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봄도 금세 지나고 이른 초여름 더위에 이슬땀이 맺힌다. 날이 갈수록 텁텁한 공기 때문에 도시가 사막처럼 느껴지는 6월의 주말, 부담 없이 떠날 수 있는 곳이 양평이다. 수도권에서 가까워 근교나들이로 바람쐬러가기 좋다. 황순원의 소설 <소나기>를 모티프로 한 소나기마을에서는 한낮의 햇빛을 식히는 시원한 소나기 샤워가 방문객을 맞는다. 은은한 향이 좋은 연꽃나라, 세미원도 함께 들러보자.

몸과 마음을 씻는 곳, 연꽃나라 세미원

세미원은 양평 두물머리 인근에 자리한다. 태극기 모양의 입구를 지나면 항아리에서 시원하게 물줄기를 뿜어내는 항아리 분수를 만날 수 있다. 때론 힘차게 때론 약하게 솟아오르는 분수를 바라보고 있자면 햇살도 바람도 잠시 쉬어가는 것 같다. 입구를 지나 울창한 수풀사이로 들어가면 시골의 냇가에 온 듯 작은 징검다리를 만날 수 있다. 

세미원은 ‘물을 보면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면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는 관수세심(觀水洗心), 관화미심(觀花美心)에서 따온 이름이다. 물과 꽃을 함께하는 동안 이곳을 찾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도 아름다워질 것 같다. 6월부터 피기 시작하는 연꽃과 수련은 8월까지 이어진다. 물론 일 년 내내 화사한 수련을 감상할 수 있는 세계 수련관이 있으니 때를 놓쳤다고 염려하지 말자. 멋진 동양화 한 폭을 감상하는 기분으로 정원 이곳저곳을 누벼보자. 하얀 연꽃이 피는 백련지와 자줏빛 연꽃이 피는 홍련지, 빅토리아 연못 등 챙겨봐야 할 곳이 많다. 자녀들을 데려왔다면 연꽃문화체험교실에 참여해보자. 연꽃을 테마로 연꽃부채만들기, 연꽃족자그리기 등에 도전해 볼 수 있다. 세한정을 지나 사랑의 연못까지 모두 관람했다면 배다리를 건너서 상춘원까지 들러보자. 각종 꽃과 나무들이 있는 작은 정원인데 이른 봄에도 꽃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다시 세미원 입구로 돌아와도 되고 상춘원 옆에 있는 두물머리로 산책을 나서도 좋다. 두물머리는 북한강과 남한강, 두 강이 합류하는 곳으로 서정적인 풍광으로 유명하다. 이곳은 여유롭게 데이트 나온 연인들과 두물머리의 정취를 담으려는 사진애호가들이 자주 찾는다.

 

소나기가 내리는 마을, 양평소나기마을

황순원 문학촌 소나기마을은 세미원에서 12㎞정도 떨어져 있다. 북한강변을 달려서 찾아가는 길은 드라이브코스로 안성맞춤이다. 도심의 빽빽한 빌딩숲을 벗어나 울창한 나무와 유유히 흐르는 강물을 마주하고 달리다보면 이것이 행복이 아닐까 하고 입가에 미소를 머금게 된다. 강바람에 몸을 맡긴 나뭇잎의 춤사위를 여유롭게 바라볼 수 있어 마음까지 흐뭇하다. 농가를 따라 이어진 도로를 잠시 달린 후 황순원 문학촌 소나기 마을에 도착한다. 이곳을 찾으면 누구나 특이한 건물모양에 놀라게 된다. 황순원문학관으로 사용되는 이 건물은 소설 속 두 주인공이 소나기를 피했던 수숫단 모양을 형상화해 원뿔형 모양으로 만들었다. 황순원 선생의 삶과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는 곳이다. 1, 2층 전시실에는 선생의 친필 원고와 각종 유품들이 전시돼 있고 3층은 야외카페가 있다. 영상실에는 나무 책걸상, 칠판 등을 이용해 옛날 교실을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야외 전시장에는 황순원 묘역, 고향의 숲, 해와 달의 숲, 사랑의 무대가 이어진다. 잔디가 깔려있는 소나기 광장에는 수숫단을 움막처럼 만들어 놨다. 때마침 하늘에서 우두둑하며 소나기가 쏟아진다. 우산이 없어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이 소나기는 문학관에서 매일 두 시간 마다 인공적으로 내리는 소나기다. 초여름에 시원하게 쏟아지는 소나기에 대지는 열기를 식히고 불어오는 바람은 더욱 시원해진다. 개구쟁이들은 소나기를 맞으며 신이 났는지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가슴을 활짝 열어젖히고 뛰어다닌다. 물놀이가 충분치 않다면 학의 숲을 넘어 냇가로 가보자. 소설 속 한 장면처럼 개울에는 물이 흐른다. 꼬마들이 첨벙거리며 물고기를 잡겠다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는데 물놀이장이 따로 없다. 그렇게 양평소나기 마을에서 물의 나라에 흠뻑 빠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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