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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긴장’ VS 소상공인 ‘기대’
  • 김정우 기자
  • 승인 2017.06.3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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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짝 긴장하고 있다.” 김상조 신임 공정거래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만난 한 대기업 계열 가맹사업본부 중간 관리자의 말이다. 김 위원장이 취임과 함께 골목상권 문제 해결을 최우선 순위로 두겠다고 말하면서 유통 대기업들은 긴장감이 높아졌다. 유통과 소비자관련 정책이 재벌개혁과 유사한 비중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반면 자영업자와 같은 소상공인들은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전국마트연합회에서 김 위원장의 임명에 공개적으로 환영의사를 밝힌 것은 이 같은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김 위원장의 공정위가 자영업자와 대기업 간 상생의 길을 모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공정위의 역할과 관련해 지난 14일 취임 일성으로 “경쟁자, 특히 경제사회적 약자를 보호해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김 위원장의 취임을 지켜보던 유통 대기업들의 긴장감을 충분히 끌어 올릴만한 발언이었다. 김 위원장은 취임 이전부터 골목상권 문제 해결을 최우선 순위로 두겠다고 말했고 우선 만들어져 있는 법을 충실히 지키자고 방법을 설명했다.

이는 유통 대기업들의 대형마트는 물론 복합쇼핑몰까지의 출점 제한 가능성을 키운 셈이다. 또 대규모유통업거래공정화법의 철저한 이행으로 과징금이 지금보다 늘어날 수 있게 됐음을 의미한다.
취임사에서 김 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공정위에 요구하는 바는 상당히 다르다”며 “대규모기업집단의 경제력 오남용을 막고 하도급 중소기업, 가맹점주, 대리점사업자, 골목상권 등 ‘을의 눈물’을 닦아달라는 것”이라고도 말했다. ‘을’의 입장을 충분히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물론 앞선 청문회 과정에서 이것이 간단히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는 인식을 내비치긴 했다. 당시 김 후보자는 “앞으로 공정위가 행정력을 총동원해서 집중해야 할 것이 가맹점 등 자영업자 삶의 문제가 되는 요소들”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문제는 많은 이해관계자가 걸려있고 정확한 팩트 파인딩이 안 되면 의욕만 앞선 잘못된 정책이 나올 수 있다”고 밝혔다. “제대로 하려면 정확한 실태 파악을 통해서 접근하려고 한다”고 말해 신중함을 보였다.

하지만 유통 대기업은 이미 골목상권 보호 강화의 방향성을 감지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신규 출점을 예정하고 있는 롯데마트는 물론이고 신세계백화점 출점에 난항을 겪고 있는 신세계 역시 앞으로의 주변 여건이 비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롯데마트는 올해 5개의 신규점포 출점계획을 갖고 있지만 불확실성이 여전하다. 출점계획에 포함돼 있는 대형마트 중 한 곳인 경기 양평점은 공사가 80% 이상 진행됐다. 4년째 공사를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경북 포항 롯데마트 두호점은 건물을 완공하고도 영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롯데마트 안팎에서는 올해도 개점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서울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에 들어설 롯데복합쇼핑몰은 아예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4년째 표류 중이다. 롯데쇼핑은 최근 서울시를 상대로 ‘도시계획 심의 미이행에 따른 부작위 위법 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올해도 첫 삽을 뜰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신세계그룹의 경우는 인천 복합쇼핑몰 개장 계획의 철회까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소상공인연합회는 줄곧 신세계복합쇼핑몰 입점 협약을 완전히 파기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신세계는 김 위원장의 취임이 예상되고 있던 즈음에 ‘일단 유보’ 입장을 밝혔다. 일찌감치 몸을 사린 것이라는 이야기들이 나왔다.

 

대규모유통업법 과징금 개정고시 ‘변경할까’

   
 

신규 출점의 난항에 더해 유통 대기업들에게 눈앞에 닥친 현안은 대규모유통업거래공정화법의 복원으로 보인다. 지난 정부에서 ‘대규모유통업법 과징금 개정고시’ 통해 공정위가 과징금의 산정에서 ‘위반금액’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이에 따른 과징금 산정에 있어서 기존의 납품대금×부과율(20~60%) 방식을, 관련 납품대금×(위반금액/관련 납품대금)×부과율(30~70%)로 변경했다. 당시 야당 등에서 과징금 경감을 위한 고시 변경이라며 비판했다.

김 위원장의 공정위는 과징금 개정 고시부터 원상회복할 공산이 크다. 갑질에 대한 경고의 의미다. 과징금 개정고시의 원상회복은 유통 대기업들의 경우 과징금의 액수가 커질 수 있다는 개연성을 갖는다. 

