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높은 성장률 기록하며 성장…제품력·합리적 가격·해외진출까지

최근 토종 다단계판매 업체들의 성장세가 눈에 띈다.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2016 다단계판매업 주요 정보’에 따르면 전체 다단계판매 시장은 2015년 대비 0.4% 감소한 5조1306억여원의 매출액에 기록하며 성장이 정체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터미와 에이풀, 지쿱, 카리스, 굿모닝월드, 에이필드, 에이치비네트웍스 등 한국계 다단계판매 업체들이 괄목할만한 성장률을 기록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업계의 전반적인 침체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었던 그들의 비결을 알아봤다.

국내 다단계판매 시장은 지난 2007년 이후 꾸준히 성장해왔다. 이러한 성장은 실상 외국계 다단계판매 업체들이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외국계 다단계판매 업체들이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견실한 영업력을 보여 왔던 것에 비해 한국계 업체들은 좀처럼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다단계판매 업체의 주요정보를 공개하기 시작한 지난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매출액 기준으로 Top 10에 이름을 올렸던 기업은 한국암웨이를 비롯해 뉴스킨코리아, 한국허벌라이프 등 외국계 10개사와 제이유네트워크 등 한국계 24개사 등 총 34개사이다.

이중 2017년 8월 기준으로 현재까지 영업을 이어가고 있는 곳은 프랜차이즈 방식으로 업종을 변경한 썬라이더코리아까지 포함해 모두 23개사이다. 외국계 업체들은 아직 모두 생존해 있지만 한국계 업체는 11개사가 자취를 감췄다.

특히 한국암웨이는 지난 2004년과 2005년을 제외하고는 줄곤 1위 자리를 꿰차고 있고 뉴스킨코리아와 한국허벌라이프 역시 여전히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유니시티코리아와 시크릿다이렉트코리아, ACN코리아까지 10위권 내에 안착하면서 외국계 기업들은 70%가 넘는 매출액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계 업체는 영 신통치 못했다. 반짝하고 10위권 내에 이름을 올렸던 업체는 반짝하고 사라졌고 일부는 간신히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사뭇 달랐다. 경기침체로 인해 외국계 업체들이 주춤했지만 한국계 업체들은 전반적으로 성장세를 이룩한 것.

2015년 문을 연 지쿱은 지난해 무려 3248%에 달하는 성장률을 보였고 에이필드(2576%), 카리스(85%) 등도 눈에 띄는 성장률을 기록했다. 굿모닝월드도 2015년 대비 62% 성장했으며 아미코젠퍼시픽 역시 같은 기간 55%가 넘는 매출을 신장시켰다. 한국계 다단계판매 업체들이 드디어 부활을 시작한 것이다.  

 

부활의 불씨, ‘애터미’
한국계 다단계판매 업체들의 부활의 날갯짓은 ‘애터미’로부터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계 업체들이 힘을 못 쓸 때 마치 구원투수처럼 나타나 토종 기업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애터미는 지난 2009년 다단계판매 업계에 진출한 첫해 25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한 후 지난해에는 7784억원이 넘는 매출액으로 기록, 8년새 30배 넘게 성장하며 2015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업계 2위 자리까지 꿰찼다. 등록 회원수도 지난 2015년 대비 13.17% 증가한 290만여명으로 2013년 이래 4년 연속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 한 해 동안에만 무려 33만7000여명이 늘어 애터미의 저력을 시장에 유감없이 드러냈다.

애터미의 이러한 성장은 ‘좋은 상품을 싸게 판매한다’는 유통의 본질을 정확히 꿰뚫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애터미는 싸고 질 좋은 제품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것이 유통의 기본이란 이념으로 ‘절대품질의 제품을 절대가격에 판매한다’는 원칙을 지켜나가고 있다. 이를 위해 제품의 가격 거품은 빼고 품질은 높이는 데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회사가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함으로써 유통비용을 최소화하고 판매원들이 이웃들에게 제품을 알려 마케팅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으로 가격 거품을 걷어내고 있다. 이렇게 절약된 마케팅 비용은 판매원들에게 수당으로 돌려주고 있다. 이렇다 보니 애터미의 제품군들은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제품과 견줘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충분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여기에 여타 업체의 상위 직급자에게 수당이 쏠리는 지급 방식이 아닌 상하 간에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 수당지급 정책을 펼쳐 보다 많은 사람들이 노력의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저렴한 제품공급으로 각 가정에 경제적인 혜택을 주는 동시에 고용 창출의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R&D부족? 이젠 옛말!

그동안 한국계 업체가 외국계 업체보다 생명력이 약한 원인으로 R&D 및 제조 능력의 부족으로 인한 대표 제품 부재가 가장 큰 이유로 꼽혔다. 대부분의 외국계 업체들은 자체 R&D센터 및 제조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암웨이는 미국과 중국 상하이 등 두 곳의 메이저 R&D센터를 보유하고 있고 한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시장 공략을 위해 아시아 뷰티 이노베이션 센터(ABIC)도 국내에 설립했다. 허벌라이프도 미국 LA에 허벌라이프 제품 및 과학 센터를 두고 있으며 UCLA에 마크 휴즈 세포 및 분자 영양 연구소의 설립 자금 지원 및 여러 대학과 자사 제품의 임상 연구 및 리서치를 하고 있다. 뉴스킨 역시 자사의 연구개발 센터를 통해 새로운 제품들을 개발하고 있다.

