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현대사회 피해 일상 탈출한 미니멀리스트

# 31살 직장인 이진호씨는 꿈같은 결혼생활을 두 달 앞두고 있다. 하지만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여자친구와 사회 초년생인 이진호씨의 혼수준비는 시작부터 난관이었다. 기본적이라는 혼수용품의 비용도 만만치 않았을 뿐더러 굳이 필요한지도 사실 잘 납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상의 끝에 진호씨 커플은 의례적으로 갖춰야할 부담스러운 혼수대신 꼭 필요한 가구와 가전, 최소한의 수납공간만으로 신혼집을 꾸미기로 결심했다.

위 사례처럼 최소한의 혼수와 스몰웨딩으로 시작하는 커플들이 늘고 있다. 이들은 최소한의 기능과 공간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스트’다. 실제 최근에는 풍요로움 보다는 필요한 물건으로 여유로운 삶과 공간을 즐기는 소비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이에 발맞춰 유통업계도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는 소비자를 사로잡기 위한 제품들을 쏙쏙 선보이며 인기를 끌고 있다.

심플라이프를 위한 ‘가치상품’
삶의 다이어트가 시작됐다. 최근 1인 가구의 증가와 급속도로 변하는 정보홍수 속에서 피로감을 느낀 현대인들은 미니멀리스트를 자처하고 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 비율은 지난해 기준 전체 가구 수의 27.2%에 달한다. 2인 가구(26.1%)까지 포함하면 인구의 절반(53.3%)은 1, 2인 가구라는 말이다. 이러한 사회적인 구조가 맞물리며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는 미니멀리스트들이 늘고 있다. 미니멀리스트들은 물질의 풍요로움을 버리고 필요한 물건만으로 개인의 여유로운 삶과 공간을 즐긴다. 그러나 ‘최소한의 것’을 뜻하는 미니멀리즘은 무엇이 최소한인지 정확한 틀이 없다. 따라서 사람마다 미니멀라이프를 추구하는 방법도 다양하고 그에 맞춰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제품군도 다양하다.

지난 2014년 국내에 입점한 글로벌 가구공룡 ‘이케아’는 심플한 디자인과 저렴한 가격으로 미니멀리스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중에서도 사랑받는 제품은 수납공간과 멀티제품이다. 1만5000원밖에 하지 않는 ‘실내외 겸용 선반’과 2만원대 ‘블랙브라운색 책장’, 접으면 소파 펼치면 침대가 되는 ‘2인용 소파베드’ 등이 베스트 상품이다.

전자기기와 가전제품에도 변화가 일어났다. 미국 기업 ‘라이트’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킥스타터를 통해 미니멀리즘 휴대폰을 지난달 출시했다. ‘라이트 폰’은 기본에 충실한 휴대폰으로 전화 수·발신만 가능하며 최대 9개의 번호를 저장할 수 있고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신용카드 크기의 휴대폰이다. 너무 빠른 속도로 공급되는 스마트폰에 지친사람들을 노린 상품이다.

퇴근 후에도 가사에 시달리는 바쁜 현대인들을 위한 실용적이면서 편리한 생활위주의 가전제품들도 인기다. 특히 본연의 건조기능을 살린 삼성 ‘전기건조기’는 옷 건조 시간을 단축시켜 세탁시간을 절약해주고 가스 배관을 설치해야하는 기존 건조기들과 달리 어디에나 설치가 가능해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다. 또한 내비게이션카메라가 달려 집안 구조를 파악하고 장애물을 감지하는 삼성 로봇청소기 ‘파워봇’도 미니멀리스트들에게 인기다.

미니멀리즘은 패션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무조건 최소한의 기능과 저렴한 가격을 추구하는 것이 아닌 디자인적 만족도도 고려했다. 실제 장식적인 디자인을 가능한 모두 제거한 심플한 디자인으로 훌륭한 옷차림을 연출하는 모던 스타일, 슬림&롱 스타일 등은 모두 미니멀리즘의 영향이다. 대표적으로 ‘유니클로’는 가격대비 좋은 원단과 편하고 깔끔한 디자인으로 유행을 타지 않아 미니멀 패션브랜드로 사랑받고 있는 브랜드다.

브랜드 고유의 철학이 아예 미니멀리즘인 ‘캘빈클라인워치&주얼리 브랜드’도 인기다. 지난 3월에는 브랜드 철학을 더욱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여성 컬렉션 ‘시크(Chic)’와 ‘엔들레스(Endless)’, 남성 컬렉션 ‘부스트(Boost)’, 뉴 모델을 추가한 브랜드의 대표 컬렉션인 ‘미니멀(Minimal)’, ‘시티(City)’ 등의 컬렉션을 선보였다. 이밖에도 ‘질샌더’, ‘조르지오아르마니’ 등은 단아하고 절제미를 살린 미니멀리즘을 대표하는 패션브랜드다.

뷰티업계는 성능은 올리고 번거로움은 없앤 올인원제품, 화학첨가성분은 뺀 저자극제품, 실리콘과 계면활성제를 뺀 샴푸 등과 같이 미니멀리즘에 자연주의를 더한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미니멈 스킨케어브랜드 ‘휘게(Hyggee)’는 피부 다이어트를 철학으로 기초 보습 단계를 하나로 통합한 올인원 스킨케어 제품 ‘휘게 원스텝 페이셜에센스’를 선보였다. 그 밖에도 기존 화장품에 들어가는 화학성분의 위험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실천해온 천연 기능성 화장품 브랜드 ‘아이소이’는 계면활성제, 파라벤과 같은 화학성분을 피하기 위해 삼푸를 쓰지 않고 물로만 머리를 감는 일명 ‘노푸’족을 위한 ‘화학성분무첨가, 실리콘 무첨가 샴푸’를 내놓았다. 이 또한 미니멀리즘 열풍의 영향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미니멀 라이프가 유행하고 있는 원인은 복잡한 현대 사회 속에서 탈피하려는 원인도 있지만 경제적 여건에 의해 자의적이지 못한 경우도 많다”며 “장기불황속에 경제 저성장이 지속 되면서 한동안 미니멀라이프 열풍은 계속 이어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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