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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판매의 문제, 그에 대한 비판은 정당한가?다단계판매는 혈연·지연·학연에 의존한 뒤떨어진 마케팅이다?
  • 이성구 전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장
  • 승인 2018.04.30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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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의 종사자들 간에는 다단계판매 내지 직접판매가 갖는 장점들이 아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다단계판매가 사기적 상술에 불과하다는 비판 역시도 일반화 돼 있습니다. 
이에 다단계판매의 문제들과 가능성을 돌아보면서 한편으로는 그에 대한 외부의 비판들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를 논의하고자 합니다. 

다단계판매에 대한 또 하나의 비판은 그 판매방법이 연고판매 내지 구매강요에 의존해 인간관계를 해치고 정보화, 4차 산업혁명시대에 뒤 떨어진 마케팅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비판에 따른다면 다단계판매는 점차 설자리를 잃어 갈 것이고 다단계판매 업계 관계자들은 걱정할 일이지만 다단계판매는 사라져야 한다고 비판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어찌 보면 반가운 현상일 수도 있다.

물론 연고판매와 구매강요는 우리 사회가 인정(人情)이라는 것에 많이 의존하던 시절에 그러한 점을 판매에 악용(?)함으로써 사회적으로 커다란 폐해를 낳기도 했고 다단계판매가 좋지 않은 이미지를 갖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비단 다단계판매 뿐만이 아니라 과거 서적, 보험 등의 방문판매에서도 혈연·지연·학연 등을 이용한 연고판매는 일상적이었던 것이고 드라마 등에서도 실직한 사람들이 유통업자들에게 이용당하는 모습으로 그려져 왔다. 그러던 것이 최근 들어 인터넷쇼핑과 같은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고 상품에 관한 정보나 가격 등이 공개되면서 점차 연고판매는 유용한 판매방법으로써의 힘을 잃어가고 있다.

아직도 일부 사업자들이 연고 판매에 매달리는 것은 가격이나 품질로는 경쟁력이 없기 때문인 경우가 많고 이에 따라 연고 판매하면 품질이 낮은 상품을 고가로 팔기 위한 상술로 낙인찍히게 됐고 구매강요에 대한 비난도 뒤따르기 마련이다.

필자가 그러한 혈연·지연·학연 등의 연고를 이용한 구매강요를 옹호하려는 생각은 전혀 없다. 오히려 다단계판매 업계는 철저한 교육을 통해 연고를 이용한 구매강요는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되기 어려운 점을 강조하고 이를 방지할 시스템을 마련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어느 한 업체 또는 사업자가 단기적으로 그러한 방법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더라도 지속적으로 반복해서 가능한 것이 아니고 구매를 강요할 수 있는 혈연·지연·학연의 범위도 제한돼 있을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는 다단계판매 업계 전체에 대한 이미지와 소비자의 신뢰를 훼손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서도 그러한 구매강요 행위를 규제할 수 있는 규정이 마련돼 있고 장기의 청약철회 규정을 둬 혹여 어쩔 수 없이 구입하게 된 경우 반품 환불이 가능하도록 돼 있으며 무리한 방법으로 구매를 강요하는 행위는 형사적인 처벌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최초에 판매원 사업자들이 소비자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포인트로써 혈연·지연·학연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음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종교 조직이나 다양한 사교모임 등도 새로운 연고로 판매에 활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당초 그러한 연고가 만들어진 원인이나 동기와 무관한 상품을 판매하는데 연고를 활용하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바람직한 일이 되기 어렵다. 물론 때로는 지역 특산품의 구매 등과 같이 지연 자체가 해당 상품에 대한 관심이나 수요에 중요한 요인이 되는 경우에는 연고를 활용한 판매는 효율적인 경우도 있겠지만 모든 상품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에 각광을 받고 있는 새로운 유통기법들 예컨대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 혹은 공동구매 사이트나 상품 관련 블로그를 이용한 판매 그리고 아마존 등 거대 전자상거래업체의 판매도 과거와 같은 혈연·지연·학연은 아닐지라도 새로운 방법으로 상품 판매를 위한 연고를 창출해 판매에 활용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그리고 어느 면에서 4차 산업혁명시대에 성공적인 다단계판매 업체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판매원들에게 상품 판매를 위한 연고(네트워크)를 창출해 내는 플랫폼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연고판매가 나쁜 것이라기보다는 연고와 무관한 상품 판매로 인간관계를 해치는 것이 문제이고 오히려 상품에 대한 관심이나 수요와 관련된 네트워크를 창출해 판매하는 것은 다단계판매가 효율적 유통채널로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아마존 등이 수 백조원의 기업 가치를 갖는 것은 소비자들의 검색 기록, 게시글, 업로드한 각종 콘텐츠 등을 분석해 유통 관계자들에게 관련 상품에 관한 정보를 알릴 맞춤형 플랫폼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온 기술 발전은 이러한 네트워킹의 효율성을 더욱 높이고 있으며 어느 면에서 다단계판매 유통에 대한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는 대형할인마트나 홈쇼핑 등 유통업체들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수요를 분석해 네트워킹하는 검색 서비스나 SNS 기업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신기술 서비스들은 다단계판매 유통의 발전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다단계판매 유통에서도 신산업 기술이나 네트워크 서비스들을 활용해 종래의 다단계판매 유통채널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다단계판매 유통의 인적 네트워크와 4차 산업혁명 기술의 결합은 상품판매와 관련된 수요자 맞춤형 서비스를 창출해내는데 있어서 다른 어떤 유통채널보다도 강력한 잠재력과 경쟁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단계판매 업계 관계자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새로운 정보기술의 활용과 보급에 참여하고 장애가 되는 공정거래법상의 재판매가격 관련 규제 등 제도적 문제들에 대한 의견을 모아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성구 전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장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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