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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권에 들어오는 가상화폐 규제 ‘진통’
  • 김정우 기자
  • 승인 2017.12.03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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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화폐는 새로운 시장이다. 기존 화폐시대에서는 화폐 제조 및 유통과정에서 민간기업이 제한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는 성역으로 존재해 왔다. 4차 혁명을 앞둔 현재, 디지털 시대에서는 가상화폐가 수많은 연관시장의 생성을 가능하게 한다.

국내 금융당국에서 규제에 나설 방침이다. 법제화를 서두르는 것인데, 육성은 없고 단속만 있다. 업계의 반발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학계에서 지원사격 중이다. 홍승필 교수(성신여자대학)는 “국가차원에서 블록체인 규제의 선제적 완화 등 관련법 체계 정비를 통해 블록체인 시범사업을 활성화하고, 글로벌 표준을 마련해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암호화된 코드 형태로 존재하는 가상화폐는 실물로써 가치가 전혀 없는 명목 화폐를 뜻한다. 그런데도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과 같은 가상화폐는 이미 통용된 화폐로 자리매김했다.

이미 전 세계적으로 740여개의 가상화폐가 등장했고 이중 667개의 가상화폐는 실제로 거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WF)에서는 올해 안으로 전 세계 은행의 80%가 블록체인을 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많은 전문가들이 금융 분야에서 가상화폐가 제4차 산업혁명의 대표주자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가상화폐 시세 정보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최근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규모는 1680만 달러(191조원) 가량으로 지난해보다 12배 이상 급증했다.

빠른 성장은 부작용을 불러왔다. 지난 11월 가상화폐 거래소의 서버 다운으로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집단 소송에 나서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우려됐던 가상화폐 시장의 리스크가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는 중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금융당국은 법적 규제의 갈림길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어 가상화폐 투자자들이 혼란 속에 있다.

금융위원회는 가상화폐를 인정하지 않고 투기성 요소만을 걸러낸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적 테두리 안에 들여놓지 않고서는 규제의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의 접속장애 피해자들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빗썸을 상대로 한 집단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피해자 모임 인터넷 카페에는 개설 일주일만에 7000여명이 참여했다.

사건은 지난 11월 12일 오후 4시쯤 비트코인캐시 등의 가격이 급등락하고, 빗썸 서버가 다운되면서 발생했다. 비트코인 캐시는 서버 다운 직전까지 280만원까지 치솟았다가 하루만에 41% 가량 가격이 급락하는 등 롤러코스트를 탔다.

피해자 모임에 가입한 이들은 비트코인 캐시 가격이 최고점에서 급락하며 매도시기를 놓쳐 피해가 확산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소의 서버 다운과 널뛰기 시세에 피해자가 속출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피해가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시스템 안정성이 높지 않아서 가상화폐 가격이 급등락하면서 과부화가 종종 일어나는 것이다.

임혜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비트코인 캐시가 고점에 근접했던 12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에 서버 장애가 발생했고, 일부 투자자들이 피해보상을 요구하며 집단 소송에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빗썸은 거래량이 폭증하면서 일시적으로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하지만, 그 사이 비트코인캐시 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상화폐 거래에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시장 규모는 급속히 커지고 있다. 빗썸을 포함한 가상화폐 거래소의 거래 규모는 조단위를 넘어섰다. 여기에 신규 진출한 가상화폐 거래소에서는 취급 가상화폐를 확대하고 있다.

