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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 유통업체엔 ‘득’ 중소기업엔 ‘독’PB제품 인기로 유통업체 이익 증가 반면, 제조업체는 변함없거나 감소
  • 김보람 기자
  • 승인 2017.09.30 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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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집을 키우고 있는 PB제품에 제동이 걸렸다.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강조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PB제품이 사실은 유통업체 이익만 증가시키고 생산하는 하청 제조업체의 이익은 변함없거나 감소한 경향이 확인된 것. 실제로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16일 발간한 ‘PB제품 전성시대, 성장의 과실은 누구에게로 갔나?’보고서에 따르며 PB제품 확대와 브랜드 인지도 상승 등 PB시장의 성장으로 기업형 유통업체의 이익은 증가했지만 하청 제조업체 이익은 변함이 없거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체 9.7% 불공정거래 경험
중소기업과의 상생, 중소기업의 판로개척이라는 PB제품의 타이틀이 허무하게 무너지고 있다. 본래 PB제품은 정부의 대형유통업체 규제강화와 내수 침체의 돌파구였다. 실제 PB제품은 생산과 유통 단계를 최소화해 단가를 낮추고 별도의 마케팅 비용이 절감돼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일반 제품보다 더 많은 이익을 낼 수 있다. 또 해당 유통업체에서만 판매되기 때문에 고객 유입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으며 중소기업들과의 상생을 이뤄 브랜드 인지도에도 효과적이다.

하청 제조업체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생산 규모를 확보해 공장 가동률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소비자들은 질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이처럼 꿩 먹고 알 먹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PB제품은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소비패턴이과 맞물리며 성장에 성장을 더하고 있다. 가격이 저렴한 만큼 품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PB제품의 인식도 무너진지 오래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더욱더 다양한 PB제품들을 선보이며 영업이익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최근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유통업체가 생산하는 PB제품 비중이 늘어날수록 제조업체보다 유통업체의 이익만 늘어난다는 조사 보고서가 나오며 충격을 주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이진국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이 내놓은 보고서 ‘PB제품 전성시대, 성장의 과실은 누구에게로 갔나?’에 따르면 유통업체의 PB제품 매출 비중이 1%포인트 늘어날 경우 유통점포의 평균 매출액은 2230만원 늘어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PB제품의 매출 비중이 1%포인트 확대될 때 유통이익도 점포당 270만~900만원 증가됐다.

반면 한국개발연구원 여론분석팀이 유통업체에 납품하는 제조업체 1000곳을 대상으로 똑같은 설문을 진행한 결과 소상공인을 제외한 모든 기업군은 PB매출 비중이 늘 때 전체 매출액이 감소했다. 특히 대기업의 경우 자기 잠식 효과로 PB매출 비중이 1%포인트 늘어나면 매출액이 10억9000만원 감소했다. 중소기업도 PB매출 비중 증가에 따라 4000만원~2억8000만원 매출액이 감소했다. 규모가 큰 제조업체일수록 소비자에게 잘 알려진 고유 브랜드(NB)를 가진 경우가 많은데 PB제품 납품이 늘어나면서 고유 브랜드 판매가 줄어드는 제 살 깎아 먹기(cannibalization)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보고서는 관측했다. 소형 제조업체는 PB제품 납품으로 매출액이 2000만원 증가하긴 했지만 영업이익은 늘어나지 않았다. 이는 소상공인이 제품을 자체 제조할 경우 유통업체에 주는 평균 유통마진이 30.0%지만 PB제품의 경우에는 33.9%까지 늘어나기 때문이다.

이진국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불공정한 이익 배분 구조 때문에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이 PB납품으로 생산 규모가 확대되더라도 경제적 이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며 “PB시장 확대로 하청 제조업체가 이익을 보게 된다는 이른바 ‘낙수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한국개발연구원에서는 이와 함께 유통업체에 PB제품을 납품하는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불공정 거래에 대한 설문조사도 함께 진행했다. 그 결과 PB납품업체 309개사 중 30개사(9.7%)가 불공정거래행위를 경험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납품단가 인하 요구가 34%로 가장 많았고 포장변경비용 전가(22%), PB제품 개발 강요(14%), 판촉행사비용 부담(12%), 부당반품(12%) 등이 뒤를 이었다. 더불어 완전히 새로운 제품을 유통업체에 PB제품으로 납품했다는 응답은 13.3%, 제조업체 고유 브랜드 제품의 특성을 약간 바꾼 수준으로 납품했다는 응답은 절반을 넘었으며 포장만 바꿨다는 응답도 26%로 집계되는 등 PB제품 상품 군에 대한 부담도 제조업체의 고충으로 작용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연구원은 “PB업계의 공정 시장질서 확립을 위한 감시 활동을 강화하고 중소 제조업체들의 해외 PB시장 진출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면서 “중소 제조업체가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PB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정부 지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등 해외 진출 가능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보람 기자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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