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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곳에서도 왜 자기 이름은 잘 들릴까?이성연의 경제 이야기
  • 이성연 애터미경제연구소장
  • 승인 2018.03.29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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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파티장에서 자기 이름은 왜 빨리 알아들을까?, 음악소리가 요란한 나이트클럽에서 종업원들은 어떻게 주문하는 내용을 용케도 알아듣고 받아 적을까?, 지하철에서 졸고 있다가 자기가 내릴 역 이름이 방송되면 왜 갑자기 깨어날까?

시끌벅적한 칵테일파티나 잔치가 벌어지고 있는 장소에서처럼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모여 이야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관심을 갖는 이야기를 골라 들을 수 있는 현상을 ‘칵테일파티 효과(cocktail party effect)’라 한다. 즉 파티장이나 잔칫집의 시끄러운 주변 소음과 중구난방으로 이뤄지는 여러 사람들의 대화 속에서도 상대방의 이야기를 선택적으로 지각해 집중하는 현상을 이르는 말이다. 이와 같이 칵테일파티 효과는 수용자가 자신에게 의미가 있는 정보에 주의를 기울여 받아들이는 현상을 칭하며 이는 선택적 주의 및 선택적 지각(selective perception)에 의해 이뤄진다. 예를 들어 파티장의 소음 속에서도 누군가가 자기 이름을 부르면 알아듣고 자기 흉을 보면 귀가 쫑긋 서는 현상이 좋은 예이다. 

사람들은 하루에도 수만 가지 이미지와 소리에 노출되지만 모든 것을 다 보고 들을 수 없다. 인식능력의 한계 때문이다. 또 현대사회의 정보의 홍수 속에서 접하는 모든 정보들이 모두 개인에게 유용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각 개인은 저마다의 가치관·관심·욕구·태도·신념·경험·기타 개인적 성향에 따라 정보를 선택적으로 지각하고 수용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지식이나 가치관과 일치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을 수용하고 기존의 입장과 맞지 않거나 자신에게 불리한 정보는 무시해버린다. 이와 같이 정보를 객관적으로 그리고 전체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기존 인지체계와 일치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선택적 지각이라 한다. 즉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느끼고 싶은 것만 느끼는 현상을 말한다.

선택적 지각을 통해 사람들은 시간, 노력, 정보처리 능력 등을 꼭 필요한 정보에만 할당함으로써 정보처리의 효율성을 높이게 된다. 또 사람들은 선택적 지각을 통해 기존의 인식체계의 일관성을 유지하게 된다.

선택적 지각은 사람들은 들리는 대로 듣고, 보이는 대로 보고, 자극을 받은 대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 준다. 사람들은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느끼고 싶은 것만 느끼는 존재이다. 따라서 같은 현상, 같은 말, 같은 환경에 놓여 있더라도 보는 것, 듣는 것, 느끼는 것이 모두 다를 수 있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는 말은 이런 현상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런 이야기가 있다. 어느 밝은 봄날 바람에 이리저리 휘날리는 나뭇가지를 바라보며 제자가 물었다. “스승님 저것은 나뭇가지가 움직이는 겁니까? 바람이 움직이는 겁니까?” 스승은 제자가 가리키는 곳은 보지도 않은 채 웃으며 말했다. “무릇 움직이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다. 움직이는 것은 오로지 네 마음뿐이다.” 이것은 마치 선문답(禪問答)처럼 들리나 심리학 용어인 선택적 지각과 연결돼 있는 이야기이다.

정치인들의 논쟁이 끝이 없는 것은 서로 자기에게 유리한 증거만을 제시하면서 논리를 펴고 상대방이 제시한 증거나 논리는 전혀 듣지 않기 때문에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정계 뿐만 아니라 학계·종교계·정치적 성향이나 인생관이 다른 사회단체나 집단들 간에 벌어지는 끝도 없는 논쟁과 대립도 모두 선택적 주의와 선택적 지각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모두 듣고 싶은 것만 듣고 보고 싶은 것만 보기 때문이다.

연인 간이나 친구 간에 언쟁을 할 때 가끔 한쪽은 어떤 말을 여러 번 했다고 하는데 다른 한 쪽은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주장한다. 누가 맞는 걸까?, 어느 한쪽이 거짓말을 하는 걸까? 아니다 둘 다 맞다. 인간은 자신이 듣고 싶은 말만 듣기 때문에 한쪽에서 아무리 무슨 말을 해도 관심이 없는 말은 듣지도 않고 기억하지도 못한다. 그러니까 한쪽은 말을 여러 번 했다고 주장하는데 다른 쪽은 그런 말을 들은 기억이 없는 것이다. 학교에서 듣기 싫은 수업을 들을 때도 마찬가지다. 교사는 여러 번 강조했다고 하나 학생은 들은 적이 없는 것이다. 같은 영화나 TV 광고를 보는데도 어떤 사람은 옷만 보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멋진 자동차만 보인다. 전자는 아마도 패션에 관심이 많은 사람일 게고 후자는 자동차를 매우 좋아하는 사람일 것이다. 배가 고플 때는 유독 먹는 광고가 눈에 띠고 밤 시간에는 속옷 광고가 잘 보인다. 저녁 시간대에 먹거리 광고와 속옷 광고가 많은 것은 바로 선택적 집중을 노린 전략이다. 배고플 때 마트에 가면 다른 상품보다 유독 먹을 것에만 주의를 집중해 식료품을 잔뜩 사오게 되는 것도 칵테일파티 효과 때문이다.

수업에 들어가기 전에 예습을 강조하는 것도 칵테일파티 효과로 설명할 수 있다. 이미 일별(一瞥)한 내용이기 때문에 수업시간에 그 내용이 나오면 주의를 집중할 수 있어 수업의 효과가 크게 나타나기 때문이다. 

네트워크마케팅에서 스폰서와 파트너들 간의 갈등과 분쟁도 칵테일파티 효과로 성명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스폰서는 어떤 말을 수없이 했다고 말하는데 파트너들은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고 말한다. 또 반대현상도 나타나는데 파트너들은 어떤 건의를 여러 번했다 하는데 스폰서는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주장한다. 누가 맞는 걸까? 둘 다 맞다. 이런 연유로 경청이 어려운 것이다.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들에게 경청을 강조하는 것도 그것이 인간의 본성을 뛰어넘는 차원의 덕목이기 때문이다.

랄프 왈도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은 말한다. “사람들은 그들이 볼 준비가 돼 있는 것만 본다(People only see what they prepared to see).”       
 

이성연 애터미경제연구소장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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