코인네스트의 경우 11월 24일 엔터테인먼트 코인 ‘트론’을 국내 최초로 상장한다고 발표했다. 트론은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 콘텐츠 엔터테인먼트 생태계 구축을 위한 프로토콜로 지불, 개발, 신용거래 등의 기능을 제공한다. 개발 중인 가상화폐의 거래까지로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팽창 속 규제 사각지대

가상화폐 시장의 빠른 확대 속에서도 금융당국은 이제 대한 감독 계획이 현재 마련돼 있지 않다. 빗썸 서버다운 사태만 해도 금융위는 감독이나 조사를 실시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금융위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 규모가 늘어나고, 가격도 폭등하면서 투기 요소가 많고 유사수신과 해킹 등의 범죄로도 이어지고 있다”며 “현재 가상화폐는 금융화폐도 금융투자상품도 아니다. 정부는 거래를 권장하지 않고 하더라도 본인 책임하에 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의 이 같은 입장은 가상화폐 거래 관련 규제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빗썸 측은 기업 차원에서 보상을 검토하고는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 또한 논의단계로 피해자들과의 갈등이 불가피하다.

현재 가상화폐 거래소는 인터넷쇼핑몰과 같은 통신판매업으로 분류돼 있어서 금융당국의 감독 대상이 아니다. 물론 금융당국이 아예 손을 놓고 있는 것은 아니다.

김용범 금융위 부위원장은 최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한국금융연구원-한국증권학회 공동 정책심포지엄’에 참석해서 “(금융당국이) 가상화폐 입법화를 위해 많이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 기반 금융거래 규제 필요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김 부위원장은 “지금보다 처리속도와 효율성이 높아진 새로운 블록체인 기술이 나오면 중앙집권적인 시장 시스템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며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고 이뤄지는 금융거래를 어떻게 규제·감독해 시장 안정을 유지할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부위원장은 “당국은 이런 거래가 일상화된 상황에서 누가 고객에 대해 책임져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기존 법규와 사법 절차로 규제할 수 없기 때문에 제도 체계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새로운 법 체계를 만들어서 규제를 해야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딜레마가 있다. 가상화폐를 법 규제의 틀에 들여다 놓는 것 자체가 가상화폐를 정부가 공인하는 셈이라는 인식이 업계에 있어서다. 가상화폐의 정부 공인 이슈는 최근 가상화폐의 가격이 급등하는 한 배경이기도 하다.

금융위가 지난 9월말 ‘가상화폐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 회의 직후 “정부의 입법조치는 가상화폐 거래를 제도화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고 굳이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가상화폐 거래와 관련한 법을 만드는데 ‘제도화’는 아니고, 이를 규제만 하겠다는 의미이다. 당장 업계와 학계의 반발이 거세게 나왔다.

 

금융당국, ‘가상화폐 규제 = 제도화’ 인식에 부담

김형주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이하 협회) 이사장은 “가상화폐 취급업자를 선별하지 않고 일반화해 준범죄자로 취급하는 정부의 태도는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고 발끈했다.

김 이사장은 이어 “정부가 4차 산업혁명위원회를 출범해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는 이때 블록체인 기술 활성화를 통해 제4차 산업혁명에 있어 국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정부 스스로 박탈해 버린다면 결국 국가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조치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협회는 가상화폐의 무조건 금지가 능사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협회에 따르면 현행 법안 개정 전에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처들은 ICO(초기코인공개)의 경우 회계법인의 사업 타당성 조사, 가치 판단과 3자 예치를 통한 자금 관리 감시 등의 임시 조치를 통해서도 현재의 문제는 상당수 해결될 수 있다.

중국의 임시조치를 제외하고 전 세계 많은 나라들이 규제를 하고 있지만 ICO를 금지한 것은 아니다. 외부 회계 법인이 ICO 과정을 감사하는 등 ICO에 있어 부적절한 사례를 막기 위한 방법은 매우 다양한데 이번 조치는 그에 대한 검토와 협의 등의 절차가 없어 유감을 표했다.

오정근 건국대 특임교수도 “글로벌 추세 속에서 ICO와 거래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단속부터 하면 한국의 가상화폐와 이를 이용한 블록체인 기반 벤처·스타트업 발단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가상화폐 관련 사고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이 규제 장치 마련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면서 “가상화폐 산업에 대한 선제적 규제가 핀테크 산업의 높은 장벽이 될 수 있다는 지적과 규제 사각지대에 놓인 가상화폐 거래소의 안정성 우려가 충돌하면서 금융당국이 여전히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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