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은 무섭다.” 국내 한 가상화폐 거래소 한 임원의 말이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의 가격이 폭등하는 현상에 대한 단상이다. 이 임원은 ‘1억짜리 피자’를 말했다. 수년 전에 본인이 가지고 있던 100 비트코인으로 피자 한판을 사서 먹을 수 있었는데, 그게 지금 1억원의 가치를 가지게 됐다. 당시에 사서 먹은 피자 한판 가격이 1억원이었다는 의미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가상화폐는 ‘국가 개입이 없는 대안화폐, 다음 세대의 상징’이 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진단이다. 다가 올 미래의 가치를 현재에 예단하기 어렵다. 그래서 가상화폐 가격의 급증을 ‘거품’이라고 쉽사리 매도하지 못한다.
‘거품’으로 단언하는 이들은 주로 주류 경제학자들이다. 영국 러프버러대 앨리스테어 밀네(금융경제학)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내 눈에는 거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밀네 교수는 “자산 가격이 적정한지를 따질 때 순이익 등을 바탕으로 하는데, 비트코인 등에는 비즈니스가 없다. 가격 등락 외에 순이익이 발생할 구석이 없지 않는가. 적정 가격을 논하기 힘든 대상”이라고 말했다. 적정 가격을 논하기 어려운데 가격은 치솟으니 ‘거품’일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거품은 터져야 거품인 걸 안다.” 튤립 버블 등 근·현대 경제사의 경험에서 확립된 경제학 원론에 나오는 문구다. 가상화폐가 거품이라면 그 거품은 언제 터질까.
자신 있게 답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다만 증시의 폭락이 거리의 청소부까지 모두 거래소 앞에서 주식을 사기 위해 긴 줄을 만들면 기다리고 있을 때부터라는 조언은 참고할 만하다. 가상화폐에 투자해 수백 배의 돈을 벌었다는 영웅스토리가 확산되는 것은 그 선행 징후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지금 눈앞의 가상화폐 가격에만 초점을 맞추지 말고, 거품이 빠진 이후 나타날 새로운 변화에 주목하고 말한다. 실상 가상화폐는 블록체인이라는 패러다임 전환이 기대되는 기술을 활용한 하나의 서비스일 뿐이다.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의 개념을 혼동하지 말라는 조언도 같은 맥락이다. ‘블록체인 노믹스’의 저자 오세현은 “블록체인이 23년 전의 넷스케이프 등장만큼이나 사회 전반에 걸쳐서 파괴력이 클 것이라고 예측한다면, 억측일까”라고 묻고 있다. 넷스케이프로 시작된 인터넷이 정보의 사용을 용이하게 함으로써 세상에 영향을 미쳤다면, 블록체인은 정보에 신뢰성을 제공함으로써 지금의 세상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진단이다.
닷컴거품 붕괴 이후 수많은 1세대 닷컴기업이 사라졌지만 인터넷 시스템 자체를 구성하는 다양한 기술은 남았다. 가상화폐 이후에도 블록체인 기술은 남을 것이다.
화려한 꽃잎이 떨어져도 가지와 뿌리는 남아서 다시 꽃을 피운다. 가상화폐 열풍이 한반도를 휩쓸고 있는 현재 주목해야 할 자연의 순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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