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쇼핑 업계에서는 쿠팡의 사업 모델 전환이 시장에 가져올 변화에 대해 크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쿠팡이 설립 초창기 소셜커머스 사업 모델을 앞세워 입지를 다진 기업임은 분명하지만 수익모델을 볼 때 오픈마켓, 소셜커머스로 업체를 편가름하는 것은 오래전 의미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이는 쿠팡 뿐 아니라 위메프, 티몬도 마찬가지다.

쿠팡과 티몬, 위메프의 지역딜 매출 비중은 모두 두 자릿수가 채 못 된다. 쿠팡의 경우 최근까지 지역딜 매출 비중은 전체의 0.2%에 불과했다. 김범석 대표를 비롯한 쿠팡 임직원들이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소셜커머스로 분류되는 것을 싫어한다는 말이 돌 정도이다.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간 경계가 사실상 허물어졌다는 사실도 쿠팡의 사업모델 전환의 의미를 감소시키는 요인이다. G마켓은 슈퍼딜을, 옥션은 올킬, 11번가는 쇼킹딜을 통해 소셜커머스 판매방식인 큐레이션 서비스를 도입한 지 오래다. 큐레이션은 상품기획자(MD)들이 인기 아이템을 선별하고 검증된 판매자를 통해 제품을 유통시키는 방식을 말한다.

여기 더해 대형 유통업체들은 온라인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온·오프라인 시장이 무한경쟁 체제에 접어든 것이다. 업태 구분은 더 이상 무의미하다. 한정된 시장에서 타사의 고객을 어떻게 뺏어올지가 관건이다. 이에 따라 쿠팡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업계의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최근 들어 위메프와 티몬은 신선식품, B2B(기업간거래) 진출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으나 쿠팡은 눈에 띄는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분위기 때문인지 쿠팡의 방문자수는 최근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쿠팡은 자사의 거래액 중 80% 이상이 모바일을 통해 발생한다고 강조해왔다. 최적화된 모바일 유저인터페이스(UI)를 앞세워왔다. 하지만 유입률이 떨어지면 구매율은 자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스미싱 피해 악재까지 겹치며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이마트 ‘가격의 끝’ 정책…아성을 확인하다

오프라인 유통의 강자 이마트는 지난해 2월부터 경쟁업체의 주간 가격을 추적, 해당 상품들을 상시 최저가로 판매하는 ‘가격의 끝’ 정책을 진행 중이다. 최근 가격의 끝 정책 1주년을 맞이해 상품 품목수를 확대시키겠다고 밝혔다.

소셜커머스 업체인 위메프가 총 17종의 기저귀 가격을 비교한 결과 자사 제품이 최대 12.5% 저렴하다고 대응에 나섰다. 이는 전 유통 채널 최저가로 판매하겠다는 이마트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다. 온라인 최저가 전쟁이 다시 시작됨을 의미한다. 이번 최저가 논란은 이마트의 주간 가격 책정일인 목요일보다 하루 뒤인 금요일에 위메프가 가격 책정을 하며 시작됐다.

소셜커머스 업체와의 최저가 경쟁 재점화에 따른 우려사항은 온라인몰 수익성 악화다. 하지만 이마트입장에서의 우려는 크지 않다고 판단됐다. 가격의 끝 정책에 해당하는 상품은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강점을 보이고 있는 기저귀, 분유 등 일부 품목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가격의 끝 정책의 핵심은 소셜커머스와의 경쟁에서 승리해 온라인 쇼핑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시도다. 신선식품(F/F) 및 PB상품의 우위를 바탕으로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판매 비중이 높은 상품에서만 최저가 경쟁을 통해 공격적인 대응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소셜커머스 3사(쿠팡, 티몬, 위메프)의 영업손실 규모는 8313억원으로, 지난해에도 유의미한 감소는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됐다. 이미 티몬과 위메프는 자본잠식 상태이며, 쿠팡 역시 2015년말 기준 자본총계가 4244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치킨게임을 지속하기는 힘들다. 결국 온라인최저가 경쟁의 승자는 자본력이 뒷받침된 이마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온라인 유통 주도권이 소셜커머스에서 오픈마켓으로, 다시 종합유통몰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온라인 유통시장 특징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오프라인 침식이 정점을 지났다. 최근 온라인 유통업체(오픈마켓+소셜커머스)성장률이 빠르게 둔화되고 있다. 1월 온라인성장률은 연간대비 6%로 오프라인 9.3%보다 오히려 낮았다. 물론 설 기간 차의 영향이 있지만, 온라인 성장률이 오프라인 아래 있었던 적은 2013년 2월 이후 4년 만이다. 최근 백화점과 대형마트 업체들도 온라인 채널을 통해 외형 성장률을 제고하고 있다. 백화점·대형마트·홈쇼핑 온라인 채널은 막강한 바잉파워와 유통 인프라, 상품 믹스로 고성장하고 있다.

