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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는 착하게, 표현은 거침없이소비를 통한 신념·가치관 표현하는 ‘미닝아웃’
  • 이정석 기자
  • 승인 2018.06.02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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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한 할리우드 배우가 한국 팬들 사이에서 갑작스럽게 화제가 된 적이 있다. 톰 하디는 한 한국 팬으로부터 팔찌 하나와 함께 편지를 선물 받게 된다. 그 팔찌는 위안부 피해자를 후원하는 사회적 기업 마리몬드에서 제작한 ‘평화의 소녀상 팔찌’였고 이 팔찌를 선물한 팬은 편지로 위안부 문제와 팔찌의 의미를 설명하며 그에게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위로가 될 수 있도록 팔찌를 착용해줄 수 있는지 물었다. 이후 톰 하디가 해당 팔찌를 착용한 모습이 사진으로 포착되면서 톰 하디는 한국 팬들 사이에 이른바 ‘개념 배우’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개념 연예인의 부각은 비단 할리우드 연예인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한류 아이돌 엑소(EXO), 하이라이트의 메인 보컬 양요섭은 또 다른 브랜드 ‘희움’에서 출시된 팔찌를 찬 모습이 사진과 방송 등을 통해 포착된 후 해당 제품들을 판매하는 온라인쇼핑몰에 방문객이 몰리며 한 때 사이트가 마비되기도 했다. 

이처럼 대표적인 셀럽들이 디자인 트렌드나 브랜드가 아닌 사회적 의미가 담긴 소비를 하고 이에 영향을 받은 팬과 대중도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모습이다. 이른바 ‘미닝아웃’이 사회 전반으로 확산되는 경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미닝아웃이란 소비자 운동의 일종으로서 정치적·사회적 신념과 같은 자신만의 의미를 소비를 통해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에는 자신의 정치적 성향, 사회적 신념 등을 겉으로 표현하는데 많은 부담과 어려움을 느꼈지만 최근에는 이러한 모습이 낯설지 않게 느껴진다. 여기에는 SNS의 성장과 이로 인한 인식의 변화가 가장 큰 배경으로 지목된다. 자신의 일상이나 소비를 자연스럽게 공유하는 SNS를 통해 사람들에게는 자신의 생각이나 가치관을 표현하는 것이 일상화 됐다. 특히 철저하게 개인 공간인 SNS에서 이는 타인과 자신을 구분하는 방식인 동시에 더욱 넓은 세계에서 같은 가치관을 가진 이들과 연대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또한 구매한 제품의 사진을 게시하는 방식은 SNS 특유의 ‘인증샷’ 문화에 걸맞은 가장 손쉽고 효과적인 표현 방법이기도 하다. ‘찍어서 공유한다’는 SNS의 행동 패턴이 오프라인에서의 미닝아웃 소비를 촉진하고 다시 SNS를 통해 확대 재생산되는 모습이다. 생각이 다른 사람과 갈등을 빚을지 모른다는 걱정보다 생각이 같은 사람과 연대하고 자신을 표출하고자 하는 의지가 더욱 커지고 있는 것이다.

미닝아웃족은 자신의 사회적 신념을 다른 이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자신이 올바른 가치관과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갖게 된다. 미닝아웃은 사상과 가치관을 넘어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높은 만족도를 주며 개인 만족을 추구하는 SNS 문화와 결합해 하나의 놀이문화적 성격으로 발현되기도 한다. 지난 2016년말 탄핵 국면에서 있었던 촛불집회 또한 이러한 미닝아웃 문화가 배경이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적 신념까지…과감해지는 미닝아웃
과거 불매운동이나 구매운동이 특정 기업 또는 이슈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았다면 미닝아웃은 이보다 더욱 적극적인 형태로 업그레이드된 소비운동으로 볼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이고 오래된 형태의 미닝아웃은 친환경 제품 소비 운동이 있다. 포장재를 최소화하거나 재활용에 용이하도록 한 제품, 제조 과정이 친환경적이거나 사용 후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인 제품들을 구매하는 것이다. 풀무원샘물은 지난 2013년부터 전 생수 제품의 뚜껑을 플라스틱 사용량을 대폭 줄인 ‘에코캡’으로 전환했다. 이는 페트병이 가벼워지면서 운반, 판매, 재활용 과정에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를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오리온은 대표 제품인 ‘초코파이’에 환경부 ‘녹색기술 인증’을 받은 포장지를 사용하고 있으며, 지난 2014년 21개 제품의 포장재 규격을 축소한 바 있다. 글로벌 기업 P&G와 로레알은 최근 심각해지는 해양 오염과 함께 이슈가 되고 있는 미세 플라스틱을 자사 화장품에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공정무역 운동도 유명한 미닝아웃 행태다. 특히 공정무역 커피는 커피 인구 증가와 함께 공정무역을 상징하는 대표 품목으로 인식되고 있다. 공정무역 커피는 다국적 기업이나 중간 상인을 거치지 않음으로써 최저가격을 보장, 저개발국가의 커피 생산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제품이다. 아름다운 커피는 지난 2002년 아름다운가게 정책실에서 시작된 공정무역 사업의 결과물로 지난 2006년 국내 최초로 공정무역 원두커피를 출시하고 2009년 현재의 브랜드명으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해 커피 외에도 차, 초콜릿 등 다양한 제품을 판매한다. 

이밖에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화장품, 동물 가죽 대신 인조가죽이나 인공 소재를 대체제로 사용한 패션 제품 등 동물 복지 관련 소비도 최근 부각되고 있는 미닝아웃 사례다. 

소비 행태와 이와 연관된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는 움직임 뿐만 아니라 정치적·사회적 메시지를 물건을 통해 직접 표현하는 형태의 미닝아웃도 확산되고 있다. 주로 메시지 슬로건을 담기 용이한 의류 등 패션 쪽에서 활발하게 이뤄지는 모습이다. 이른바 슬로건 패션이다.

과거 베트남 전쟁과 관련해 반전 슬로건과 문양이 담긴 티셔츠가 젊은이들 사이에 유행했던 사례나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건을 추모하기 위해 노란 리본을 가방, 열쇠고리 등에 부착하던 문화가 대표적인 예다. 

최근 몇 년간 부쩍 활발해진 페미니즘 운동은 패션의 주 소비층인 여성들의 문화와 어우러져 특히 활발한 모습을 보인다. 디올 최초의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리아 그라지아 치우리가 선보인 ‘We should all be feminists(우리 모두 페미니스트가 돼야 합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는 국내에서도 배우 김혜수가 공식 석상에서 선보여 화제를 모았다. 페미니즘 외에도 타사키의 디자이너 프라발 구룽의 ‘나는 이민자다(I Am An Immigrant)’, 크리에이처 오브 컴포트의 ‘우리는 모두 인간이다(We are all human being)’ 티셔츠 등 많은 브랜드가 다양한 이슈를 패션에 문구로 담아냈다. 앞서 언급된 ‘희움’의 팔찌에는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로하고자 하는 ‘Blooming their hopes with you’라는 문구가 쓰여 있어 수익금을 통한 피해자 지원 뿐만 아니라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정석 기자  barajigi@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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