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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인심이 가득한 곳 여주 5일장 나들이
  • 글· 사진_ 여행작가 임운석
  • 승인 2018.02.0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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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한파는 매섭고 봄소식은 까마득하다. 그러나 사람냄새 물씬 나는 이곳은 웃음꽃이 피었다. 민족최대 명절 설날을 앞두고 찾은 여주오일장은 왁자지껄 오고가는 사람들로 활기차다. 장터 곳곳 때깔 좋은 물건들이 가지런히 놓여 손님 맞을 채비를 끝냈다. 고소한 기름향 배인 음식냄새가 지나가는 행인의 발목을 붙잡는다. 시골인심 가득, 사람냄새 물씬한 여주 오일장을 다녀왔다.

설날 앞둔 대목 풍경

민족최대의 명절 설날을 앞두고 여주 5일장을 찾았다. 올해는 북극에서 내려온 한기가 심상치 않다. 쌀쌀한 날씨에 꽁꽁 언 동태처럼 상인들의 몸도 움츠렸다.
“지금은 시간이 조금 일러서 그렇지 점심때가 지나면 발 디딜 틈이 없을 걸. 내 말이 맞나 틀리나 두고 보라고.” 여주 5일장이 시작되는 중앙통 입구에서 잉어빵과 풀빵만 20년 넘게 팔아온 할아버지의 호언장담이다. 1톤 트럭에서는 오늘 판매할 물건을 내리느라 정신이 없다. 상인들이 내려놓는 물건들은 양곡, 건어물, 야채 등 푸짐한 먹거리부터 솥뚜껑, 칼갈이, 가위 등 생활용품까지 없는 것 없이 다양하다. 장터가 끝나는 여주농협 사거리 너머에는 이제 갓 어미젖을 뗀 순둥이 진돗개와 풍산개, 장닭이 새 주인을 만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판매할 상품에 각을 잡고 줄을 맞춘다. 어디서 상품디스플레이 교육과정을 수료했는지 그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시곗바늘이 10시를 넘기자 어디서 연락을 받고 왔는지 장바구니를 든 할머니, 아주머니들이 시장으로 들어선다. 잉어빵 할아버지의 호언장담은 거짓이 아니었다. 활기를 띈 시장은 물건 흥정하는 사람, 구경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리기 시작했다.

여주의 명물은 따로 있다

 여주 시장의 진짜 명물은 생활의 달인에 버금갈 시장상인들이다. 시장 상인들 사이에는 ‘최소 10년 이상 여주장에서 장사를 해야 명함을 만들고, 20년 이상은 해야 명함을 내밀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다. 건어물과 생활용품을 함께 취급하는 주인은 여주장, 용인장, 이천장 세 곳만 다닌다고 한다. 그중에서 여주장이 제일 알토란이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여주장에서 잔뼈가 굵은 젓갈가게도 유명하다. 장날에만 서는 노점이지만 연간 매출이 수억원에 이르는 중소기업 사장님이 부럽지 않는 곳이다.
출출한 배를 채우기 위해 국밥골목을 찾았다. 좁다란 골목에 국밥집이 오순도순 모여 있다.  50년 동안 순댓국과 소머리국밥을 끓여온 국밥집답게 맛이 깊고 구수하다. 장터에 오면 어김없이 순댓국에 소주를 한잔하고 간다는 할아버지. 그 옆에서 뭔가 부스럭거린다. 집에 암탉이 일곱 마리가 있는데 유정란을 만들려고 장닭을 샀단다. 인사만 건넸을 뿐인데 소주 한잔하라며 잔을 건넨다. 제 갈 길 바쁜 요즘 도시 사람들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시골인심이다. 알싸한 소주 한 모금이 목젖을 타고 넘어가는 동안 여주 5일장의 훈훈한 정도 함께 넘어간다. 여주장은 고려 때부터 장이 열린 역사가 깊은 곳이다. 여주에서 가장 번화한 곳에 장이 열리는 덕에 전통 5일장과 현대식 상가가 조화를 이룬다. 야간에는 중앙로 거리를 밝히는 루체비스타가 빛을 뽐내 시장의 분위기를 한층 밝게 만든다. 또한 거리 곳곳에 조각상이 전시돼 있어 문화의 거리로 자리매김했다. 방문자들의 편이를 위해 무료주차장이 구비돼 있고 차 없는 거리로 운영된다. 여주장은 끝자리가 5, 10일로 끝나는 날 열린다.

글· 사진_ 여행작가 임운석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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