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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판매, 그에 대한 비판 정당한가?
  • 이성구 전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장
  • 승인 2018.01.02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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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의 종사자들 간에는 다단계판매 내지 직접판매가 갖는 장점들이 아주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다단계판매가 사기적 상술에 불과하다는 비판 역시도 일반화돼있습니다.
이에 다단계판매의 문제들과 가능성을 돌아보면서 한편으로는 그에 대한 외부의 비판들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를 논의하고자 합니다.

과거 방문판매등에관한법률의 전면 개정 실무 담당자가 다단계판매업계로부터는 보험제도의 도입으로 부담이 늘었다는 불평과 일부 시민단체 인사들이나 단속에 골몰하는 검찰 측 인사로부터는 업계에 유리한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는 오해로 공직 생활에도 큰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이 업계에 오래 몸담아 온 사람들에겐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사회적으로 다단계판매에 대한 긍정적 의견을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데는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다단계판매가 때로는 다수 소비자들에게 피해나 불편을 주고 판매원들에게도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입히기도 한다는 비판자들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곧바로 다단계판매를 불법화해야 한다거나 규제나 처벌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다단계판매로 일확천금을 꿈꾸는 것만큼이나 위험한 생각입니다.
민주주의도 때로는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과 갈등을 일으키지만 그렇다고 독재가 좋다거나 언론의 자유를 없애자고 할 수 없는 것처럼 일부 피해사례만을 열거하며 다단계판매를 이 땅에서 몰아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조할 수 없는 것입니다.
어찌 민주주의에 다단계판매를 비유하느냐고 불쾌해 한다면 비교 대상을 낮춰 고리대금업의 경우를 가지고 생각해 봅시다. 고리대금업이 나쁘다고 비난하지만 실은 제도권 금융에서는 거래 대상도 되지 않는 금융소외 계층이나 사업자들에 대한 금융거래를 담당하는 것이 고리대금업이라는 점을 생각한다면 주관적인 도덕적 잣대로 복잡한 시장 경제 현상을 비판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다단계판매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단순히 피해사례를 들며 다단계판매를 비난하기에 앞서 왜 다단계판매가 시장경제의 유용한 유통·마케팅 기법의 하나로 자리 잡아 성장하고 있는지 그리고 다단계판매를 없애거나 엄격하게 규제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지를 반문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단계판매에 대한 비판
지금까지의 다단계판매에 대한 비판들을 정리해 보면 ①다단계판매는 다수 판매원,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므로 규제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②다단계판매는 소수 상위판매자의 불로 소득을 위해 다수가 희생하게 된다. ③판매원에게 다단계판매로 지급되는 후원 수당은 상품가격에 전가돼 품질이나 내용에 비해 가격이 비싸진다. ④연고판매 내지 구매강요로 인해 인간관계를 해치고 정보화, 4차 산업 혁명시대에 뒤 떨어진 마케팅 방식이다. ⑤ 다단계판매로 늘어나는 매출이나 일자리는 다른 방법으로 유통할 수 있는 것을 비효율적인 유통으로 대체하는데 불과해 국민경제에 기여하지 못한다 등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단위 상품가격과 후원수당 제한, 장기의 청약철회 보장, 피해보상보험제도 등 어떤 유통방법에 비교해서도 규제는 강한 편이고, 3~5년에 이르는 형사벌과 거금의 벌금 등 강력한 처벌이 존재해 적어도 규제나 처벌이 느슨해 피해가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상위 판매원은 상품을 직접 팔지 않아도 후원 수당을 받아 하위 판매원을 착취한다고 비판하지만 기업의 마케팅 담당 간부들의 소득은 그가 직접 판매 활동을 해 얻은 소득이 아니라 그가 관리하는 영업조직의 활동에 의한 것이고 유능한 판매원이 기여하는 만큼 판매원을 유치하고 관리하는 사람이 기여한 바도 큰 것입니다.
그리고 다단계판매로 후원수당을 지급하기 때문에 상품 가격이 비싸진다고 하지만, 가격 경쟁보다 마케팅이 중요한 상품의 경우에는 다단계판매 상품이 아니더라도 광고비, 판촉비, 고율 유통 마진 등으로 엄청난 마케팅 비용이 지출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광고, 판촉비 혹은 유통마진으로 지출하는 것은 괜찮은데 후원 수당은 문제가 된다는 주장은 곤란합니다.
다음으로 연고 판매나 구매 강요의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인터넷 시대의 각종 SNS를 통한 연결과 소통도 결국엔 인적 네트워크를 기초로 출발하고, 인터넷과 인적 네트워크가 결합될 때 더 커다란 힘을 얻게 되며, 상품에 대한 관심을 매개로 한 다단계판매의 휴먼 네트워크는 오히려 인터넷 시대에 더 큰 마케팅의 동력을 얻게 됩니다.
끝으로 다단계판매가 아니라도 상품을 유통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주장은 언뜻 그럴듯해 보이지만, 대규모 광고와 거대 판매조직을 통해 판매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이 새롭게 개발한 상품을 시장에 소개하는데 있어 다단계판매가 유용한 유통채널이라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고 오늘날 우리 경제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된 중소기업과 일자리 문제의 해결에도 상당히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이상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다단계판매의 문제로 지적하는 것들은 비록 그러한 문제들이 다단계판매에서 현저하게 나타나는 것이 사실일지라도 다단계판매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기보다는 일반적으로 기업조직과 경쟁사회 내지 사회 문화가 갖고 있는 보편적인 문제이며, 다단계판매를 규제한다고 그러한 문제가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른 형태로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또한 다단계판매에서 취급하는 상품들을 보면 그저 매대에 진열하고 가격만 싸면 팔리는 상품들이 아니라 소비자와 판매자 간에 신뢰와 소통이 요구되는 상품들임을 알 수 있는데, 다단계판매는 이러한 상품들의 마케팅에 필요한 막대한 광고비나 거대 판매시설을 대체하고 위험부담을 줄이는 중요한 수단일 수 있습니다.
다음 호부터는 앞서 열거한 다단계판매의 문제에 관한 5가지 비판에 대해 과연 정당한 것인지를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이성구 전 공정거래위원회 서울사무소장  webmaster@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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