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의 역습…치킨무와 콜라, 식전빵 등 무료서비스 중단, 배달료도 줄줄이 인상


# 회사원 김태현씨는 오랜만에 치맥을 즐기기 위해 단골 치킨집에 전화를 걸었다. “양념 반 프라이드 반, 무 많이요~”평소 같으면 ‘네 알겠습니다. 금방 가져다 드리겠습니다’했었는데 “콜라와 무는 각각 1000원인데 무를 하나 더 보내 드릴까요?”라는 대답이 돌아 왔다. 당혹스러운 주문 뒤에 배달된 치킨 봉지에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2월1일 부로 콜라와 치킨무 서비스를 유료로 전환합니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김태현씨는 “최저임금 인상의 후폭풍이 시작됐다”면서 “치킨 값은 오르지 않았지만 원래 제공하던 공짜 서비스가 유료화된 건 가격인상이나 다를 게 없다”고 토로했다.

 

점주가 나서서 가격 인상?

최저임금의 역습이 시작됐다. 2018년 1월부로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인상되면서 다양한 산업군에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최저임금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 등의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는 것. 특히 정부의 매서운 눈초리를 받고 있는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가격인상 눈치작전을 펼치고 있으며 특히 가격인상에 애를 먹고 있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의 경우 기존에 제공했던 다양한 무료 서비스와 쿠폰을 없애는 등 수지타산에 애를 먹고 있다. 더불어 배달대행 업체는 주문가격에 맞는 배달료 차등 적용이 시작됐으며 한 외식업체는 식전에 제공되던 빵을 아예 없애버렸다. 이처럼 최근 최저임금 인상의 여파로 가격을 올리거나 기존 서비스를 축소하는 사례가 쏟아지고 있는 모습이다.

패스트푸드 업계는 최저임금 인상을 대비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발 빠르게 가격인상을 시작했다. 실제 지난해 11월 롯데리아는 대표 제품 불고기버거의 가격을 3400원에서 3500원으로, 새우버거는 3400원에서 3600원으로 인상했다. KFC도 같은 해 12월 치킨과 햄버거·사이드·음료 등 24개 메뉴 가격을 100원부터 최대 800원까지 평균 5.9% 인상시켰다. KFC는 6개월 전에도 햄버거와 치킨 등 일부 메뉴에 대해 최소 400원에서 최대 900원, 햄버거 세트 가격은 400원~500원 올린바 있다. 모스버거 역시 지난 1월 일부 제품 가격을 최대 10.3% 인상했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인건비와 유류비, 매장 임차료 상승 등으로 가맹점에서 가격 인상을 지속적으로 요청해 왔다”며 “판매가 조정은 2년9개월 만으로 늘어나는 운영비용을 보전하기 위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정부 눈치로 인해 본사 차원에서 가격 인상이 이뤄지지 않는 치킨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가맹점주가 나서서 가격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한 치킨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정부가 가격 인상에 민감하다 보니 본사가 먼저 가격 인상을 이루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일부 지역에서 가맹점주들이 자체적으로 500원에서 1000원씩 가격을 올린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프랜차이즈 치킨 가격은 본사의 권장가격이 있기는 하지만 강제성이 없어 점주들이 가격을 올리거나 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아직까지는 소비자 불만을 살까 두려워 다른 업체들의 동향을 살피며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지만 스타트를 끊는 업체가 나오면 줄줄이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가격 인상이 힘들어진 일부 치킨 프랜차이즈 업체는 최근 무료로 제공하던 콜라, 치킨무 서비스, 배달료 심지어는 쿠폰에까지 가격을 붙여 논란의 중심에 섰다. 실제 소비자고발센터는 최근 교촌치킨, BHC, BBQ 등 유명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에서 콜라, 치킨무, 배달료 등 각종 서비스 품목에 가격을 붙이는 사례가 속속 제보되고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제공했던 품목을 지급하지 않거나 배달대행 등의 가격을 붙여 판매하는 식이다. 심지어 일부 가맹점은 10장 모으면 치킨 한 마리를 무료로 주는 서비스 쿠폰에까지 가격을 붙여 소비자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 같은 치킨 업체의 발악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배달료 인상도 주된 이유다. 실제 최근 서울지역에서 통상적으로 적용된 배달거리 1.5㎞당 대행료(수수료) 3000원이었지만 대다수 업체들이 1.5㎞당 3500원으로 16.7% 올렸다. 최저 시급과 오토바이 리스료(보험료) 등의 인상이 배경이다. 

더불어 최근 TGI프라이데이스는 무료로 제공하던 식전 빵 서비스를 지난 1월부터 중단했다. 대신 ‘BLT 나초칩’과 ‘토마토 부르게스타’ 등 새로운 식전 메뉴를 각 2000원으로 선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책의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현장에서 느끼는 목소리를 듣지 않는다면 최저임금을 빠르게 정착시킬 수 없을 것”이라며 “정부는 업계의 목소리를 수렴하는 한편 프랜차이즈 본사 차원에서도 인건비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안을 마련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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