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 관리 숍 호객행위…화장품 끼워 넣은 수 백만원 대 구매 계약으로 환불 힘들어


# 강남역에서 친구를 기다리던 황효진씨에게 아줌마 한분이 다가왔다. 에스테틱 명함을 건네며 토탈 피부 관리 서비스가 원래는 15만원인데 이벤트 기간이라 3만원으로 피부 관리를 해주겠다는 것이었다. 혹 하는 마음에 아줌마를 따라나선 황효진씨는 1회 피부 관리와 함께 10회 피부 관리비 300만원을 결제했다. 
집에 돌아와 충동구매 후폭풍에 시달리던 황효진씨는 결국 해당 에스테틱에 청약철회를 요구했으나 화장품을 포함한 계약으로 개봉한 화장품으로는 환불이 어렵다며 거절당했다.

최근 강남역 주변에서 활개 하는 이른바 ‘강남역 아줌마’의 호객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강남역 아줌마로 불리는 이들의 호객행위는 비단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청약철회 등에 관한 기준이 명확해지고 이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있는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상술도 진화했다. 서비스가 아닌 ‘상품’ 구매 형태로 계약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화장품 구매 계약인지 확인해야
앞서 사례에서 재현한 수법은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해당된다. 구매 결정은 소비자에게 있었지만 14일 이내에 청약철회 요구 또한 소비자의 권리다. 실제 1회 이상 피부 관리를 받았다 하더라도 계약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는 계약에 관한 청약철회가 가능하다(방문판매법 제8조 청약철회). 하지만 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거나 기간 내에 방문하지 못한 소비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고가의 피부 관리를 받아야만 했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204건이었던 피부체형관리서비스 부문으로 접수된 소비자 피해 신고 건수는 지난해 232건으로 조사됐다. 이중 피부 관리 업체 등에게 계약 해지를 거부당한 사유는 ‘계약 체결 일자 경과’가 가장 많았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계약 철회 14일 내에 판매업체와 신용카드사 등에 청약철회 의사를 밝힌 내용증명 우편을 보내 확실한 의사를 밝혀야한다.

문제는 서비스가 아닌 화장품 등의 ‘상품’을 구매한 계약이다. 실제 최근에는 피부 관리 패키지의 혜택이나 절차라는 상술로 피부 관리 서비스에 대한 계약서를 쓰는 게 아니라 화장품이란 상품을 구매한 구입계약서 형태로 계약이 이뤄진다. 이를 통해 업체들은 화장품을 개봉했다는 이유로 청약철회를 거부하고 있다.

마케팅의 일환으로 무료체험 권유와 상당이 이뤄지는 것은 맞지만 화장품 구입은 전적으로 소비자의 선택에 맡겨지며 제품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라면 당연히 환불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 관계자는 “계약 후 14일 이내에 피부 관리에 대한 청약철회는 가능하지만 소비자의 책임 있는 사유로 제품이 손상된 경우는 제외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계약 체결하기 전 계약서를 요구하고 피부 관리 서비스 계약인지 화장품 구입 계약인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판매업체의 상호와 전화번호, 주소, 판매원 성명 및 연락처, 가격, 계약내용, 계약 기간 또한 계약서에서 확인해야 하며 구두로 약속한 내용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계약서에 표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무료 마사지 체험을 빌미로 화장품을 강매하는 경우도 있다. 보통 15~20만원 상당의 마사지 체험 이벤트에 당첨됐다는 상술로 소비자를 유인한 뒤 100~200만원 상당 고가의 화장품 구매를 강요하는 수법이다.

실제 지난해 5월 셀트리온스킨큐어는 마사지 체험을 빌미로 한 강매로 인해 소비자에게 뭇매를 맞았다. 박람회를 통해 셀트리온스킨큐어 이벤트에 응모했는데 역삼동 한 피부관리샵에서 연락이 왔고 특수 관리 명목으로 1년 관리권 120만원 제품 구매를 강요했다는 제보가 퍼졌기 때문. 이에 셀트리온스킨큐어는 직영 관리센터가 아니라 논란에 미흡하게 대처했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강력히 규제하겠다고 했지만 신뢰는 이미 바닥을 친 뒤였다.

최근에는 위와 비슷한 사례가 SNS를 통해 확산되고 있다. 제품력을 확인 할 수 있는 부위별 피부 모델을 모집한다는 공고를 통해 접근한 뒤 막상 업체를 찾아가면 전액지원이 아니라 고가에 해당하는 화장품 구매를 강요하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 관계자는 “방문판매·전화권유 판매 등의 특수판매는 소비자가 충분히 생각할 여유가 없고 판매자보다 해당 상품에 대한 지식·정보가 매우 적어 허위·과장된 설명으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지속적인 상품 구매 강요 행위는 엄연한 금지사항에 해당하지만 강매를 당했더라도 소비자가 직접 설명을 듣고 계약서에 서명한 경우 법적 처벌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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