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카트에 챙겨서 넣고, 계산대로 나온다. 별도의 과정 없이 계산이 끝나있다. 매장 곳곳에 사물인터넷(IoT) 센서와 인공지능(AI)이 소비자의 쇼핑목록을 자동으로 인식해 계산한 것이다. 이 매장에서는 재고가 떨어지는 일도 좀처럼 없다. 창고에서 AI가 재고수준을 판단해 자동으로 주문을 넣는다. 또 매장 상품들은 로봇이 자동으로 진열해 놓는다. 이 매장은 아마존의 오프라인 무인매장 ‘아마존고’다. 이미 현실로 와 있는 ‘유통 4.0시대’의 도래를 보여준다.
아마존고는 4차 산업혁명의 기반 기술들을 활용해 유통 4.0시대를 시현했다. 이를 통해 거래비용이 크게 절감됐고, 제조사와 고객 간의 정보 비대칭성도 완화했다. 다른 유통매장에 비해 압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
반전은 다른 곳에 있다. 유사한 면적의 전통적인 매장에서 90여명의 인력이 필요한 업무를 아마존고에서는 단 6명이 해낸다. 압도적인 기술이 무수한 사람을 대신했다.
유통 4.0시대의 도래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두려움이 있다. 괜한 우려라는 시각도 있다. 역사적으로 모든 기술혁신이 처음에는 기존 일자리를 없애는 것으로 보였지만 결국 다른 차원의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졌다는 주장이다. 
그렇다고 해도 유통 4.0시대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쉽게 사라지지는 않는다. 살아가기 위해 일을 해야 하는 많은 사람들의 불안감은 커진다. 로봇이 사람의 일을 대체해 온 것은 20세기 이후 점진적으로 지속됐다. 이미 제조업의 상당부분에서 산업로봇은 사람의 일을 대체했다.
유통업은 서비스업이어서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인간의 감성이 요구되는 업이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로봇의 영역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었다. 그런데 AI가 등장했다. AI는 인간의 감성도 학습을 통해서 체득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롯데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무인점포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를 열었다. 올해 2호점 준비에 착수한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에 직원이 전혀 없지는 않다. 상품 진열과 관리 직원이 있다. 무인점포라고 부르는 이유는 정산을 사람이 아닌, 무인 계산대가 하기 때문이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에 적용된 무인 계산대는 편의점은 물론이고 대형마트 등으로 확대될 것이다. 계산원 일자리의 감소가 자연스레 예상된다.
로봇과 인간이 일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것이 아닌 상생의 해법은 없을까. 정답은 제시되지 않았지만 경제학자들과 미래학자들은 업종을 포괄하는 ‘사회적 합의’를 주목한다. AI로봇이 인간의 일을 상당부분 대체하는 것은 기술의 발달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로 전제한다. 하지만 ‘사회적 합의’가 선행된다면 인간이 보다 더 행복해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무인 자동차의 등장으로 택시 기사들이 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개인택시 기사들이 무인 택시를 운전하는 인공지능 로봇의 소유권을 갖고,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을 얻는 방식으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법·제도가 마련되면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주요 업무가 ‘운전’을 대신하는 인공지능 로봇에 대한 ‘관리’로 바뀌는 것이다. 과거보다 힘은 덜 들고, 수익은 유지되는 그런 구상이다. 사회적 합의를 적극적으로 이끌어 낸다면 유통 4.0시대는 로봇과 인간이 상생하는 ‘일자리 4.0시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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