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고 독창적인 2017 소비 신조어

#2년차 사무직을 다니고 있는 김지연씨는 일주일전 새로 부임한 직장상사 김부장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제 막 신입딱지를 떼고 직장생활에 안정이 찾아오나 싶었는데 새로온 김부장은 매일같이 잔업을 던져주고 있다. 업무파악에 필요하다며 최근 10년간 결산보고서 정리도 모자라 결제 받아야하는 서류에는 “다시! 다시!”를 연발한다. 하지만 상사 지시에 어쩔 도리가 없는 지연씨는 조용히 자리에 돌아와 담아뒀던 쇼핑리스트의 결제버튼을 오늘도 눌러버렸다.

남일 같이 느껴지지 않는 위의 사례처럼 스트레스로 홧김에 하는 충동구매를 ‘시발비용’이라고 부른다. 이밖에도 최근 소비 습관과 연관된 다양한 신조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본인의 부주의로 낭비한 ‘멍청비용’, 소소한 재미를 위한 ‘탕진잼’ 등 현시대의 소비패턴을 대변하는 신조어에 대해 알아봤다. 

덮어놓고 쓰다보니 어느새 월급이!
취업포털사이트 인크루트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성인남녀 80%가 스트레스로 인해 홧김에 돈을 쓰고 81%는 자신의 실수로 인해 돈을 낭비했으며 71%는 외롭고 쓸쓸한 마음 때문에 돈을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작고 소소한 지름을 통해 소비한 비용이 1인당 연간 평균 60만원을 넘었다는 결과는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한 네티즌이 비속어 ‘x발’을 외치면서 비용을 지불했기 때문에 ‘X발비용’이다’라고 쓴 댓글로부터 시작된 ‘시발비용’은 SNS상에 유행처럼 번졌고 올해 핫한 신조어로 자리매김했다.시발비용이란 일종의 기회비용과 충동구매처럼 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으면 쓰지 않았을 비용을 말한다. 위의 사례가 시발비용에 해당된다. 스트레스 받아 홧김에 시킨 족발·치킨, 길가다 산 마카롱·초콜릿·케이크, 평소라면 대중교통을 이용했을 텐데 짜증나서 탔던 택시 등도 마친가지다.

이러한 시발비용은 ‘탕진잼’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탕진잼은 ‘재물을 다 써버림’의 뜻을 가진 탕진과는 조금 다른 소소하게 돈을 써버린 것을 말한다. 10·20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재미있다’는 표현 끝에 ‘-잼’을 붙이는 형태처럼 노잼, 꿀잼 등의 유행어 같이 탕진 뒤에 잼을 붙인 합성어로 지속되는 저금리와 ‘현재의 행복을 중요하게 여기며 생활하는’ 욜로족 열풍이 맞물린 소비 형태이다.

탕진잼은 주로 자질구레한 생활용품이나 화장품, 맛집 탐방, 짧은 여행 등 일상생활에서 일어난다. 시간이나 힘, 재산 등을 헛되이 다 써버린 것이 아닌 재미를 위해 푼돈을 순식간에 써버렸다는 뜻에서 탕진보다는 좀 더 소소하고 귀여운 느낌을 준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6만건의 소셜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탕진잼은 세 가지 소비로 분리가 가능하다. 우선 ‘가성비파’는 들인 금액 대비 가성비가 좋은 제품을 사는 것으로 주로 천원샵 쇼핑 등이 포함된다. ‘득템파’는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상품을 발견해 충동적으로 구입했을 때, ‘기분파’는 지닌 현금을 인형뽑기로 탕진했을 경우에 표현할 수 있다.

‘멍청비용’은 ‘멍청’과 ‘비용’의 합성어로 본인의 부주의로 본의 아니게 낭비된 비용을 말한다. 예를 들면 영화표를 예매해 놓고 날짜와 시간을 착각해서 사용기간이 지나버렸다든지 토익 응시를 위해 응시료를 지출했지만 당일 늦잠을 자는 바람에 시험을 치르지 못한 등이 멍청비용에 해당된다. 특히 ‘아침에 일기예보를 확인하지 않아 구입한 우산 때문에 현관만 보면 한숨이 나온다’는 한 네티즌의 댓글은 멍청비용을 써본 많은 이들의 공감을 샀다.

최근에는 ‘카페인증후군’이라는 말도 생겨났다. 카페인증후군은 SNS에서 비춰지는 타인의 모습을 보면서 받는 상대적 박탈감과 우울증을 가리키는 신조어로 ‘카페인’은 카카오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의 줄인 말이다. 최근 스마트폰 발달로 스타들의 일상도 쉽게 들여다볼 수 있게 되면서 SNS의 목적이 날이 갈수록 비춰지는 모습에 치중되고 있다. 더 좋은 모습과 더 좋은 것을 기록하려는 추세가 늘고 있는 것이다.

실제 10~30대의 젊은층이 전체 사용자의 85.3%를 차지하고 있는 인스타그램에서는 ‘맛스타그램’을 검색하면 무려 2100만 여개의 사진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자신의 일상을 자랑하는 모습이 달갑게만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SNS를 통해 자신의 부와 능력을 자랑할 수 있는 이가 있는 반면 노출되는 사진을 통해 상대적 박탈감과 우울증을 겪고 있는 카페인증후군 보유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SNS스타의 삶을 모방하거나 인기를 끌기 위한 잘못된 허위 소비를 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실제로 150만원에 달하는 고급양주의 공병을 중고장터에서 3만원에 대량 공수해 마치 자기가 마신 양 자랑을 하거나 자신의 소유가 아닌 차량 앞에서 촬영해 개시하는 등 허위소비 사례가 빈번하게 일고 있다.

위와 같이 잘못된 소비습관과 연계된 유머러스한 신조어들은 당분간 지속될 조짐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비용들에 대한 우려도 크다.

한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는 “소수만 성공하고 다수는 낙오할 수밖에 없는 사회구조가 이 같은 신조어의 탄생과 유행을 만들어 냈다”면서 “순간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쓴 돈은 나중에 낭비에 대한 후회와 걱정으로 또 다른 스트레스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주의를 환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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