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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 여자, 바람 그리고 길 제주 올레를 걷다
  • 글· 사진_ 여행작가 임운석
  • 승인 2017.10.31 1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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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50여분간 비행기로 날아가면 닿는 남국의 섬, 제주도. 수없이 많은 여행지가 개발되고 우후죽순 건물이 들어섰지만 제주도는 여전히 건재하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화산섬의 신비로운 자태를 보려면 올레길 만한 게 없다. 올레길 1코스에서 제주도의 진가를 확인해 보았다.

명불허전 제주 올레길 1코스

돌과 여자, 바람이 많다고 해서 ‘삼다도’라 불리는 제주도에 ‘길’ 한 가지를 더 추가해야 한다. 바로 제주 올레길이다. ‘올레’는 제주 방언으로 큰길에서 집의 대문까지 이어지는 좁은 골목을 뜻한다. 전국에 도보여행 열풍을 불어온 제주 올레길은 2007년 1코스가 열린 이래 제주도 해안을 한 바퀴 돌아 21코스까지 완성됐다. 그중에서도 제주 올레길 1코스는 올레길의 역사가 시작된 곳으로 제주도의 간판스타, 성산일출봉을 포함한 코스이다. 시흥초등학교에서 광치기 해변까지 총길이 15㎞로 4~5시간이 소요된다.

상상이상의 풍경이 펼쳐지다

제주올레 1코스는 시흥초등학교에서 출발한다.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밭이다. 제주특유의 검은색 현무암 돌담이 밭이랑을 둘러싸고 있다. 농부들이 묵묵히 땀을 흘리며 가꾼 밭이랑 사이를 걸어 제주올레안내소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간단한 정보를 얻고 본격적인 올레길 1코스를 시작한다. 편안한 흙길에 고무발판을 깔아 더욱 푹신하다. 드문드문 풀을 뜯고 있는 소들의 모습이 목가적이다. 길목에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정도의 철문이 있는데 지하철 개찰구를 닮았다. 방목 중인 소나 말이 정해진 곳을 이탈하지 않도록 만든 장치다. 여인의 풍만한 곡선처럼 나지막한 오름을 오르는 것은 등산에서 느낄 수 없는 색다른 다른 맛이다. 등산이 정상까지 숲을 뚫고 묵묵히 전진해야 한다면 오름은 조금만 올라가도 하늘이 열린다. 얼마나 지났을까. 두산봉이라고도 불리는 말미오름에 도착한다. 그곳에서 내려다보는 제주도는 상상이상이다. 조각천을 누덕누덕 기워 만든 거대한 보자기의 모습 그대로다. 푸른 밭과 현무암돌담이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며 멋진 풍광을 보여준다. 기계로 획일적이게 구획을 나누지 않아서 더욱 정감 있다. 초록보자기 너머 성산일출봉이 우뚝 서있다. 오늘 가야할 목표지점이다. 그 곳을 향해 걸어갈 길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성산일출봉, 제주도의 절대비경이 분명하다

 말미오름과 알오름을 지나고 종달리를 거쳐 바닷길로 들어선다. 한치회를 말리는 모습과 다채로운 해변의 일상이 지루하지 않다. 성산갑문을 지나면 성산포가 코앞이다. 휴게소에서 피곤한 다리를 쭉 뻗고 시원한 아이스커피를 마신다. 제주도의 세계적 명성 때문인지 다국적 언어가 사방에서 쏟아진다. 여기까지 왔는데 성산일출봉에 오르지 않을 수 없지. 씩씩하게 길을 재촉한다. 정상으로 가는 길이 한 군데였는데 최근에 내려오는 길이 만들어져 체증 없이 오르내릴 수 있다. 정상까지 이어진 돌계단을 단숨에 오르려면 여간 숨이 차는 게 아니다. 해발 180m 밖에 되지 않지만 체감높이는 그 이상이다. 쉬엄쉬엄 오르며 발아래 펼쳐지는 풍광도 가슴에 담아야 하니 욕심낼 필요가 없다. 시시각각 변하는 성산항의 전경과 창조주의 손길이 닿은 바위 뒤로 색색의 성냥갑 같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였다. 어디에 내놓아도 절대 빠지지 않을 감동적인 풍광이다. 성산일출봉 정상에 올라 흐르는 땀을 식힌다. 초록색 화채 그릇처럼 속이 움푹 파인 화산지형은 신비롭기 그지없다. 먼 옛날 뜨거운 용암이 분출한 후 지금은 초록색 융단이 세월의 무상함을 덮어주고 있다.

글· 사진_ 여행작가 임운석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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