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여성 도착하다> 展

최근 남녀평등을 외치는 페미니스트의 ‘페’짜만 나와도 여성혐오이니 남성혐오니 나뉘는 모습이 심상치 않다. 이 여파로 문화계의 화두로 떠오른 ‘페미니즘’을 본격적으로 말하고자 덕수궁 안에 <신여성 도착하다> 展이 열렸다. 조선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의 그림을 포함한 500점의 신묘한 여성이 담긴 그곳으로 운치 있게 돌담길 걸으며 가보길.

여자이기 전 사람이로소이다
‘경희도 사람이다. 그 다음에는 여자다. 그러면 여자라는 것보다 먼저 사람이다. 또 조선 사회의 여자보다 먼저 우주 안, 전 인류의 여성이다.’
다음은 《여자계》에 발표된 나혜석의 단편소설 중 일부 구절이다. 여성최초의 서양화가는 그림 뿐만 아니라 글도 꽤 잘 썼던 모양이다. 이밖에도 그녀는 강요당했던 ‘여성의 정조’에 대해서도 ‘도덕도 법률도 아닌 오직 취미’라는 등 당대 사상에 논란을 던지는 여럿 글을 펴냈는데 그중 하나가 여성 최초 이혼고백서다. 시대의 편견과 맞서기위해 다소 파격적이었던 그녀의 글을 읽다보니 당돌한 여인의 그림 또한 궁금하진 않은가? 바로 덕수궁 안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일단 전시장에 들어서면 100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떠나게 된다. 연도가 쓰여 있는 계단을 한층 한층 오르면 1920년에 도착. 당시 ‘신여성’을 목격하게 된다. 신여성은 1890년대 주체적인 여성을 뜻하던 영국의 ‘뉴우먼(NEW Woman)’에서 시작해 일본을 타고 국내로 넘어왔다. 근대 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수동적 삶에서 벗어나 신문명의 주축이 됐는데 사상만 근대화가 된 것이 아니라 숏 컷에 뾰족구두, 양장을 입는 등 외향적인 변화도 컸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사회 시선은 곱지만은 않았는데. 오래전부터 이어진 가부장제에 일제강점기의 제국주의, 식민주의가 지배적인 상황에서 발생한 문화적 충돌은 기존의 기득권의 시선으로 여성이 풀이되기 시작했다. 즉 당대의 신여성의 의미는 근대문물의 영향으로 유행을 적극 소비를 하는 여자를 뜻한다. 철저히 남성의 성적대상화가 되거나 지금의 ‘김치녀’, ‘메갈’ 등과 같이 비판과 조롱이 담긴 ‘여성혐오’을 나타내는 상징과 같았다.
이때 나혜석이 말한 신여성은 달랐다. 오늘날 열린 <신여성이 도착하다> 展의 신여성 쓰임 또한 나혜석이 말한 의미로 일맥상통한다. 조롱거리로 여겼던 남성중심 시각에서 벗어나 현대 시각에서 근대성을 다시 보자는 의도. 여성의 시각에서 신여성을 바라보는 최초의 전시로 기획됐다.
현재 여성의 권리는 과거에 비해 놀랄 만큼 높아졌다. 여전히 대다수의 여성들이 개인의 삶을 살기 전 누군가의 아내이자 변함없이 어머니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 희생이 당연하다는 듯 여겨지는 사회는 아니다. 여기서 전하고 싶은 말은 과거 1920년대와 달리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장족의 변화가 있다는 것. 사회에 대한 인식과의 싸움. 다문화, 동성애, 장애 혹은 그게 무엇이 됐든, 틀 안에 나를 가두지 않고 맞서 싸우는 용기가 있다면 언젠간 변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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