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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판매의 문제, 그에 대한 비판은 정당한가?다단계로 이뤄진 유통경로가 제품 가격을 높인다?
  • 이성구 전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장
  • 승인 2018.03.28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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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의 종사자들 간에는 다단계판매 내지 직접판매가 갖는 장점들이 아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다단계판매가 사기적 상술에 불과하다는 비판 역시도 일반화 돼 있습니다. 
이에 다단계판매의 문제들과 가능성을 돌아보면서 한편으로는 그에 대한 외부의 비판들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를 논의하고자 합니다. 

아마도 다단계라는 표현이 주는 오해 가운데 하나는 상품 판매가 다단계로 이뤄지고 단계별로 후원수당이 지급되므로 상품 가격이 비싸질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때때로 다단계 사기로 보도되는 사건들을 보면 부실한 상품을 터무니없는 가격에 파는 일들이 빠지지 않고 등장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갖게 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하지만 그런 문제들은 부실한 상품을 비싸게 파는 사기행위가 다단계판매를 이용하며 발생한 문제이지 다단계판매로 인해 상품가격이 비싸진 것이 아니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즉 사기성 판매를 위해 무리하게 많은 사람들을 동원하면서 비용이 많이 소요돼 가격이 비싸진 것이고 어쩌면 상품은 그러한 사기 행위를 거래로 가장하기 위한 장식물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다단계판매를 가장한 유통형식이 이러한 사기성 판매행위를 하는데 매력적인 측면이 있는지도 모른다. ‘당신이 허접한 상품을 비싸게 사더라도 유사한 방식으로 몇 사람에게만 팔면 당초 지출한 금액의 몇 배에 해당하는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부추겨 구매(혹은 투자)를 유도하는데 있어서 ‘다단계판매’는 거래 상대방을 설득하는데 좋은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기행위를 일삼는 판매자들은 겉으로 다단계판매에 유사한 형식을 취할 뿐 합법적으로 등록된 다단계판매회사가 아닌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다. 

과거 다단계판매로 유통되는 상품들 가운데는 제조원가 대비 소비자 가격이 비싼 상품들이 일부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해당 상품의 특성상 가격을 낮춰 소비자를 유인하고 판매량을 늘리기 어려워 다른 방법으로 마케팅을 하는데 많은 비용을 들이다 보니 가격이 비싸지는 것이지 다단계판매로 유통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진 것은 아니다. 

예컨대 다단계판매 유통에서 많이 취급하는 건강기능식품이나 기능성화장품 혹은 새로운 아이디어 상품의 경우 소비자들은 가격이 얼마인가 보다도 정말 효과가 있을까에 관심을 갖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제조원가나 유통마진을 낮춰 경쟁하기보다는 소비자가 믿도록 설득하는 마케팅이 가격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이러한 상품들은 다단계판매가 아닌 다른 유통채널을 통해 판매하더라도 엄청난 광고나 판매조직 관리에 비용을 투입하게 되고 제조원가에 대비해 소비자가격은 높아 질 수밖에 없다. 

유명 브랜드의 고급 제품들의 제조원가는 얼마나 될까? 다단계판매로 팔지 않는 이들 상품의 경우에도 제조원가는 소비자가격의 10% 내외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비싼 임대료의 화려한 매장과 상품 포장, 유명 모델을 동원한 엄청난 광고에 소요되는 비용이 제조원가보다 훨씬 더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게 무슨 낭비냐 할 수 있지만 소비자에게 믿음을 주고 감성에 호소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다. 만일 이러한 상품들을 허름한 매장에서 실용적인 포장으로 판매하며 가격을 낮추려 한다면 오히려 매출이 줄고 시장에서 퇴출될지도 모른다.

즉 이러한 상품들은 다단계판매로 유통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유통채널을 통해 판매하든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는 속성을 지닌 것이다. 말하자면 백화점이나 홈쇼핑을 통해 팔더라도 가격인하 경쟁보다는 매장을 고급화하거나 유명 인기 모델과 미디어를 활용하는데 엄청난 비용을 지출하면서 소비자의 감성을 움직이고 신뢰를 얻는 경쟁을 하게 된다.

따라서 다단계판매 상품은 여러 단계의 후원수당 지급으로 인해 가격이 비싸진다는 일부의 주장은 자칫 매장을 고급화하거나 광고비를 많이 지출하는 마케팅은 괜찮은데 후원수당을 지불하는 인적네트워크를 통한 마케팅은 나쁘다고 왜곡된 비판을 하는 셈이다.

더구나 다단계판매회사가 구태여 여러 사람에게 이익을 나눠주고 싶은 자선사업가가 아닌 다음에야 싼 가격으로 많이 팔수 있는 상품을 판매원들에게 후원수당을 많이 주기 위해 비싸게 팔지는 않을 것이다. 부분적으로 다단계판매에서 유통되는 상품이 간혹 인터넷을 통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되는 예를 들어 다단계판매로 인해 가격이 비싸진 것이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다단계판매 뿐만이 아니라 브랜드 관리를 위해 대리점 등 전속 유통채널을 유지하는 모든 상품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소위 재판매가격 유지행위와 관련된 문제로 공급자들은 적절한 가격을 유지해 마진을 보장함으로써 판매자들의 매장 디스플레이나 고객 관리 등 브랜드 가치 유지를 위한 활동을 장려하지만 판매자간 경쟁이 격화되는 경우 일부 판매자는 장기적 브랜드 가치 유지보다 단기적 매출확대에 나섬에 따라 제3의 유통채널을 통해 전속 유통채널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를 시도하며 나타나는 문제이다.

결론적으로 다단계판매는 여러 단계의 후원수당을 지불하다보니 상품가격이 비싸진다는 주장은 정당한 비판이 아니다. 물론 장기적으로 승급이나 후원수당 수령 등을 예상해 다른 유통채널로 구입하는 것보다 조금 비싸도 다단계판매를 통해 구입하는 경우는 충분히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믿을 수 있는 판매자에게 구입하는 것이 조금 비싸도 더 편리하다고 생각해 구매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것이다.      
 

이성구 전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장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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