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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단계판매라는 이유만으로…격변의 이통다단계판매 업계,단통법 폐지·알뜰폰 사업 거부 등 다시 시작된 고행길
  • 김보람 기자
  • 승인 2017.10.01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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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의 눈 속에 고립된 이동통신다단계판매(이하 이통다단계판매)가 한숨짓고 있다. 격변의 세월을 보냈지만 넘어야 할 산이 아직도 남아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통다단계판매는 사전 승낙제, 160만원 이상 상품 판매에 대한 제재, 국감의 질타 등을 받으며 인고의 세월을 견뎠다.

하지만 최근 알뜰폰 시장진입 거부와 단통법 폐지까지 겹치며 업계에 또 한 번의 칼바람이 예고되고 있다. 변혁의 시대를 묵묵히 감내했음에도 아직 사그라들지 않은 이통다단계판매 업계를 들여다봤다.

지난 2014년 동등해진 공시지원금을 바탕으로 시작된 단통법 이후 이통다단계판매 업계는 원활한 경쟁 시장 형성으로 활력을 맞았다. 소비가 수익(수당)이 되는 구조의 이통다단계판매 업계에 수요가 몰리기 시작한 것. 하지만 장밋빛 인생은 길지 않았다.

이통다단계판매 피해 사례가 지상파 방송을 통해 방영되며 업계가 불법으로 얼룩진 유통채널로 비쳐졌기 때문이다. 방송이후 이동통신 판매시장의 조사권을 가지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및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연이은 실사가 이뤄졌다. 이후에도 이통다단계판매 업계는 방통위 사전승낙제도에 발목을 잡혔으며 공정위의 160만원 이상 상품 판매를 금지하는 방문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시정명령을 받았다. 굳히기 하듯 같은 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이하 국감)에서는 이동통신 3사 모두 다단계판매 중단을 촉구했다. 최근에는 알뜰폰 사업 거부, 단통법 폐지 시기까지 겹치면서 악재가 이어지고 있다.

반짝한 장밋빛 단통법

지난 2014년 10월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하, 단통법)이 시행됐다. 휴대폰 보조금을 규제하기 위해서다. 고가 요금제와 연계한 보조금 차등 지급을 금지하고 통신사 뿐만 아니라 제조사 역시 보조금에서 제조사가 부담하는 장려금도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각 통신사는 홈페이지를 통해, 대리점과 판매점은 각 영업점에 단말기별 출고가와 보조금판매가 등을 공시해 불법 보조금 차별을 없애고 요금제에 따라 상한선을 정해 보조금 혜택을 받도록 했다. 이러한 단통법이 시작되면서 이통다단계판매 업계는 수혜를 입었다. 소비가 수익(수당)이 되는 구조의 이통다단계판매 업계에 수요가 몰리기 시작한 것. 실제로 공정위의 ‘2015 다단계판매 주요 정보’에 따르면 지난 2014년 624억원의 매출로 14위를 기록했던 IFCI(현재 봄코리아)는 2015년 2031억원 매출을 올리며 6위에 링크됐다. ACN코리아 역시 1217억원 매출을 올리며 16위에서 9계단 상승한 7위에 이름을 올리며 이통다단계판매 업계의 대표주자 두 업체 모두 국내 다단계판매 업계 탑10에 포함됐다. 이밖에도 11위에 링크된 앤알커뮤니케이션은 전년대비 17.60%의 성장률을, 15위에 이름 올린 아이원 역시 전년대비 46.65% 성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 다단계가 급속히 가입자를 모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소비자에게 돌아 갈 수 있었던 이익을 정부가 단통법 등으로 규제함에 따라 소비자들 스스로 판매자가 돼 적극적으로 이익을 환원 받으려 노력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듬해 4월 이통다단계판매 피해에 관련된 보도가 반영되면서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해당보도는 이통다단계판매 업계에 관한 피해사례를 조명한 것으로 극히 일부 사업자를 통해 업계 전체의 흐름을 오해할 수 있는 소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에 반영됐다. 이후 조사권한을 가진 방통위와 공정위는 각 업체에 수시로 실사를 시행했다. 수차례에 조사에도 피해 관련 보도와는 다르게 피해사례를 찾아볼 수 없었고 법적 문제도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다단계판매 특성상 수당, 직급과 연결된 PV(제품에 붙는 점수)와 관련해서만 문제를제기 했고 업계는 곧장 정정했다.

사전승낙제에 160만원까지

업계가 안정화를 찾아갈 무렵 방통위의 사전승낙제가 터졌다. 사전승낙제란 판매점이 통신판매 영업을 하기 위해 이통사업자의 허가를 받는 제도다. 일반 판매점들이 사전승낙을 받으려면 ▲사업자 적정성 ▲매장관리 ▲허위과장 광고 및 부당영업 ▲개인정보 보호활동 등 26여개 심사를 거쳐 현장점검을 받아야 한다. 또 그 사실을 영업장에 게시해야 하며 이를 위반할 시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방통위는 이 같은 제도를 지난 2015년 10월 이통다단계 판매원에게도 적용했다. 별도의 사업장이 없이 개인이 사업자가 돼 활동하는 판매원들은 단통법 준수를 위해서는 사전승낙서를 이마나 가슴에 붙이고 다녀야 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이다.

