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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판매의 문제,  그에 대한 비판은 정당한가? 다단계판매 상위판매원이 불로소득을 얻는다는 비판은 부당하다
  • 이성구 전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장 
  • 승인 2018.02.2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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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의 종사자들 간에는 다단계판매 내지 직접판매가 갖는 장점들이 아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다단계판매가 사기적 상술에 불과하다는 비판 역시도 일반화 돼 있습니다. 
이에 다단계판매의 문제들과 가능성을 돌아보면서 한편으로는 그에 대한 외부의 비판들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를 논의하고자 합니다. 

일반 사람들의 뇌리에 깊게 뿌리 내리고 있는 다단계판매의 부정적 이미지의 하나는 상위판매원이 하위판매원을 착취해 불로소득을 누린다는 것인데 어느 목회자의 「다단계판매에 대한 기독교 윤리적 비판」이란 글을 보면 잘 나타나 있습니다. ‘다단계판매의 또 다른 문제는 하부 판매라인에서의 거래가 상위 판매라인의 판매원에게 불로소득을 안겨주게끔 설계돼 있다는 데 있다. 다단계의 상층에 있는 사람은 하부 판매라인에서 이뤄지는 매출 가운데 일정 부분을 앉은 자리에서 취득한다. 이것은 ‘이마에 땀을 흘려서 떡을 얻으라’는 기독교의 노동윤리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하지만 일견 논리적으로 보이는 이 비판은 다단계판매나 유통 마케팅의 현실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서 나온 것입니다.

정말로 상위 판매라인이 하부 판매라인의 노력에 기생해 불로소득을 누리는 다단계판매회사가 있다면 그 회사에 하위판매원들이 참여할 까닭이 없습니다. 다단계판매회사도 서로 경쟁을 하는데 최초 판매원으로 가입하려는 사람들은 당연히 자신이 받을 후원수당에 대한 예상을 하면서 참여할 것이므로 계속 일해도 계속 자신의 위 라인에 이익을 빼앗긴다고 생각한다면 그러한 다단계판매회사를 선택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단계판매원으로서 크게 성장할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오직 자신이 직접 판매한 것에서만 이익을 얻고 하위판매원을 조직하고 관리하는 수입은 전혀 없는 다단계판매회사도 선택하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단계판매의 마케팅 활동은 자신이 직접 판매하는 노력과 다른 판매원들을 충원해 자신의 하부조직으로 네트워킹하고 관리하는 노력을 포함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즉 상위 다단계판매자의 수입이 불로소득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유통시장에서 마케팅 활동의 범위를 너무 좁게 파악해 직접 판매하는 활동 이상으로 중요한 판매채널이나 조직을 확충하고 관리하는 활동으로부터의 수입을 불로소득으로 치부하는 오류를 범하는 셈입니다. 그런 논리라면 대형마트나 편의점의 수입은 오로지 매장에서 직접 일하며 판매하는 사람들에게 모두 돌아가야 하고 본부에서 판매를 관리하는 사람들의 소득은 모두 불로소득이라고 비판받아야 합니다.

다만 문제는 다단계판매회사에서 판매원 가입을 부추기면서 마치 빨리 판매원으로 등록해 상위라인이 되면 평생 놀면서도 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식으로 과장함으로써 스스로 그런 비난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고 또 다단계판매원으로 가입하는 단계에서 해당 다단계판매회사의 후원수당의 분포 등을 정확하게 알 수 있어야 다른 다단계판매회사와 비교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것인데 정확한 정보들이 충분하게 제공되지 못하는 데 있습니다.

필자가 십여 년 전 그런 부분을 문제로 인식하고 법을 개정하면서 다단계판매회사들이 후원수당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도록 했지만 아직도 정보공개 내용이 판매원들이 알고 싶어 하는 수준에까지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우선 공정거래위원회가 정한 후원수당 관련 정보 공개기준이 모든 판매원(실제로는 대다수가 단순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그 기준에 따른 후원수당 지급 분포를 보면 대부분의 후원수당이 상위 1% 내외 판매원들에게 집중되는 것으로 나타나 극히 일부 상위판매원들이 후원수당을 독식한다는 일반의 오해를 더욱 굳어지게 하는데 실은 전체 판매원들 가운데 90% 이상이 후원수당에 큰 관심이 없는 소비자형 판매원들로 이들 전부를 대상으로 한 후원수당 분포에 관한 정보는 큰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후원수당에 관심을 갖고 가입하는 판매원은 전체의 약 10% 정도이므로 이들 사이에 후원수당이 어떻게 분포하는지 혹은 후원수당으로 생활이 가능한 판매원이 몇 명인지 등에 대한 정보가 유용한 정보라고 생각됩니다.

아쉬운 점은 공정위가 정한 후원수당 정보 공개기준에 따른 법적 공개 의무가 있기는 하지만 소비자나 판매원들이 원하는 정보의 공개를 막는 것은 아니므로 다단계판매회사들이 자발적으로 가입자들이 원하는 정보를 제공하면서 경쟁하면 되는데 아직 그러한 시도는 이뤄지지 않고 오히려 허위 과장된 정보로 판매원 가입을 유인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점입니다.

이런 정보의 허위 과장 혹은 비대칭성으로 인한 문제들은 비단 다단계판매 뿐만이 아니라 가맹점(프랜차이즈)이나 대리점 사업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는 문제들이고 투자액이나 들인 노력에 비해 실제 소득이 적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본사와 가맹점 혹은 대리점 간에 갈등이 발생하는 일이 많습니다. 마찬가지로 다단계판매에서도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 직접 판매활동을 하고 조직을 관리했는데도 수입이 당초 예상에 못 미치는 일들이 일어나고 다단계판매 피해의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마케팅 담당 간부들이 직접 판매 활동을 하기 보다는 그러한 판매활동을 지원 관리하며 판매활동의 성과에 따라 보수를 받는 것처럼 다단계판매에서도 유능한 판매원의 직접 판매 활동만큼 그러한 판매원을 유치하고 관리하는 활동 역시 중요한 것이고 하위 판매라인의 판매실적이 그 하위판매원을 지원 혹은 관리하는 상위판매라인의 후원수당(소득)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어찌 보면 모든 유통조직에 적용되는 기본 원칙을 가지고 유독 다단계판매에서만 착취니 불로소득이니 하며 비판하는 것은 부당한 것입니다.      
 

이성구 전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장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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