한국계 업체들은 R&D부문에 있어 외국계 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세로 평가받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한국계 업체들도 연구개발을 통해 생산된 독창적이고 제품력이 뛰어난 대표 제품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놀라운 성장률을 기록한 지쿱이 대표적이다. 공정다단계를 표방하는 지쿱은 업계 최초로 특수판매 법인 벤처기업 인증을 받으며 국내 다단계판매 시장에 진출, 지난해 약 32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쿱의 모기업은 기능성식품과 코스메슈티컬 화장품, 친환경 유아 및 생활용품 등을 생산하는 바이오 R&D 전문 기업 ‘제너럴바이오’다. 이곳에서 생산한 제품을 지쿱이 유통하는 원스톱 시스템으로 안정적인 제품공급은 물론 지속적이고 합리적인 가격정책까지 이뤄내고 있다. 이를 통해 ‘사회적기업 제너럴바이오 공정다단계 지쿱과 동반성장’이라는 제목으로 고등학교 사회적경제 워크북에 모범사례로 소개된 바 있다.

특히 제너럴바이오는 글로벌 사회적 기업 인증 ‘비코프(B-corp)’ 인증을 받은 대표적인 사회적 기업으로 기업의 사회 환경적 책임을 준수하고 유해 화학제품으로 인한 사회문제 개선, 지역경제 낙후화에 따라 발생하는 사회적 약자들에게 안정된 일자리를 제공함으로써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고 있다. 실제 전 직원의 63%가 취약계층이고 그 중 절반은 장애인 직원이라는 설명이다. 더불어 사회적기업 제품 품질 향상을 위한 연구개발 지원 등을 통해 사회적 선도 함께 추구하고 있다.

지쿱은 부정적인 다단계판매의 기존 선입견을 제거하고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공정한 유통업이라는 새로운 다단계판매 유통 패러다임 구축을 목표로 사회적 기여의 모범사례가 되기 위해 회원들과 함께 ‘지쿠퍼 웨이’ 캠페인도 펼치고 있다.

이와 함께 굿모닝월드 역시 지난해 2015년 대비 62%라는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 이곳의 주력제품인 ‘굿모닝 실큐아미노산’은 누에고치에서 추출한 천연 아미노산을 원료로 만든 건강식품으로 월드웨이 생명공학 연구소에서 지속적인 R&D를 거쳐 생산되고 있다. 또한 부지 4만6045㎡에 연면적 1만5087㎡ 규모의 실크펩타이드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실큐아미노산의 실크펩타이드에는 우리 몸에 필요한 단백질 구성 성분인 글리신과 알라닌 등 18종의 아미노산을 함유하고 있다. 굿모닝월드는 실크펩타이드에 대해 ▲암 예방 및 면역력 증강 ▲당뇨 치료 또는 예방 ▲뇌질환 예방 등의 조성물로 특허를 획득하기도 했다.

한국계 업체들이 부활한데는 해외 진출도 빼놓을 수 없다. 한국계 업체들이 해외 시장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과 일본, 대만, 싱가포르, 필리핀 등 해외 10개국 시장에 진출한 애터미는 이제 해외 시장에서도 그 이름이 알려지고 있다. 이를 통해 해외 회원이 지난해 100만명을 돌파했고 업체 최초로 3000만불 수출의 탑을 수상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올해에도 멕시코에서의 영업을 시작으로 태국과 베트남 등을 차례로 오픈할 계획이다.

지쿱도 해외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3월 미국에 진출한 지쿱은 오는 9월에 대만 오픈을 목전에 두고 있어 본격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2576% 성장한 에이필드 역시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으며 카리스도 글로벌 시장 진입을 위해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상황에 맞는 대응 매뉴얼을 작성하고 마케팅 전략과 맞춤형 프로모션을 수립해 적극적으로 현지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준비 중에 있다.

소비자 신뢰 얻는 것이 중요
무엇보다 애터미나 지쿱, 에이필드 등 지난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기업들의 비결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바로 ‘소비자’와 ‘가격 경쟁력’ 덕분이다.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겹쳐 살림살이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품질은 좋으면서도 합리적인 가격대의 가성비 높은 제품들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이런 추세에 맞춰 한국계 업체들이 싼 게 비지떡이라는 편견이 무색하게 저렴한 가격에도 불구하고 퀄리티 높은 제품을 내놔 소비자들로 하여금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이다.

애터미는 절대품질 절대가격을 내세우며 가성비 높은 제품으로 소비기반을 확보해왔다. 이로 인해 애터미의 주력제품인 헤모힘은 3년 연속 최고 인기 상품 반열에 올랐고 애터미 또한 두 자릿수의 매출성장률을 올릴 수 있었다. 이는 지쿱과 에이필드도 마찬가지다. 이들이 일군 성과는 구조적 침체에 빠진 업계를 소생시키는 본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다단계판매는 소비자가 곧 판매자가 돼 상품을 직접 유통시켜 불필요한 유통마진을 줄이고 기업의 일방적인 광고나 홍보에 끌려 제품을 구입하기보다 경험담을 듣고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연고를 이용한 구매 강요와 같은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면서 “따라서 다단계판매는 무엇보다 양질의 제품 공급과 합리적인 가격정책 등을 통해 소비자로부터 신뢰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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