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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불편’한 소비를 추구하는가
비용 절감은 물론 자신만의 가치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 확산 영향
2017년 03월 30일 (목) 17:56:03 이정석 기자 barajigi@nexteconomy.co.kr
   
 

보다 편리하고 빠른 것을 추구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특히 갈수록 심화되는 경쟁 속에 생업에, 가사에, 육아에, 자기개발에 바쁜 일상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은 더욱 그렇다. 일상에 깊숙이 들어온 과학 기술 또한 더 빠르게, 더 편리하게 일상의 편의를 돕기 위한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직접 무언가를 고르고 만드는 수고를 감수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 불황에 비용을 절감하기 위한 노력이기도 하지만 과정의 즐거움을 누리고 자신만의 가치를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의 확산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불편 마케팅의 대명사 이케아
트렌드 연구가 김용섭 날카로운 상상력연구소장이 쓴 〈라이프 트렌드 2017〉의 부제는 ‘적당한 불편’이다. 지난해 발간된 2017년 트렌드 전망 보고서 중 하나인 이 책에서 저자는 ‘불편’의 가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에 주목한다. 일반적으로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불편’이라는 단어에 ‘감수할 만큼 적당한’이라는 수식어가 붙으면 상황은 달라진다. 불편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겪는 경험의 가치가 불편함의 수준보다 크다면 기꺼이 받아들인다는 것. 비용을 절감하거나, 보다 양질의 재화를 획득하는 것, 또는 자신만의 경험을 얻는 등 자신이 우선하는 가치를 위해 불편을 감수하는 생활방식이 또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이다.

2014년 광명에 국내 1호점을 오픈한 글로벌 가구 업체 이케아. 이케아는 국내 진출 전부터 기존 가구업체들과는 다른 가격, 판매방식, 스타일로 국내 가구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킬 것으로 전망됐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혼수나 이사철 한 번 구매한 가구를 오랫동안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때문에 내구성이 중요하고 가격도 비싼 편이었다. 가격이 비싼 만큼 배송, 설치, 상담 등의 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케아는 이러한 기본적인 서비스를 없애는 대신 가격을 줄였다.

그러나 이케아의 강점은 저렴한 가격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제품을 조립하는 행위를 자신의 가구에 애정을 쏟는 의미 있는 과정으로 포장하고 가구뿐만 아니라 아기자기한 생활소품까지 흥미로운 물건들로 가득한 매장은 단순히 제품을 고르기 위해 헤매는 것이 아니라 마치 테마파크를 투어하는 듯한 묘한 경험을 제공한다.
 

가격, 개성, 건강…이유도 다양

   
 

직접 만드는 경험은 이케아와 같은 특정 브랜드에서만 유효한 가치가 아니다. DIY 열풍은 인테리어, 제과, 패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난다. 전문 인테리어 업체나 가구 업체의 컨설팅을 받아 진행하던 인테리어 분야는 젊은 싱글족을 중심으로 직접 소품을 구매해 저렴한 비용으로 진행하는 셀프 인테리어가 유행하고 있다. 이 경우 비용이 적게 들뿐만 아니라 공사 부담도 없어 취향과 유행에 따라 간편하게 나만의 공간을 꾸밀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패션 분야에서도 아예 DIY족을 겨냥한 이벤트나 제품을 선보이는 브랜드까지 생겼다. 바네사브루노(VANESSABRUNO)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을 시작으로 스테디셀러인 ‘카바스백(cabas bag)’은 물론, 스웻셔츠까지 다양한 와펜으로 나만의 제품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는 ‘플레이(PLAY)! 나만의 바네사브루노’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또 루이까또즈(LOUIS QUATORZE)는 가죽 원단을 직접 조립해 완성하는 가방과 와펜으로 장식할 수 있는 스몰레더 굿즈 등의 DIY 라인을 출시했다.

‘나만의 것’에 대한 욕망뿐만 아니라, 건강에 대한 관심도 불편한 소비의 이유가 되고 있다. 먹방을 넘어 이제는 쿡방이 대세인 시대. 그만큼 음식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매력을 느끼고, 직접 그 과정을 경험해보고 싶어 하는 이들도 많아졌다. 특히 직접 만든 요리는 바로 사먹는 요리보다 믿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이처럼 요리의 즐거움과 건강한 먹거리를 추구하는 이들을 겨냥해 레시피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도 생겼다.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는 레시피와 함께 필요한 만큼의 식재료를 손질해 배달해주기 때문에 직접 요리하기는 부담스럽던 바쁜 싱글족도 편리하게 요리를 만들어 즐길 수 있다. 반조리 식품 전문으로 초간단 레시피를 이용해 완성된 요리를 즐길 수 있는 ‘마이셰프’, 손이 많이 가는 한식도 손쉽게 요리할 수 있는 ‘프레시지’, 세계 각국의 집밥을 만날 수 있는 ‘원파인박스’ 등 많은 업체들이 등장했다.   

가습기 살균제 파동 등 이슈로 인해 화학제품을 혐오하는 ‘케미포비아’ 현상이 확산되면서 직접 생활용품을 만들거나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천연 화장품이나 천연 세제 만들기 교실에 사람들이 몰리고 지자체 문화센터 등에서는 관련 강좌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일회용 기저귀에 밀려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천 기저귀도 최근 불거진 일회용 기저귀 다이옥신 검출 논란에 다시 주목받고 있다. 11번가, 티몬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전년 대비 천 기저귀 판매량이 급증했으며, 유아용품 기업 아가방앤컴퍼니는 무형광 순면소재로 제작한 천 기저귀 신제품 ‘별기저귀’를 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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