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자영업자들, 레시피 공개 여파로 매출 80%하락

최근 한 종편채널의 시사 프로그램 보도 이후 대왕 카스텔라를 판매하던 가게들의 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대왕 카스텔라의 유행은 폭발적이었고, 몰락은 순식간이었다.

해당 프로그램이 대왕 카스텔라를 판매하는 프랜차이즈를 겨냥해 업체행태를 고발한 것이 발단이었다. 프로그램에 따르면 일부 대왕 카스텔라 업체가 밀가루, 우유, 계란만으로 만든 건강한 간식인 것처럼 홍보 했지만 사실은 식품첨가물을 넣어 판매하고 있었다며 업체가 소비자들을 기만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빵을 생산할 때 대량의 식용유를 사용한 점도 지적했다.

방영직후 대왕 카스텔라는 충격 받은 소비자들에 의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렸다. 곧이어 식품 전문가들과 관계자의 반론으로 카스텔라에 식품첨가물을 사용하는 업체는 일부에 불과했고 식용유로 빵을 만드는 것은 일반적인 사실임을 밝혀냈지만 이미 업계의 붕괴를 막기엔 여파가 컸다. 해당 프로그램도 사건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왕 카스텔라를 다룬 2편을 방영을 했지만 ‘시폰케이크에는 식용유가 들어가지만 카스텔라에는 식용유가 쓰이지 않기 때문에 식용유를 사용하고 카스텔라라고 판 점이 문제’라고 번복할 뿐 크게 달라진 내용은 없었다. 이러한 정황으로 앞 다퉈 생겨나던 한 외식업체는 이제 몰락을 앞두고 있다.


대왕 카스텔라는 무고한 희생?
모 채널의 시사프로그램 입맛에 따라 요리돼 통째로 사라진 외식업체의 비운의 스토리는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8월에는 썩은 과일을 사용한다는 자극적인 보도의 여파로 전국 생과일주스점의 매출이 반 토막 나며 줄지어 폐점했던 사례도 있다. 더 과거로 거슬러 내려가면 지난 2014년 눈꽃빙수의 눈꽃 얼음위생관리가 불량이라는 보도가 나가자 전국 빙수가게들은 치명타를 입었다.

또한 벌집 아이스크림은 토핑으로 올라가는 벌집이 양초성분인 파라핀으로 만들어졌다고 보도돼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게 됐다. 이에 해당 디저트업체들은 즉각 대응해 눈꽃 얼음의 위생상태 불량은 일부 가게에 속한 것이며 파라핀 파동에 대해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검사 기준을 통과한 시험 성적통지서를 공개해 벌집에 이상이 없음을 밝혀냈지만 이미 제품을 불신하는 소비자들의 발길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공통점을 살펴보면 해당 프로그램은 주로 신생 프랜차이즈들, 특히 영세 업체들을 대부분 먹이감으로 삼았다. 그리고 프로그램의 타깃으로 방영 되고나면 자본이 뒷받침되는 큰 회사는 살아남고 작은 회사는 흔적조차 사라짐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황교익 맛칼럼리스트는 “시폰케이크에도 그만큼 들어가는 식용유를 두고 마치 못 먹을 음식인 듯이 방송됐다”며 “애초에 잘못 붙인 이름과 무첨가 마케팅 등에 문제가 있다는 정도만 지적했다면 지금의 사태는 일어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왕 카스텔라를 취급하는 프랜차이즈는 총 29개 브랜드로 전국에는 전체 가맹점을 포함해 500여개의 지점이 있다. 그중 해당 프로그램은 총 29개의 브랜드 중 10곳의 브랜드를 무작위로 선정해 취재했고 4개 지점의 카스텔라 레시피를 공개했다. 그리고 4개의 레시피에는 프로그램에서 지적했던 식용유가 모두 사용되고 있었다. 이어 지난 3월26일 방영된 동일 프로그램의 ‘대왕 카스텔라 2편’을 보면 정직하게 운영해온 대왕 카스텔라의 업주들의 인터뷰가 소개됐다. 매장 안 게시판에 식용유를 포함한 카스텔라에 들어가는 전 성분을 표기해놓은 업주도 있었고, 카스텔라의 명분에 맞춰 식용유를 일제 사용하지 않고 생산했다는 업주도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방송의 후폭풍을 정직한 업주들도 피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올바른 먹거리 문화를 선도하겠다는 이 프로그램의 취지는 높이 살만 하다. 또한 소비자의 알권리 보장도 선도하고 있는 프로그램으로 칭찬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일부 업체의 비도덕적인 문제를 마치 전체 업계의 만행인 것처럼 자극적이게 풀어낸 스토리는 양심적으로 판매해온 자영업자들에게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인천에 있는 한 업체의 직원은 “매출이 80%급감해 타격이 크다”며 “해당 프로 방영 전에는 하루에 25~30판정도 구웠는데 방영 후 현재는 가격을 6000원에서 4000원으로 인해 했음에도 하루에 1~3판 구워도 다 못 판다”고 밝혔다.

대왕 카스텔라를 취급하는 업체의 창업 초기비용을 조사결과 A업체는 가맹비, 교육비, 매장소품, 오픈지원, 인테리어 등 부가세를 제외한 약 1700만원과 보증금 100만원이 필요했고 B업체는 3500만원이 필요했다. 비교적 적은 비용으로 창업이 가능하다. 하지만 실제로 가게를 열려면 이밖에 임대 및 관리비, 식재료비, 인건비, 공과집비 등 부수적인 자본금이 추가 된다. 주로 소자본 창업을 선택하는 사람들은 오랫동안 지속 돼온 취업난으로 인해 창업을 선택한 젊은이들, 은퇴자금을 모아 노후를 준비하는 중년들로 대부분 자본이 부족해 큰 투자가 어려운 사람들이 다수다.

그러나 이때 이번 사태와 같은 파동이 일어나면 가맹점주는 소비자들의 외면 속에 매출마저 반토막 나 다시 재개가 어렵고 프랜차이즈 본사와 계약기간에 묶여 폐점조차 힘들게 된다. 결론적으로 해당 프로그램으로 인한 풍파의 가장 큰 피해자는 자영업자들이다. 고스란히 피해를 견디며 가게를 닫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눈물로 버틴다는 것이다.

현재 사라진 대왕 카스텔라의 자리는 찹쌀핫도그와 생크림 오믈렛 빵이 채우고 있다. 이 또한 대왕 카스텔라처럼 되지 않는다는 법은 없다.

업계 관계자는 “먹거리에 대한 정직한 성분공개는 대중의 건강과 알권리를 위해 필요한 부분”이라며 “하지만 자극을 쫒아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 당부했다. 아울러 “새 아이템을 가지고 새 출발하려는 자영업주들도 이번 사건을 거울삼아 동일한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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