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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판매의 문제, 그에 대한 비판은 정당한가?규제 처벌 강화는 답이 아니다
  • 이성구 전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장
  • 승인 2018.01.31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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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의 종사자들 간에는 다단계판매 내지 직접판매가 갖는 장점들이 아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다단계판매가 사기적 상술에 불과하다는 비판 역시도 일반화 돼 있습니다.
이에 다단계판매의 문제들과 가능성을 돌아보면서 한편으로는 그에 대한 외부의 비판들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를 논의하고자 합니다.

다단계판매에 대한 가장 근본적인 비난 중의 하나는 피해가 많으니 원천적으로 금지시키든지 규제를 강화하고 엄벌에 처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역사적으로 폰지 혹은 피라미드사기로 불리는 것들이 외형상 다단계판매에 흡사한 조직을 활용한 연유로 인해 다단계판매하면 사기피해를 떠올리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과 관련해 첫째로 과연 다른 유통방법에 비해 피해가 가장 많은지부터 살펴 볼 필요가 있다.
10년 전쯤 다단계판매업체 제이유 사건을 수사한 검찰이 단군 이래 최대 사기사건이라고 떠벌였지만 업체의 매출액 전체를 피해 금액으로 과장한 것이고 실제 소비생활에 쓰이거나 후원수당으로 환원된 금액을 제외한 순수한 피해액은 정확하게 파악되지도 않았다.
마치 도박 범죄를 검거한 경찰이 매회 오간 금액을 모두 합쳐 판돈으로 과장해 발표하는 것과 별로 다를 게 없다. 더구나 근래 다단계판매 사기라고 언론을 장식한 사건들은 거의 대부분 등록된 다단계판매 업체가 아니라 유사수신행위나 미등록 불법다단계업체의 사고들이다.
소비자의 피해신고 건수가 매우 많다는 것을 다른 이유로 들기도 하지만 지난 2002년 공제조합 설립 이후 다단계판매 피해신고 건수는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적어도 통계 수치상으로는 다단계판매의 피해발생 건수는 오히려 다른 유통 채널에 비해 적은 편이다. 따라서 피해규모에서든 피해신고 건수에서든 다단계판매에서 소비자피해가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주장은 실증적 근거가 희박하다.
둘째로 백보 양보해 다단계판매의 피해가 매우 크다 하더라도 과연 원천적으로 금지하면 피해가 막아질 수 있을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제이유 사건 이후의 대규모 다단계판매(?) 피해 사건이란 것들이 정확히는 다단계판매업체가 아닌, 이미 법으로는 금지된 미등록 업체의 불법행위에서 비롯된 것들이다. 즉 금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불법행위가 일어난 것이지 법적으로 허용한 결과 발생한 피해가 아니라는 점이다. 더구나 이러한 불법행위들에 대한 형사벌은 대체로 5년 이상 징역형에 벌금도 매우 높아 어떤 유통관련 범죄에 비해서도 강한 편이므로 처벌이 약해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더구나 법적으로 허용된 다단계판매라 하더라도 다른 유통방법과 비교해 훨씬 강한 규제와 함께 위반 시 엄한 처벌을 하고 있다. 특히 후원수당 규제나 단위 상품 판매가격 상한 규제와 같이 위법성의 판단이 쉽지 않고 자유 시장경제에서 당연히 허용돼야 기업 활동을 형사적으로 처벌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나 시장경제의 원칙이라는 헌법 규정에도 어긋나는 것이지만 그러한 규제들은 건전한 사업가들을 위축시키고 다단계판매 유통에서의 자유롭고 공정한 경쟁을 막아 오히려 소비자피해로 이어질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다단계판매와 관련해 발생하는 소비자피해 문제의 발생원인은 규제가 미흡해서도 처벌이 약해서도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역설적으로 강력하게 규제하고 처벌을 강화할수록 다단계판매의 소비자문제는 더 커질 수도 있다. 왜냐하면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다단계판매에 뛰어드는 사업자들은 그만큼 모험적일 가능성이 높고 처벌이나 제재를 우려하는 사업자들은 이 업종에 진입하기를 꺼리게 될 것이므로 자연스럽게 위험 부담이 높은 거래들이 많이 일어나는 시장 환경이 형성된다.
따라서 다단계판매의 소비자문제를 줄이기 위해서는 첫째로 불필요한 규제를 줄여 다수의 건전한 사업자들이 다단계판매 유통기법을 활용해 경쟁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둘째로 형사벌은 누구나 쉽게 지킬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어겨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 경우에 한정해야 한다. 실수로 혹은 불명확한 기준을 기키지 못했다거나 소비자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행위에 대해 형사 벌을 부과하는 것은 범법자를 양산해 시장을 위축시킬 뿐 소비자들에게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한다.
그리고 감독기관의 권한을 강화하고 사업자들을 위축시키는 규제나 처벌보다는 소비자들의 권리를 강화하는 것이 소비자피해를 막는 바람직한 방법이다. 소비자들이 판매하는 상품에 관해 정확한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하고 판매원들에게 후원수당이 어떻게 지급되었고 될 것인지를 투명하게 하는 한편 후원수당에 관한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거나 허위과장 광고 또는 하자 있는 상품으로 피해를 당한 경우 손해배상을 충분하고 신속하게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사업자들의 영업활동에 대한 규제와 처벌을 강화하기보다 소비자피해가 발생하는 경우 확실하게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필자가 십여년 전 실무담당자로서 과도한 형사벌 규제를 완화하고 공제조합을 비롯한 소비자피해보상보험제도와 함께 후원수당에 관한 정보공개제도를 마련한 것은 그런 취지에서였다. 검찰이나 경찰 혹은 공정위가 완장을 차고 소비자들을 대신하려기보다 소비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다단계판매시장의 건전한 성장은 물론 질서를 바로잡는데도 더 좋은 방법이다. 또한 소비자(혹은 판매원)들의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한 다단계판매 유통에서 소비자피해를 방지하는 시장 환경을 조성하고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은 업계 전체에도 이익이 된다.     

이성구 전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장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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