둘째, 이는 온라인 유통 주도권이 바뀌고 있음을 의미한다. 2015년이 쿠팡을 중심으로 한 소셜커머스 유통이 대세였다면, 지난해에는 11번가 등 오픈마켓의 반격이 거셌다. 소셜커머스는 지난해 6월 이후 연간대비 0% 내외로 성장률이 뚝 떨어졌다. 11번가는 지난해 약 3000억원 가까이 손실을 기록하면서 올해 수익성 제고로 선회했다. 1월 오픈마켓 역시 연간대비 5.3%로 크게 둔화됐다.

종합유통몰의 상승세는 두 가지를 의미한다. 첫째, 온라인 유통시장의 정상화이다. 여기서 정상화는 손익분기점 이상의 마진을 의미한다. 소셜커머스의 하락세는 이러한 역마진 시장의 종식을 의미한다. 역설적으로 온라인 유통은 돈을 벌고자 하는 업체들이 도태 되는 시장이 되고 있다.

둘째, 식품온라인시장의 본격화다. 종합유통몰의 상품 구조는 플랫폼 성격이 강한 오픈마켓·소셜커머스와 크게 다르다. 오픈마켓과 소셜커머스가 공산품 비중이 큰 반면, 종합유통몰은 식품 비중이 30%를 넘는다. 이마트몰과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업체들 영향이다. 직장맘 비율의 빠른 상승세와 온라인화, CA시스템 등 소비환경 변화 및 유통업체들의 물류역량 강화로 식품온라인 시장 성장 여력은 확대되고 있다.

 

소셜커머스, 오픈마켓 중심의 판을 깨다

2010년 등장해 온라인쇼핑 성장을 이끌었던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현재 ‘오픈마켓’(통신판매중개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판매 상품을 다양화해 회사 규모를 더 키울 수 있고, 중개사업자 특성상 상대적으로 법적 책임도 덜 질 수 있다는 요인이 변신의 배경으로 따라붙는다.

오픈마켓 중심의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혁신과 차별화를 안겼던 소셜커머스들의 ‘퇴장’이 본격화되는 현재, 국내 소셜커머스 시장의 태동기와 성장 과정을 돌아보는 일도 의미가 있다.

쿠팡, 티몬, 위메프가 출시되면서 오픈마켓 중심이던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다양한 의사소통 플랫폼이 그날에 뜬 ‘빅딜’을 공유하고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는 소셜커머스 붐을 일으키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지인들 사이에 “너 이거 봤어. 빨리 사 대박이야”라는 메시지를 주고받는 일상 풍경을 만들었다.

당시 업계는 하버드대학교 출신의 김범석 쿠팡 대표, 펜실베이니아대학을 나와 맥킨지에서 근무한 신현성 티몬 대표, 네오플 성공주역 허민 위메프 창업주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학벌 좋고 성공을 경험한 이들이 왜 검증되지 않은 소셜커머스 사업에 뛰어들까 궁금했던 시점이다.

기대 반 우려 반 속에 깜짝 놀랄 일이 벌어졌다. 위메프는 2010년 10월 에버랜드 자유이용권을 60% 할인 판매해 10만장 완판에 성공했다. 이듬해 티몬은 크리스피도넛을 절반가격으로 선보여 인터넷에서 화제를 일으켰다. 쿠팡의 경우 홈플러스 상품권을 50% 할인된 가격에 10만장 판매해 호응을 얻자, 20만장을 추가 판매하는 등 히트를 쳤다.

이런 빅딜이 빈번히 터졌다. 소비자들은 마치 횡재하는 기분으로 기꺼이 지갑을 열었다. 계획에도 없던 돈이 지출됐지만, 돈을 번 것 같은 ‘기분 좋은 착각’을 즐겼다. 이 덕분에 홍보가 어려웠던 길거리 음식점, 마사지 숍, 네일숍 등이 쿠폰을 들고 찾아온 손님으로 붐볐다. 자연스럽게 소셜커머스에 대한 주목도가 상승했다.

이용자들은 매일 밤 자정 새롭게 올라오는 딜을 확인하기 위해 온라인 게임하듯 PC나 스마트폰을 켰다. 가성비 좋은 상품을 구매하고 지인에게 알리는 재미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딜 오픈 시간을 오전으로 바꾸자 “직원들이 매일 아침 출근하면 소셜커머스 3사 딜부터 확인하느라 일을 늦게 시작하더라”라는 이야기까지 있었다.