지난 5월 공정위는 에이케이(AK)플라자·엔씨(NC)백화점·한화갤러리아·현대·롯데·신세계백화점 등 6개사에 대해 계약서면 지연교부, 판촉 행사시 사전 서면 약정 미체결, 인테리어 비용 부담 전가, 계약 기간 중 수수료율 인상, 경영 정보 제공 요구 등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 행위에 시정명령과 함께 모두 22억여원(잠정)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한 바 있다. 고시 개정 이전의 방식대로 계산하면 과징금은 더 늘어났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앞서 국회에서도 이 같은 부분이 지적된 적이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롯데쇼핑(마트부문)의 대규모유통업법 위반행위에 대한 건’을 사례로 롯데쇼핑이 정당한 사유 없이 상품을 반품해 115억원을 수취했다고 국회에서 지적했다. 과징금 부과가 4억원에 불과한 부분에 대한 문제제기였다.

당시 박선숙 의원은 “롯데쇼핑이 ‘정당한 사유 없이 상품을 반품한 행위’를 해 ‘부당하게 이득을 취한 점’을 ‘매우 중대한 위반행위’로 판단했다는 공정위의 판단 자체가 부당이득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공정위는 법에서 규정한 ‘위반행위에 따른 이익’을 과징금 산정 기준에 반영하지 않아 100억원 이상의 과징금을 면제해준 결과를 초래했다”고 봤다.

최근 김 위원장은 “악마는 디테일에 있는데 정부가 지난한 법 개정보다는 시행령, 고시, 지침 개정 등으로 은근 슬쩍 규제를 완화한 게 많다”며 “이를 재점검하고 합리적 수준으로 올려 공정위 직원들이 제대로 시장 경쟁을 감시할 수 있는 수단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지난 정부에서 시행했던 과징금 개정 고시의 원상회복이 점쳐지는 배경이다. 이에 대해 유통업계 관계자는 “단순하게 보자면 대기업들에게 더 이상 ‘갑질’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내부 윤리규정을 강화하고 임직원들과의 대화를 통해 갑질 문화를 근절해 나가는 것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오픈마켓, 수수료율 공개 될까…유용성에 ‘의문’

   
 

김 위원장은 유통업계의 고질적 문제라고 지적돼 온 불공정거래 문화의 개선도 강조하고 있다. 구체적인 방법 중 하나로 오픈마켓의 수수료율 공개라는 카드를 살펴보고 있다. 백화점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부의 규제에서 자유로웠던 오픈마켓이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판매자에 부과하는 수수료율을 의무적으로 공개해야 할 처지에 놓인 오픈마켓의 입장에서는 영업구조의 속살을 드러내야 하는 처지가 될 수 있다는 점이 우려의 골자다.

김 위원장은 취임 이전 ‘수수료율 공개 의무’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언급해 왔다.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된 직후 수수료율 공개제도를 대형마트와 오픈마켓·소셜커머스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공식 취임 직후에는 이와 관련한 김 위원장의 코멘트가 직접적으로 나오지는 않았다. 하지만 온라인 유통업체들은 김 위원장의 향후 행보를 조심스럽게 지켜보고 있다.

‘수수료율 공개 의무’는 대형마트·홈쇼핑·백화점 등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이 같은 공개 의무를 G마켓·옥션·11번가와 같은 오픈마켓, 쿠팡·티켓몬스터와 같은 소셜커머스, 네이버쇼핑 등 e커머스 채널까지 넓히겠다고 언급했다. 기본적으로 오픈마켓은 판매자와 구매자 간 직거래 공간을 제공하는 플랫폼이다. 유통단계를 줄여 가격을 낮춘 게 특징이다. 대신 오픈마켓은 판매자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내고 있다. 판매자를 노점상이라고 가정하면 오픈마켓은 수수료라는 일종의 ‘자릿세’를 받는 셈이다. 오픈마켓 업계는 수수료율 공개 의무화 가능성에 대해 ‘당국의 방침을 따를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도 우려의 기색을 숨기지는 못했다. 수익구조가 낱낱이 공개되면 1년에 2~3번 열리는 수수료율 협상 체계가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유용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한다. 국내 주요 오픈마켓들은 현재 별도의 판매자 페이지를 통해 모든 카테고리의 수수료율을 공개하고 있다. 수수료율 변화도 해당 페이지를 통해 최소 한 달 전 미리 공지된다는 것이다.