업계의 반발에 방통위는 다단계판매 방식으로 판매하면서 준수해야 할 ‘이동통신서비스 다단계판매 지침’을 통해 다단계판매 판매자에 대한 이해관계를 성립했다. 그로 인해 다단계판매원에게 적용할 철회기준 및 조건을 추가되면서 사전승낙 받기가 한결 수월해 졌다. 또 사전승낙서를 게시에 준하는 방법으로 이용자가 알 수 있게 한 것도 기존 단통법에 비해 한결 완화됐다. 그러나 방통위는 이용자의 지위에 있는 다단계판매원에게 지급되는 모든 경제적 이익은 공시지원금의 15% 범위를 초과할 수 없도록 해 신규가입자에게 일반 이동통신 대리점보다 더 많은 지원금을 지급하지 못하도록 했다. 더불어 다단계판매 업체가 특정단말기, 고가요금제 등의 사용의무를 부과하고 이를 어길 경우 불이익을 주는 등 이동통신서비스의 가입·이용(조건변경 포함) 및 해지를 제한할 수 없도록 규정했다. 이와 함께 이동통신사업자가 다단계 대리점에게 정상적인 상관행에 비춰 현저히 유리한 요금수수료와 과도한 유치수수료를 지급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통다단계판매 업계의 숙명인 160만원 이상의 제품 판매 금지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지난해 5월 공정위는 160만원 이상의 제품 판매를 금지하는 방문 판매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IFCI(현재 봄코리아), NEXT, B&S 솔루션, 아이원 등 업체 4곳에 시정 명령을 내렸다. 공정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6월 기준 IFCI(현재 봄코리아)는 7만6395건, NEXT 3만3049건, B&S솔루션 8536건, 아이원 6150건의 160만원을 초과한 이동통신 상품을 판매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다단계판매업체는 방문판매법 제23조 1항 제9호에 의거 상품가격이 160만원을 초과하는 제품은 판매할 수 없다”며 “이들 업체들은 ‘휴대폰 단말기 가격과 약정요금’을 합쳐 160만원이 넘는 이동통신 상품을 다단계판매원과 소비자에게 판매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이통다단계판매 업계는 아직 제공되지 않은 이동통신 서비스라는 점과 단말기·이동통신 서비스는 별개의 상품인데 단말기 값과 약정기간 동안의 요금 총액을 한데 묶어 하나의 상품으로 간주하는 것은 금액 산정방식이 잘못된 것이라고 반발했다. 결국 오랜 법정다툼이 이뤄졌고 올 초 서울고등법원은 업계들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고법 제7행정부는 이통다단계판매 업체인 아이원 등이 제기한 공정위의 시정명령 취소 소송에서 원고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단말기 가격과 통신요금은 별개로 봐야 한다’며 방문판매법상 다단계 상품 판매가격에 약정 통신요금까지 포함시켜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국민의 권리와 이익을 제한하는 행정법규는 엄격하게 해석돼야 한다”면서 “단말기 대금과 이동통신 요금은 판매주체와 법적성격이 모두 다르기 때문에 하나의 단위로 묶을 수 없다”고 판결이유를 설명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시장을 악착같이 끌고 온 이통다단계판매 업계가 더 큰 위기에 봉착됐다. 다단계판매로는 이동통신 상품을 아예 팔지 말라는 국감의 태클이다. 실제 지난해 10월 국감에서 LG유플러스는 이통다단계판매에 대해 집중질타를 받았다. 고가 요금제, 구형단말기, 초과된 후원수당 등의 부당행위가 지속되면서 소비자 피해가 심각하다는 이유다. 국감이전에 이통다단계판매에서 발을 뺀 KT와 SK텔레콤은 제외됐다. LG유플러스는 이미 이뤄진 계약 관계며 일방적으로 일시에 중단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국감의 억압이 계속되자 다단계 판매점과의 협의, 계약기간 등 관련법을 검토해 다단계판매 중단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의 이 같은 결정은 이통다단계판매 시장에 잠식을 예고했다.

사실 이통다단계판매로 유입된 가입자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 LG유플러스 입장에서도 쉬운 결정은 아니다. 실제 LG유플러스는 이동통신업계 3위지만 다단계판매로만 봤을 때 압도적인 가입자를 유치하고 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6월 말 기준 다단계판매 가입자 수는 총 55만2800여명이다. 이중 43만5000여명(78.7%)이 LG유플러스 가입자이며 KT가 6만6200여명, SK텔레콤이 5만1600여명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결국 LG유플러스는 올 초 다단계판매 영업 중단을 결정하며 이통다단계판매 업계와 결별했다.

