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성장의 과정에서 그 과실을 모두가 함께하자는 동반성장은 단순히 영세 중소기업이나 저소득 소외계층에 대한 시혜적 지원이나 우선 성장을 한 뒤 과실을 나누자는 소득재분배 정책보다 한 걸음 나아간 개념이다. 2010년 이명박 정부에서 동반성장위원회가 출범한 이래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과실을 나누자는 동반성장은 한국 중소기업 정책의 중요한 축이 돼왔다. 동반성장은 대·중소기업간 협력을 이용한 중소기업 육성방안으로 정부의 일방적 지원정책보다 시장친화적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에는 경쟁도 있지만 협력의 영역도 있다. 아쉽게도 갑을관계로 비판받는 대부분의 일들이 실은 협력의 영역에서 발생한다. 그래서 어떤 기업은 계약서에서 거래상대방을 ‘갑’과 ‘을’이 아닌 ‘동’과 ‘반’으로 표시한다고도 한다.

물론 동반성장이 대·중소기업간 혹은 부유층과 빈곤층간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대·중소기업간 상호 협력의 동반성장 관계가 가능함에도 시장 실패, 혹은 경영 실패로 갑을관계로 변질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중소기업은 기술을 개발하거나 시설투자를 늘려 좋은 상품을 만들어 납품하고 싶어도 대기업이 자기 상품을 지속적으로 적절한 가격에 구매해 줄 것이라는 신뢰가 없으면 그러한 투자를 결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반면에 대기업은 시장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워 장기적 구매를 약속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 이 경우 과실과 위험을 서로 나누는 계약을 맺어 상품의 생산과 판매에 협력하는 것은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다. 만일 서로 협력하더라도 시장의 위험이 크고 이익을 내기 어려운 경우라면 투자는 보류하는 것이 옳을 것이고, 상호 신뢰 하에 협력할 경우 위험에 불구하고 수익을 낼 가능성이 크다면 위험과 수익을 배분하는 계약을 맺고 투자를 감행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실제로 성과와 위험을 분배하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중소기업이 부품을 납품한 경우 그 기여도를 평가하기 어렵고 또 상품 매출이 품질보다도 마케팅 노력에 의해 좌우되는 경우, 수익이나 위험을 나누는 일이 쉽지 않고 분쟁의 소지가 많아져 거래비용이 커지게 된다. 이렇듯 개별 경제주체간의 계약 체결만으로는 불확실성을 없애고 상호 신뢰를 확보한다는 것이 매우 어려운 경우에 정부가 위험과 과실을 나누고 분쟁이 발생할 때 적은 비용으로 해결하는 장치를 만든다면 상호협력관계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성과공유를 통한 동반성장은 대기업과 중소납품기업 관계에서 주로 논의되지만 네트워크마케팅 유통업체와 납품기업간의 관계에서도 사례를 찾아볼 수 있으며 애터미와 콜마B&H(구 썬바이오텍)과의 제조·유통협력은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네트워크마케팅 업계에서도 다양한 성과공유 비즈니스 모델을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정부도 막연히 중소기업 육성을 외치거나 네트워크마케팅 유통을 백안시하기보다 현실적으로 유용한 대책들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

이미 언급한 것처럼 동반성장은 단순히 대·중소기업간의 협력보다 폭넓은 개념이고 중소기업과 소비자와의 동반성장을 생각해 보는 것은 흥미로운 경제 산책이다. 오늘날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이나 대·중소기업간 문제의 근원은 대기업의 갑질에서 온 것이라기보다. 대기업이 갑질을 할 수 있게 만든 소비자들에게 있다고도 볼 수도 있다. 보다 근원적인 해법은 대기업을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중소기업의 상품들을 신뢰하게 만드는 것이다. 중소기업들도 좋은 상품을 만들어 A/S도 철저히 하면서 제 값을 받고 싶어 하지만, 소비자들이 믿지 않는 경우 원하는 값을 받기 어렵다.

그러니 중소기업은 좋은 상품을 만들어 팔기보다 조악한 상품을 만들어 싸게 파는 전략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납품해서 상품을 파는 것은 완제품을 만들 능력이 없어서라기보다 부족한 소비자의 신뢰를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동반성장의 한 측면은 대기업이 가진 소비자 신뢰를 중소기업과 함께 나누는 과정이라면 직접 소비자들의 중소기업 상품에 대한 신뢰를 높여 주는 것이 더 훌륭한 동반성장이 아닐까? 정부가 직접 중소기업을 선별 지원하려 애쓰지 말고 중소기업 상품도 안심하고 쓸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더 효율적인 중소기업 지원방안이 될 수 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사건만 보더라도 지난해 말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았다면 망한 중소기업 상품을 사용한 소비자들은 구제받기 어려웠을 테니 소비자들이 중소기업 상품 구매를 꺼리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유통업체 특히 회원들의 신뢰에 기반하는 네트워크마케팅 유통업계는 소비자와 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을 이어주는 또 하나의 귀중한 채널이다. 동반성장을 해야 한다면서 대기업을 압박하고 갑질을 탓하거나 규제를 늘려 가는 것보다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중소기업 상품을 사용할 수 있는 채널을 확대하는 더 좋은 동반성장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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