소셜커머스의 핵심 경쟁력은 ‘큐레이션’이었다. 좋은 서비스나 상품을 선별해 경쟁력 있는 가격에 선보이는 것이 주 무기였다. 소위 ‘대박’ 상품이 지금 소셜커머스 3사의 성장을 이끌었다.

 

성장통 이겨낸 소셜커머스, 오픈마켓으로 진화

성장통을 겪듯 크고 작은 사고도 일어났다. 백화점 상품권을 판매한 업체의 ‘먹튀’ 사건으로 피해자가 생기는가 하면, 안마사협회의 반발로 마사지 쿠폰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또 신간 도서를 다른 책과 교묘히 묶어 판매해 도서정가제를 무력화시킨 문제도 있었다.

반대로 보면 그만큼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핫’한 상품들이 거침없이 올라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업 이슈로는 2015년 위메프가 채용 과정의 실책으로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쿠팡은 ‘로켓배송’과 관련해 택배업단체들과 오랜 기간 마찰을 빚기도 했다. 티몬은 리빙소셜에 매각된 뒤, 다시 얼마 지나지 않아 그루폰에 인수당하면서 수차례 주인이 바뀌는 설움도 겪었다.

아울러 이들은 쿠폰 사용 시 발생되는 품질 논란과, 고객에게 불리한 약관에서 비롯된 환불 및 반품 문제 등으로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을 받거나 국정감사에서 질타를 받기도 했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더 커지고 단단해진 쿠팡, 티몬, 위메프는 어느 날부터 소셜커머스란 울타리를 넘기 시작했다. G마켓, 11번가, 옥션과 같은 오픈마켓 형태로 상품 구성과 판매 방식을 전환한 것이다.

소비자 보호 문제 이슈가 불거지자 소셜커머스 3사가 힘을 모아 상담센터를 열기도 했다. 직접 소수의 좋은 딜을 발굴해 선보이는 것에서, 잘 팔리겠다 싶은 다량의 상품을 올리고 여러 판매자들을 끌어안는 형태로 전환을 꾀한 것이다. 예전과 같이 한정된 상품수로는 더 많은 거래액과 매출을 일으키기 어렵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쿠팡은 지역딜 종료를 선언했고, 위메프가 오픈마켓으로의 업태 전환을 공식화했다.

티몬의 경우 예외적으로 완전한 중개 플랫폼 사업자로의 전환을 망설이고 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미 오픈마켓과 잘 구분이 되지 않는다. 티몬은 또 오픈마켓처럼 검색 광고 상품을 상단에 노출시켜주는 수익 모델까지 곧 도입할 예정이다.

소셜커머스 3사의 성장 과정에서 많은 투자도 이뤄졌다. 2015년 쿠팡이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1조원이 넘는 투자금을 유치했고, 그 후 티몬과 위메프 역시 1000억원대가 넘는 자금을 수혈 받아 덩치를 키웠다.
아직도 쿠팡, 티몬, 위메프 3개사의 ‘치킨게임’은 끝나지 않았다. 당초 예상보다 장기전이 이어지고 있다. 나아가 오픈마켓 사업자와도 힘든 경쟁을 벌이고 있다.

소비자들의 호기심과 흥미를 일으켰던 소셜커머스는 사라졌다. 유사한 모습을 한 여러 오픈마켓 사업자들이 줄 지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바라는 모습이다. 신세계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규모 유통 업체들도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고 있어 전자상거래와 전통 유통과의 경계도 모호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우려 섞인 목소리도 많다. “언제까지 적자를 버틸 수 있겠느냐”는 의구심부터, “상품이 다 거기서 거기”란 비판도 제기된다. “이젠 투자 받기도 쉽지 않을뿐더러, 유의미한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경영권을 넘겨야할 것”이란 부정적인 전망까지 나온다.

지난해 국내 온라인쇼핑 규모는 65조원으로 추산된다. 모바일을 기반으로 한 온라인쇼핑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이면 100조원 규모로 커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아직도 전통 오프라인 유통시장에서 뺏어올 영역이 많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새로운 쇼핑 경험을 안겨준 소셜커머스를 떠나보내야 하는 현재 국내 전자상거래 시장이 앞으로 얼마큼 성장하고 어떻게 재편될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며 “소셜커머스 사업자들의 변신이 시장에 어떤 파급력을 불러오고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궁금증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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