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받는 착한 기업의 명과 암

“젊은 사람들이 갓뚜기라고 부른다면서요?”

지난 재계 총수 간 간담회 ‘호프만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함영준 오뚜기 회장에게 건넨 덕담이다. 이슈는 여기서부터 였다. 

대기업(공정거래위원회 발표 기준 집단 순위 1~14위)이 초대된 자리에 유일하게 초청받은 중견기업 오뚜기(232위)가 대기업 총수들 앞에서 대통령에게 러브콜을 받았다. 간담회 이후 오뚜기는 국내 인기 포털사이트 검색어에 오르내리며 국민들에게 ‘갓뚜기’로 칭송받았고 각종 매체는 라면 가격 동결, 업계 비정규직 근로자 최소 비율, 1500억원의 상속세 분할 납부 등 오뚜기의 과거 선행을 실어 날랐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애정 어린 시선 덕분에 오뚜기 주가도 올랐다. 각종 제품군 매출도 올랐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에 돌아온 오뚜기 함 회장의 대답은 “감사하지만 굉장히 부담스럽다”였다.

기업 이미지 VS 이윤 추구

오뚜기가 지나치게 과도한 주목을 받자 일각에서는 잘해오던 기업이 ‘착한 기업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실제로 과도한 주목 속에 착한 기업 딜레마에 빠진 기업들이 있다. 쿠팡이 그 대표적인 예다. 3년 전 온라인 쇼핑기업 쿠팡은 정규직 채용을 공고하며 택배운전기사의 이미지 개선에 앞장섰다. 전용 택배운반기사 ‘쿠팡맨’ 채용에 있어서 주5일 근무에 4대 보험, 유류비, 차량 보험료 등 각종 복리후생과 최소 연봉 4000만원을 보장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채용공고와 함께 쿠팡은 신흥 ‘신의 직장’으로 떠올랐다. 뿐만 아니라 쿠팡맨의 빠른 배송과 친절한 고객 응대 서비스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실제로 택배기사에 대한 이미지 쇄신도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해가 지날수록 실상은 달랐다. 현실 쿠팡맨은 처음에는 계약직으로 입사해 2년이 지나면 심사를 통해 정규직 전환이 되는 조건이었다. 그러나 2년이 되기 며칠 전 계약해지 통보를 받거나 통보 없이 계약 직원이 잘려나갔고 배송물량은 늘어났는데 총 급여는 오히려 줄었다는 쿠팡맨들의 폭로전이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다. 실험적 고용 투자로 인해 1조2000억원에 달하는 누적적자에 시달리며 결국 인건비 감당이 어려워진 쿠팡은 공약 준수를 포기했고 소비자의 외면을 받으며 브랜드 이미지에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기업 이미지 마케팅 전담 관계자는 “착한 포지셔닝 전략이 되레 독이 돼 기업의 선한 의도가 의도치 않게 경영권 발목을 잡게 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착한 이미지’에 목매다 뭇매 맞은 사례가 또 있다. 국내 생과일주스 열풍을 주도한 장본인 과일주스 프랜차이즈 쥬씨(juicy)는 과일 유통단계를 최소화해 보다 저렴한 가격에 생과일주스를 제공하며 뛰어난 가성비와 건강까지 고려한 점을 인정받아 서민들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관심은 시기도 불러왔다. 위생상태 불량, 냉동과일 사용 등 쥬씨는 계속해서 구설수에 올랐고 특히 올해는 제품명이 말썽이었다. 대용량 음료수를 판매했던 쥬씨는 음료 용량이 1ℓ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1ℓ 생과일 주스’로 광고 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2600만원을 때려 맞았다.

사실 쥬씨의 생과일주스는 실제 용량 600∼780㎖에 3800원으로 평균 생과일주스 가격과 비교했을 때 아주 저렴한 편이다. 하지만 주스의 실제 용기 사이즈는 830㎖로 그들이 내세운 표기명과는 달랐기때문에 소비자들이 더 크게 실망감을 느껴 더욱 큰 타격을 맞은 것이다. 이밖에 지난해 친환경 자동차로 명성을 얻었으나 배출가스 조작 사실이 밝혀져 브랜드가치에 치명타를 얻은 폭스바겐도 과도하게 착한 이미지에 집착한 양상 중 하나다.

위와 같은 사례들처럼 착한 기업 딜레마에 빠진 기업들에 대해 업계 전문가는 “착한 이미지에 대해 치중한 나머지 기업들의 인식이 편향된 것”이라며 착한기업 딜레마에 빠지지 않지 위해서는 ‘오버메시지를 남발하지 않을 것’을 조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이미 오뚜기, 이마트의 노브랜드 등의 사례를 통해 기업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착한 기업’ 파워를 두 눈으로 확인한 상태라 여전히 소비자와 정세의 눈치를 보며 ‘착한 이미지 강화’와 ‘기업의 본연의 기능 및 경쟁력 강화’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는 모습이다. 뿐만 아니라 기업의 행보에 대한 소비자들의 잣대도 날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옥시, 가습기 살균제 사태’, ‘휴스틸, 갑질 횡포’, ‘오뚜기, 상속세 분할 납부’ 등 각종 이슈들을 대상으로 ‘착한 기업’과 ‘나쁜 기업’을 판정하고 있다.

이처럼 최근 과열된 착한 기업 신드롬에 대해 기업 마케팅 컨설턴트 에이전트 한 대표는 “뚜렷한 메시지와 제품의 디테일, CEO만의 확고한 브랜드 철학 등의 착한 기업 이미지는 대부분 브랜드 효과를 바라는 철저히 계산된 마케팅에 의한 것”이라며 “따라서 기업에 대한 평가에 선악의 잣대를 대는 것은 처음부터 적합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또한 “기업의 경우에도 기업의 이미지가 반드시 매출과 직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비자가 착한 기업을 좋아할 것이란 막연한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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