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 다양화, 전문화 추세 속 관련 시장도 성장

바쁜 일상에 취미는 사치라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제는 취미 활동도 달라지고 있다. 자기만족과 일상의 행복을 추구하는 분위기 속에 소소하게 즐길 수 있는 취미들이 유행하는가 하면, 취미 활동에도 아마추어 수준을 넘어 전문성을 높이는 이들도 늘고 있다. 점차 다양해지고 적극적인 취미 활동 트렌드 속에 이제는 ‘하비홀릭’을 넘어 ‘하비 프로슈머(Hobby Prosumer)’라는 용어까지 등장하는 시대다. 

특정 취미와 관심사에 열정을 보이는 이들을 ‘하비홀릭(Hobby + Hollic)’이라고 한다. 2000년대 중반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하비홀릭의 등장에는 인터넷과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

인터넷 커뮤니티가 활성화되며 이전에는 쉽게 접근하지 못했던 전문적인 취미도 타인과 교류하며 부담 없이 시작할 수 있게 됐고 블로그와 SNS가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컨텐츠 생산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취미 활동을 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최근의 취미 활동 트렌드는 이전에 비해 개인화되고 다양화된 모습을 보인다. 커뮤니티에서 SNS로 개인 인터넷 활동의 중심이 급격히 이동하고 커뮤니티나 동호회가 아니라도 원데이 클래스나 온라인 동영상을 통해 쉽게 관련 지식을 배우고 쌓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기 때문이다.

여기다 최근에 불고 있는 워라밸과 소확행 열풍 또한 이러한 추세의 주요 배경 중 하나다. 자기만족과 일상의 행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혼자 집에서 즐길 수 있는 취미를 즐기는 경우도 많아지고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다양한 취미활동이 등장하고 있다. 그림으로 가득한 책을 다양한 색으로 채우는 ‘컬러링북’, 작은 코바늘로 레이스 장식을 만드는 프랑스 자수인 ‘태팅 레이스’, 감성을 담아 글자와 문구를 디자인하는 ‘캘리그래피’ 등은 이러한 추세가 반영된 취미 활동들이다. 김난도 서울대학교 교수가 진행한 KBS 라디오 프로그램 ‘김난도의 트렌드 플러스’에서는 빠르게 기술이 발달하는 문명사회에서 디지털 환경을 떠나 손을 움직이며 취미생활을 하며 스트레스를 풀고자 하는 욕구가 반영된 결과로 분석하기도 했다. 

이처럼 소소하고 사적인 취미가 유행하는 반면 보다 적극적인 취미활동을 즐기는 이들도 있다. BC카드 디지털연구소에서는 ‘2018년에 떠오르는 5가지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하비 프로슈머를 제시했다. 하비 프로슈머는 취미를 뜻하는 ‘하비’에 생산자와 소비자 역할을 동시에 하는 이들을 일컫는 ‘프로슈머’를 합성해 만들어진 용어다. 단순히 개인적인 만족을 위한 취미생활을 넘어 전문적인 역량을 쌓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수익까지 노리는 이들을 말한다.

리서치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에서 지난해 진행한 취미 활동 관련 조사에 따르면 나만의 취미를 갖고 싶다는 이들은 92.5%에 이르렀으며 특히 취미활동을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응답은 74.2%, 취미활동에 비용을 투자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75.5%로 나타났다. 또한 취미를 통해 얻고 싶은 것을 묻는 질문에서 부수입 등 경제적 능력(31.6%, 3위), 인생 2막을 위한 계기·발판(16.8%, 5위)가 상위 5위권 내에 등장하며 직업이나 생계 관련 목적의 취미 활동을 추구하는 이들도 상당수를 차지했다. 평균수명은 꾸준히 증가하지만 AI와 로봇 기반의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미래 일자리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 활동을 통해 미래의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려는 니즈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취미 이용한 재능 판매 서비스도 등장
이러한 취미 활동이 다양화, 개인화, 전문화되는 추세 속에 관련 산업도 성장하고 있다. 
재능마켓의 성장은 하비 프로슈머의 확산을 보여준다. 재능마켓은 자신의 재능과 지식을 필요한 이들에게 판매할 수 있는 중개 플랫폼 사이트를 말한다. 재능을 판매하는 이들은 시간, 공간 등 환경적 조건에 구애 받지 않고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소비자들은 합리적인 가격에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지난 2012년 국내 최초로 창립한 재능 오픈마켓 ‘크몽’을 시작으로 ‘숨은 고수’라는 의미를 담은 지역 기반 재능마켓 ‘숨고’, 사람인HR에서 운영하는 ‘오투잡’ 등이 대표적이다. BC카드 결제 내역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6800건이던 재능마켓 결제 건수는 지난해 3만4000건으로 5배 증가했으며 결제 금액 또한 4억7000만원에서 19억2000만원으로 4배이상 늘었다.

취미 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서비스도 등장했다. 하비박스는 간단한 설문을 통해 성향을 파악하면 취미 큐레이터(취미 전문가)들이 맞춤형 취미를 제안해준다. 또한 각 취미에 맞는 관련 상품들을 구매하거나 정기 배달도 받을 수 있다. 하비박스는 이러한 취미 정기구독 서비스의 선두주자로 꼽히고 있다. 이밖에도 하비인더박스, 하비풀 등의 업체들이 취미 정기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취미 활동에 대한 높아진 관심사를 마케팅에 활용하는 업체들도 등장하고 있다. 동국제약은 자사의 여성 갱년기 치료제 ‘훼라민Q’의 타이틀을 건 ‘훼라민Q와 함께하는 원데이클래스’를 정기적으로 운영 중이다. 디저트 만들기, 무드등 만들기 등의 프로그램을 선보였으며 최근에는 미세먼지 우려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플랜테리어 클래스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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