오픈마켓 업계 관계자는 “판매자들이 수수료율에 대해 인지하고 있고 카테고리별 현황에 따라 판매자 경영 환경을 고려해 수수료율을 오히려 인하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미 시장 원리에 따라 합리적 ‘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오픈마켓이 수수료율 공개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는 또 있다. 저마진 사업인 오픈마켓이 적지 않은 수수료를 받고 있다는 이미지를 대내외적으로 줄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오픈마켓의 경우 단가의 높낮이에 따라 카테고리별 평균 6~12%의 수수료율을 부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입점·납품업체에 대한 갑질 논란이 종종 부각되는 백화점과 홈쇼핑 등은 15~30%의 수수료율을 유지하고 있다. 격차가 크다는 게 오픈마켓 업계의 주장이다.
오픈마켓의 주장을 구체적으로 살려보면 이렇다. 대개의 경우 한 판매자가 여러 오픈마켓에서 사업을 운영한다. 그래서 판매자들이 업체간 수수료율을 비교하는 게 가능한 구조라는 것이다. 이는 최근 오픈마켓 간 수수료율 편차도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설명으로 이어진다. 한마디로 “고액 수수료율 때문에 판매자가 피해를 보는 구조가 아니다”라는 설명이다.

오픈마켓 관계자는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의 차원에서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은 찬성한다”면서도 “당국에서 수익 구조를 규제하는 방향은 자유시장경제 논리에는 맞지 않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해결 기대’

   
 

유통 대기업들과는 달리 자영업에 수렴되는 소상공인들은 ‘김상조의 공정위’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다. 이들은 다가올 제도 개혁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골목상권 보호와 프랜차이즈 가맹 등과 관련한 불공정 거래 근절 의지를 천명한 만큼 전국마트연합회 등 소상공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단체들은 기대감을 내비쳤다. 따지고 보면 결국 ‘갑질 문화 개선’에 대한 기대다.

다만 대형마트의 입장을 대변하는 체인스토어협회 등은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규제 보다는 ‘공정한 행정’을 거듭 강조하며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정책을 주문했다.

전국마트연합회는 공식적으로 김 위원장 취임을 환영했다. 지난해부터 교착상태에 빠진 카드 수수료 인하 문제에 천군만마를 얻었다는 자평까지 내놓았다. 전국마트연합회는 “김 위원장 임명에 중소마트 상인들이 전폭적인 지지를 보내고 있다”며 “우리는 무엇보다 신용카드 수수료 인하 문제를 해결해 주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전국마트연합회는 이어서 “지난해 초 주요 8개 신용카드사들을 중심으로 영세소상공인 카드수수료 인하를 밝혔지만 연 매출 3억원 이상인 곳은 되레 수수료 비율이 1.8~2.0%에서 2.5%로 증가했다”며 “대형마트 수수료 비율인 1.5~.1.7%만큼 동등하게 조정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아울러 전국마트연헙회는 “수수료 비율 문제를 놓고 실질적으로 주요 카드사와 협상을 진행할 수 있는 창구가 없는 상황”이라며 “이들과 협의를 진행할 수 있는 협의체를 꾸릴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전국마트연합회가 갖고 있는 현재의 유통 환경에 대한 이해는 비교적 간단하다. 편의점과 대기업이 운영하는 마트들이 골목상권까지 침투한 상황에서 동네 중소형 마켓이 설 자리를 빠르게 잃어가고 있다고 본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강조한 상생과 불공정거래 행위들을 근절시킬 수 있는 정책의 실행에 대해 기대감을 갖고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편의점 등의 가맹점주들이 주축이 된 전국가맹점주협의회도 일찍부터 김 위원장을 환영했다.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김 위원장의 임명 문제가 논란이 되자 6월 초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이를 통해 전국가맹점주협회의는 “불공정 문제의 실태와 해결책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 후보자의 정책 이해도와 전문성을 고려할 때 공정거래위원장에 적격”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당시 전국가맹점주협의회는 “가맹점주들과 자영업자들은 대기업의 온갖 불공정과 불합리로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며 “물류에서 폭리를 취하는 부당한 필수물품 강요, 부당한 가맹계약 해지, 인테리어 강요 등 불공정행위 문제의 해결이 시대적 과제가 됐다”고 강조했다. 반면 대형마트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김 위원장의 공정위 출범과 관련해 “공정한 정책이 밑바탕을 이뤄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김 위원장이 정책을 실제 집행하는 위치에 서 있는 만큼 기업의 발전과 성장, 고용창출로 인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 등 균형감 있게 펼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이어 “김 위원장이 대기업을 바라보는 이미지를 통해 업계 안팎에서는 규제 강화와 출점 제한 등의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기업들이 상당히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합법성과 공정성을 바탕으로 공정한 거래를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길 바란다”고 부연했다.      

김정우 기자  nexteconomy@nex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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