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내수 활성화 추진과제 발표…유연근무제 도입, 전통시장·대중교통 소득공제 강화 등

올해부터 한 달에 한번 ‘가족과 함께하는 날’을 정해 조기 퇴근을 유도하는 유연근무제 도입이 추진된다. 또한 KTX 등 고속철도를 조기 예약하면 운임을 최대 50%까지 할인받는 서비스도 나온다. 전통시장과 대중교통 사용금액에 대한 연말정산 소득공제율은 올해 말까지 30%에서 40%로 확대된다. 정부는 지난 2월 정부서울청사에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내수 활성화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내수 활성화 소비 촉진 방안을 발표했다.

팔 걷은 정부, 효과는 글쎄?
지난 2월 정부가 내수 활성화 관계 장관회의를 열고 소비 촉진 방안을 내놨다. 먼저 정부는 매달 하루를 ‘가족과 함께하는 날’로 정하고 이날만큼은 일찍 퇴근해 가족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유연근무제 도입을 추진한다. 한 달에 한 주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4일간, 매일 30분씩 더 근무하고 금요일에는 2시간 일찍 퇴근해 가족과 여행, 쇼핑, 외식 등을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추진 중인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를 벤치마킹한 이 제도는 미국·일본 등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오랜 근무시간으로 인해 소비가 구조적으로 제약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정부는 KTX, SRT 등 고속철도를 25일 전에 예약하면 운임을 최대 50%까지 할인하는 등 교통비 지원방안과 함께 철도 자유이용권인 ‘내일로’ 이용 연령을 만 29세 이하로 확대했다. 내일로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청년(만 18세 이상∼25세 이하)에게 제공하는 일반열차 자유이용권을 말한다.

호텔·콘도 사업자가 객실요금을 10% 이상 내리면 재산세를 최대 30%까지 깎아 주는 방안도 추진된다. 이와 함께 해외로 나가는 골프 인구를 국내로 돌리기 위한 골프산업 육성대책도 포함됐다. 정부는 국민·업계 등 광범위한 의견 수렴을 거쳐 골프 관련 세금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4월 중에 발표할 예정이다.

더불어 현재 전통시장에서 물건을 사거나 대중교통 요금으로 지출하는 소비에 대한 소득공제율은 30%에서 40%로 상향 조정해 연말정산 혜택을 늘리기로 했으며 유가 상승에 따른 서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연간 10만원인 경차 유류세 환급 한도를 20만원으로 확대했다. 이동통신사가 마케팅을 위해 추첨이나 선착순으로 제공하는 경품 가액의 총합 한도도 3000만원 이상으로 완화된다. 이동통신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고 소비자 후생을 높이겠다는 목적이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일명 ‘김영란 법’ 시행으로 어려움을 겪는 음식점·화훼업·농축수산업 등의 소상공인에게는 저리 융자를 지원하기 위해 8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성한다.

장기 불황으로 소득 기반이 위축된 저소득층을 고려한 대책도 내놨다. 실업자 생계 보호를 위해 4월부터 구직급여의 상한액을 1일 4만3000원에서 5만원으로 16.3% 인상한다. 또 대학수학능력시험 응시 수수료 면제 대상을 기초수급자에서 차상위 계층까지 확대한다. 기초수급자의 국내선 공항 이용료도 50% 할인한다.

정부는 각종 지원책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주택기금, 중소기업 창업 및 진흥기금 등 기금지출액을 2조2000억원 늘리고 지방교부세·교부금 조기 정산도 800억원 더 확대하는 등 총 3조원 규모의 재정을 보강한다는 방침이다.

이찬우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이번 내수 활성화 추진과제를 두고 “지출 여력이 있는 중산층·고소득층은 바로 소비로 연결될 수 있도록 소비 심리를 개선하는 데 집중했고 저소득층은 가계소득을 확충하고 생계비 부담을 줄여 지출 여력을 늘리는 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정부의 보여주기식 내수 활성화 대책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먼저 ‘가족과 함께하는 날’에 대한 우려다. 소비자들이 오래 머물수록 매출과 연관되는 대형마트 등의 유통업체의 걱정이 크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보통 맞벌이 가족은 주말에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외식을 한다”며 “그런데 한 달에 한 번 금요일에 일찍 퇴근해 가족과 함께 외식과 쇼핑하고 즐기길 권장하는 ‘가족과 함께하는 날’제도가 도입 된다면 금요일 저녁에 짧게 장을 보고 주말에는 나들이 가는 소비자들이 늘어날 것은 불 보듯 뻔 한일”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내 여행객 확대를 위해 내놓은 철도 자유이용권인 ‘내일로’ 이용 연령 완화는 위화감만 조성하는 정책이라는 지적이다. 정부는 이번 내수 활성화 정책을 통해 일반열차 자유이용권 연령을 25세 이하에서 만 29세 이하로 확대했다. 하지만 현재 취업난에 허덕이는 청년층의 일반열차 이용은 감소 추세다. 실제로 2015년 23만967명이었던 ‘내일로’ 사용자는 지난해 11만2293명으로 반 이상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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