LG유플러스, 알뜰폰도 다단계로 안 판다

지난 6월 국정기획위는 통신비 절감 대책에 알뜰폰(MVNO) 지원 방안을 담은 통신비 인하 대책을 발표했다. 지원 방안에는 알뜰폰 업체의 ‘전파사용료 감면 제도 연장’과 ‘롱텀에볼루션(LTE) 도매 대가 인하’ 등이 담겼다. 같은 날 LG유플러스의 자회사인 미디어로그는 알뜰폰 브랜드 이름을 ‘유모비’에서 ‘U+ 알뜰모바일’로 변경했다.

미디어로그 관계자는 “LG유플러스의 자회사이자 알뜰폰 브랜드임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며 “소비자의 이해도와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8월에는 LG유플러스가 미디어로그 유상증자에 참여해 450억원을 출자하고 보통주 6000만주를 취득했다.
이처럼 다단계판매 영업을 중단한 LG유플러스가 알뜰폰 시장을 확대하면서 이통다단계판매 업계는 알뜰폰 사업전환에 대해 고심했지만 이마저도 어려워 보인다. 지난 9월20일 방통위는 제 33차 전체회의에서 봄코리아가 LG유플러스 측을 상대로 낸 ‘전기통신서비스의 도매제공 협정체결에 관한 재정’ 사건을 기각했다.

LG유플러스가 도매제공 할 의무사업자가 아니라는 점에서 LG유플러스가 봄코리아의 알뜰폰 사업 신청을 거부의 부당성이 입증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 실제 올 초 봄코리아는 LG유플러스가 다단계 사업을 중단하자 별정통신서비스로 등록하고 다시 LG유플러스 측에 이동전화 재판매를 위한 협정체결 요청했지만 LG유플러스는 거절했다.

이에 봄코리아는 방통위에 협정체결 요청을 거부한 LG유플러스가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해 부당한 행위인지 살펴봐달라고 요청했지만 기각됐다.

이통다단계판매 업계 2위 ACN은 이미 LG유플러스 알뜰폰 사업을 진행 중이다. 실제로 지난해 1월 ACN코리아 컨벤션을 통해 기존 플래시 모바일 서비스 KT알뜰폰 망과 함께 LG유플러스알뜰폰망도 함께 제휴해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을 넓혔다. 하지만 이번 LG유플러스의 조치로 ACN 알뜰폰 사업에도 영향을 미치게 될지는 미지수다.

업계 차원에서도 알뜰폰 사업 전환을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단말기와 함께 요금제를 판매할 경우 단말기를 보유할 수 있는 자본력이 뒷받침 돼야하기 때문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할부로 구매하는 단말기 비용에 대한 수익도 할부로 받게 된다. 쉽게 말해 90만원의 단말기를 30개월 할부로 계약된 알뜰폰이라면 업체에게는 매월 3만원의 수익이 일어나는 것이다. 요금제 개발의 어려움도 크다. 알뜰폰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서는 선발주자들의 요금제와는 차별화된, 다시 말해 좀 더 저렴한 요금제를 도입해야 한다. 개발 자체도 오랜 시간이 걸리며 역량인원 또한 충족 돼야 한다. 만약 개발이 이뤄지더라도 이미 알뜰폰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해당 이동통신사에게 승인받아야 한다.

이처럼 불안한 사업 환경으로 이통다단계판매 업체의 불안이 심화되면서 업계는 물류사업 전환을 돌파구로 내다보고 있다. 봄코리아, ACN, 아이원, 에이치비네트웍스 등 많은 이통다단계판매 업체가 이미 물류사업을 시작해 등록한 회원들의 수익 구조 확대를 꾀하고 있다. 물류사업을 진행하진 않는 일부 업체들은 사실상 어려워진 이통다단계판매 채널을 방문판매로의 전환을 고심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3년간 적용됐던 단통법 전면 폐지로 통신사들의 본격적인 ‘보조금 전쟁’이 다시 시작될 조짐을 보이며 이통다단계판매 업계에 불안감이 다시 엄습하고 있다.

이처럼 혹독한 칼바람을 맞은 이통다단계판매 업계가 바라는 것은 하나다. 바로 동등한 시장형성. 불법적이 요소가 많으니 시장을 아예 제거한다는 것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기업 활동의 자유와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일이다. 다단계판매라고 해서 일단 거부하고, 규제하는 제도는 즉각 사라져야 한다. 타당한 규제의 틀을 만들고 적법하지 않은 업체에 대해서는 정당한 제재를 가하는 등 동등한 시장형성이 이뤄지길 바란다. 그것이 핍박받는 이통다단계판매 업계가 버텨온 이유며 다단계판매 이데올로기의 종지부가 될 것이다.    

김보람 기자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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