ‘PC오프제’를 시행 중이다. 외근이 많은 영업직 사원 관리를 위해 롯데칠성이 지난해부터 시행 중인 ‘스마트SFA(Sales Forces Automation) 오프제’를 다른 계열사로 확산하는 방안까지 검토 중이다. 스마트SFA오프제는 PC 오프제와 마찬가지로 영업직 사원들이 업무에 활용하는 휴대단말기를 근무시간 이후에 작동이 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다.

업태별로 차이는 있다. 롯데백화점은 변동이 없고 롯데마트 영업시간을 1시간 줄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시간대별 매출을 보면 오후 2시부터 5시까지가 피크타임”이라며 “자정까지 근무하던 인원의 10%를 해당 시간대로 전환하면서 고객 서비스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직원들의 퇴근 시간을 1시간 앞당기면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롯데제과·칠성음료·주류·푸드 등 롯데계열 유통제조업체들은 생산직 근로자 200여명을 순차적으로 추가 채용하기로 했다.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을 추진한 정부의 기대에 호응하는 측면도 있다. 

실제로 롯데 관계자는 생산직 근로자 추가 채용에 대해 “주 52시간 근무로 부족해진 일손을 충당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이와 함께 롯데는 성수기와 비수기에 따라 생산 업무 강도가 다른 점을 감안해 생산설비를 보강하고 교대 근무조를 개편하는 한편 성수기를 감안해 3개월 단위 탄력적 근로시간제도 도입했다. 

홈플러스는 기존과 변동 없이 매장의 운영시간을 자정까지로 유지하기로 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현재 점포 직원들의 경우 하루 8시간 근무를 하고 있기 때문에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며 “지금 당장 영업시간 조정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장 근로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新수요 창출 기대감도 ‘솔솔’
유통업계의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적극적인 동참은 추가 인력 충원보다는 업무 효율화로 방점이 찍힐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업은 추가인력 충원이나 생산량 감소보다는 업무·생산 효율성 제고를 위한 방향으로 대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최 연구원은 “가장 많은 인원을 고용하는 업종인 유통·서비스업에서 근로시간 단축은 키오스크 도입 가속화를 기대할 수 있게끔 한다”며 “고객을 직접적으로 접하는 요식업· 유통업 등에서 키오스크 도입 등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도 “일각에선 인건비 부담으로 자동화에 투자하며 주 52시간 근무제 전면 확대에 대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아울러 유통업계는 선제적인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과 더불어서 자기계발과 여가활동 등에 나서는 직장인을 겨냥, 관련 수요 잡기에도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의 본격 시행이 점진적으로 새로운 구매 수요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인건비 부담은 자동화 등 효율성 제고의 기회로 삼는 한편에서 주 5일 근무제 시행 이후 다시 한 번 맞게 되는 ‘여가활동 수요 증가’의 기회라는 과실을 취하기 위한 행보이다. 

유통업태 중 맏형 격인 백화점이 여가활동 수요 증가 흐름에 먼저 대응하고 나섰다. 백화점들은 올해 여름 문화센터 강좌 가운데 직장인 대상 저녁 수업을 10~20%가량 늘린 것으로 파악됐다. 업체별로 살펴보면 신세계백화점의 여름 문화센터 강좌 수는 지난해 여름학기 6800개보다 1900여개 늘었다. 직장인을 겨냥한 오후 5시 이후 강좌는 전년에 비해 10%가량 많아졌다. 

롯데백화점 문화센터도 20~30대 직장인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관련 강좌를 지난해보다 150% 가까이 늘렸다. 현대백화점의 경우에는 오후 6시 이후 문화센터 강좌를 지난 여름학기에 비해 최대 20% 늘렸다.

유통업계 한 전문가는 “백화점 문화센터 회원들이 쇼핑 매출에도 크게 기여한다는 점에서 업계는 이들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라며 “주 52시간 근무제 영향으로 평일 저녁시간 백화점과 아울렛 등을 쇼핑하는 직장인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백화점 업계 다른 관계자도 “유통업계는 업무가 일찍 끝나는 평일 저녁시간에 쇼핑하는 소비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다렸다”…신세계, 여가형 쇼핑몰 확대
주 52시간 근무제가 유통업계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전망 속에서 가장 앞서서 투자에 나선 유통기업은 신세계이다. 

신세계는 그룹차원에서 여가형 쇼핑몰로 불리는 스타필드의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주 52시간 근무제의 본격적 시행은 결국 국민들의 여가시간을 늘리게 되고 이에 따라서 일반 쇼핑몰보다는 세대별로 폭넓게 공감할 수 있는 여가형 쇼핑몰이 인기를 끌 것이라는 전망에 기댄 행보이다.

스타필드매장 추가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유통업태의 성장성 변동을 반영한 신세계그룹차원의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신세계그룹 내에서 스타필드를 개발 및 운영하는 곳은 신세계프라퍼티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지난 6월 말 주식회사 스타필드안성의 990억원 유상증자에 참여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지금까지 스타필드안성의 총 출자액이 2000억원 중 절반에 가까운 금액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타필드안성은 안성시 공도읍 진사리 일원 20만3561㎡부지에 지어질 예정이다. 총사업비만 6000억원 가량을 투입해 쇼핑몰과 트레이더스(창고형 대형마트)는 물론이고 영화관·스포츠·레저·키즈시설 등이 함께 들어서 있는 복합유통시설로 건립된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스타필드 수원점 건립도 검토 중으로 알려졌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지난달 말 KT&G와 함께 경기도 수원 대유평지구내 유통부지를 공동 취득해 복합상업시설로 개발하는 합작투자회사설립을 위한 계약도 체결했다. 당시 합작투자회사 지분율은 50대 50이다. 

대유평지구는 원래 KT&G의 연초 제조장이 자리를 잡고 있던 곳이다. KT&G는 지난 2015년 26만8077㎡ 규모인 이 용지를 상업시설과 업무시설이 공존하는 복합지구로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신세계프라퍼티 측은 “신설법인명은 미정이고 복합상업시설개발 방향 등 세부사항은 확정된 것이 없다”면서도 “천천히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신세계프라퍼티가 스타필드의 개발 및 운영사라는 점에서 볼 때 이 복합상업시설은 스타필드수원점이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이다. 신세계그룹은 스타필드 청라점도 곧 착공에 들어갈 예정이다. 아울러 창원점도 계획하고 있다. 최근에는 대전과 청주에 대규모 부지를 매입해 중부권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에 있는 스타필드는 하남점, 고양점, 코엑스점 등 3곳이 있다. 스타필드 고양점의 경우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트레이더스, 아쿠아필드, 스포츠몬스터 등 기존 선보인 쇼핑과 엔터테인먼트 관련 메인 테넌트들이 입점했다. 

새롭게 선보이는 키즈 테마파크와 남성·여성·키즈 등 세대별 패션 전문관, 100여개의 전국 맛집이 입점한 식음 공간 등으로 차별화했다. 아이들과 함께 쇼핑을 오는 가족들을 겨냥한 공간 차별화다. 유통업계에서는 이처럼 신세계가 스타필드를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배경이 주 52시간 근무제 확대 시행과 직접 맞물려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기존 대형마트 등이 온라인 유통과 편의점 등의 유통채널의 성장 속에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는 여가형 쇼핑몰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근무시간이 단축되고 여가 시간이 늘어나게 되면 가족들이 함께할 시간이 이전보다 많아지면서 스타필드와 같은 다양한 세대를 포괄하는 복합상업시설이 성장할 수밖에 없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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