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속 소비자 환불 피해사례로 알아보는 정책 개선

#직장인 장대현씨는 다가오는 휴가를 대비해 해외 호텔 예약 비교 사이트를 검색하던 중 의도치 않게 하와이에 있는 200만원 상당 고가의 리조트를 예약했다. 카드 정보가 미리 등록돼 있어 예약버튼을 누른 동시에 예약 확정과 결제가 이뤄진 것. 애초에 대현씨는 하와이에 갈 계획이 없었지만 환불이 불가한 특가 상품으로 호텔 측으로부터 환불을 거절당했다.

#얼마 전 SNS을 통해 ‘신으면 다리가 얇아진다’는 광고를 보고 압박 스타킹을 주문한 조소희씨는 당황스러움을 금치 못했다. 2일 뒤 집으로 배송 온 스타킹을 뜯어 신어보니 스타킹이 길이가 짧아 허벅지 절반까지 밖에 들어가지 않는 것. 스타킹이 터무니없이 작아 맞지 않았지만 소희씨는 스타킹을 뜯기 전 ‘개봉 시 교환·환불 불가’라는 문구가 고지돼 있어 환불 받지 못했다.

위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는 소비자의 구매 실패사례와 소비자에게 불리하게 적용된 환불 사례들이다.

사례는 이 뿐만이 아니다. 쏟아지는 과장 광고와 아르바이트 고용을 통한 허위 후기 등으로 인해 피해보는 사례도 넘쳐나고 있다. 실제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에 따르면 소비자가 온라인 구매 시 87.8%, 오프라인 구매 시 57.9%가 다른 소비자의 리뷰를 참고해 구입하지만 제품 구매 실패 경험이 61.7%나 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더불어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해 3월까지 SNS 쇼핑몰에서 의류·신발 등을 구입 후 청약철회가 거부 또는 지연된 피해사례는 총 213건으로 접수됐다.

불행 중 다행인 사실은 위와 같은 피해사례들은 미래의 소비자 피해를 막는 방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위의 대현씨의 경우, 비슷한 피해 사례가 빗발치자 숙박업체 환불 규정이 대폭 개정됐다. 정황에 따르면 올해만 해도 소비자상담센터에 걸려온 ‘모바일 숙박예약’ 관련 소비자상담은 156건(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그 중 대현씨의 사례에 해당되는 ‘계약(계약해지·계약불이행·청약철회 등)’ 관련 접수는 무려 83.9(2016.1.1.~2017.3.31. 접수기준)%를 차지했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은 호텔예약 사이트를 대상으로 취소·환불, 요금 표시 등 정보 제공 실태와 피해보상률을 조사했고 호텔예약 사이트로부터 국내 고객센터 마련 등 소비자보호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주문했다. 그리고 얼마 뒤 시정명령이 반영돼 앞으로 소비자는 모바일 숙박 예약 후 1시간 이내로 취소하게 되면 전액 환불을 받을 수 있는 쾌거를 얻었다.

마찬가지로 ‘SNS 쇼핑몰’ 관련 소비자 피해사례도 긍정적인 결과를 낳았다. 한국소비자원이 SNS 쇼핑몰 관련 소비자 피해사례를 분석한 결과, 위의 소희씨 사례처럼 ‘교환·환불이 불가하다는 사전고지를 받아 청약 철회가 거부된 사례’가 25.8%로 가장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이 SNS 운영 사업자와 소비자피해 예방을 위한 대책을 논의, 앞으로는 SNS 쇼핑몰에서 구입한 소비자도 개인의 사유로 반품을 하는 경우 ‘배송 받은 날로부터 7일 이내에 청약철회’ 요구가 가능해졌다. 

이밖에 소비자상담 접수를 반영해 개선된 재밌는 사례도 다양하다. 최근 모바일 게임 ‘리니지M’을 출시로 최고의 주가를 달리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사이버 아이템이 청약철회 및 환불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한국소비자원의 지적에 따라 업체는 리니지M의 환불정책을 시정했다. 이제는 게임 상에서 사이버 머니로 쇼핑을 해도 일정 기간 사용하지 않았다면 아이템 환불이 가능해진 것이다. 

과잉된 보호, 또 다른 피해 야기 하기도

 앞서 살펴본 소비자의 환불 피해 사례는 소비자 보호를 이끈 긍정적인 모델이었지만 반대로 소비자 권리를 이용해 판매자를 위축시키는 사례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최근 발표한 공정거래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몇 일 밖에 이용하지 못했으니 만기된 헬스장 등록비를 환불해 달라’고 요구한 소비자의 접수사례가 있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소비자가 실제 운동을 제대로 못한 점은 이해되나 이용기간이 만료됐고 당초 합의한 이용 연기 기간 이외에 별도의 연기 조치가 없었으므로 이용기간 만료의 이유로 사업자가 잔여 회비를 반환을 거부하는 것은 부당하지 않다”며 조심스러운 답변을 내놨다.

이 뿐만 아니라 자영업 또는 기업 측을 상대로 소비자보호법을 악용하는 경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공정위가 예의주시하고 있는 다단계판매 업계의 경우 소비자피해사례를 예방하기 위해 유통업계 최대 청약철회 기간을 보장하고 있다. 이는 ‘다단계판매의 방법으로 재화 등의 구매에 관한 계약을 체결한 다단계판매원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계약을 체결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서면(전자문서를 포함한다)으로 그 계약에 관한 청약철회 등을 할 수 있다’는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제 17조 2항에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다단계판매 업계는 다단계판매 형태 특성상 업체 판매기준에 맞게 후원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이런 법적 테두리를 이용해 몇몇 몰지각한 소비자들은 조직을 구성해 제품을 대량 구입하고 후원수당을 챙긴 뒤 전 제품을 환불하며 업계에 적지 않은 피해를 입히고 있다.

이러한 사례에 대해 업계 전문가는 “다단계판매 업계의 경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최대 청약 철회 기간을 수렴하고 있지만 이를 악용하는 소비자들로 인해 ‘기업 죽이기’가 이뤄져 업계 자체가 위태해지고 있다”며 “소비자 피해사례는 더 나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을 만들지만 과잉된 보호는 되려 또 다른 피해를 야기 시킬 수 있다”고 견해를 내비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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