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의 흑과 백, 편의점인간·배달의 인간을 만들다

산업의 변화가 편의점 인간, 배달의 인간을 탄생시켰다.
편의점 인간은 지난해 무라타 사야카작가의 <편의점 인간>이라 책을 통해 가시화 됐다. 이 작가는 이미 과부화된 일본 편의점 시장을 빗대어 편의점 인간을 두 부류로 분류했다. 첫 번째 유형은 아침, 점심, 저녁 삼시 세끼를 편의점에서 해결하는 사람들이다. 또 다른 유형은 편의점에서 생계를 꾸려가는 점주 혹은 직원(알바) 등을 말한다.
배달의 민족이라고 불리는 우리는 배달의 인간을 탄생시켰다. 편의점 인간과의 같은 맥락이다. 배달의 인간 탄생배경은 1인가구의 증가다. 1인가구는 혼밥, 혼술이라는 신조어까지 만들며 배달의 진화라는 결과까지 도출했다. 실제로 최근 홈족이 증가하면서 내 집에서 유명 맛집 음식을 배달함은 물론이고 각종 잔심부름도 해주는 배달대행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으며 관련 종사자들만 200만명을 넘어섰다.

두 가지 인간의 양면
1989년 한국에 첫 선을 보이며 신문물로 상징시 되던 편의점 수는 지난해 말 3만4000개로 집계됐다. 아침에는 삼각김밥 점심에는 도시락 저녁에는 간단한 안주와 맥주를 찾는 편의점 인간1 덕분이다. 이들은 혼밥, 혼술 트렌드를 선도했으며 편의점의 주력 상품인 PB상품 개발을 촉진해 편의점 제품의 가성비를 높이는데 큰 몫을 해냈다.
“어서 오십시오! 하는 내 목소리에 한밤중에 잠에서 깬 적도 있다. 아침이 되면 또 나는 점원이 되어 세계의 톱니바퀴가 될 수 있다. 그것만이 나를 정상적인 인간으로 만들어주고 있다.” <편의점 인간>이라는 책 속에 등장하는 또 다른 유형 편의점 인간 2의 모습이다. 이들은 편의점에서 생계를 꾸려가는 주중알바, 주말알바, 야간알바, 점주 등을 말한다.
우리 나라를 기준으로 편의점 인간2는 대략 2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문제는 한국 인구 5000만명을 기준으로 편의점 3만4000개로 나누면 편의점 1곳당 1500명이 이용하는 꼴로 일본 편의점 1곳당 2300명, 미국은 2100명 수준과 비교한다면 열악한 환경이다. 무엇보다 편의점 점주들의 수익구조는 매출의 35%는 본사에, 나머지 65%만 얻을 수 있다. 그 65%의 수익은 365일 24시간 일하고 알바비를 제한 금액이다.

배달의 민족이라고 불리는 우리는 배달의 인간을 탄생시켰다. 1인 가구 500만 시대를 겨냥한 외식업계의 발빠른 대응이 배달의 진화를, 배달의 인간을 탄생시켰다.
배달의 인간은 배달에 의존하는 배달의 인간1과 배달업에 종사하는 배달의 인간2로 구분할 수 있다.
배달의 의존하는 배달의 인간1은 소형 구매를 원하는 1인 가구와 쇼핑 시간이 부족한 샐러리맨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은 최근 음식점과 소비자를 연계하는 ‘배달통’, ‘요기요’ 등의 배달 앱 외에도 배송기사에게 물건을 대신 구매하고 지정한 곳까지 배달을 요구할 수 있는 배달대행 서비스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 실제로 배달대행 서비스는 지정된 맛집에 주문과 배달을 함께 요청할 수도 있으며 랍스터, 삼겹살 구이, 스테이크 등 종류도 천차만별이다.
최근에는 음식점뿐만 아니라 디오르(Dior)·세정·에튀드 등 의류·화장품 업체도 배달대행 서비스를 시작했다. 배달대행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각종 공과금 납부, 형광등교체 등의 잔심부름도 해결해 준다. 배달대행비용도 회당 2~3000원 선으로 저렴한 편이다. 이에 지난 2015년 한해 동안 거래된 배달대행 거래액은 12조원을 기록했다.

편의점 인간과 마찬가지로 문제는 배달의 인간2다. 이미 200만을 넘어선 배달의 인간2의 고용형태나 업무 환경은 매우 열악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에는 20분 안에 배달해야 한다는 내부 지침을 위해 달리던 24살 패스트푸드 배달원이 택시와 충돌해 숨지는 사고도 있었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배달 앱 아르바이트,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보고서를 통해 청소년과 청년의 목숨을 담보로 한 배달대행 업의 ‘전투콜 배차’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실제로 프렌차이즈와는 달리 배달대행업체는 배달 음식점에 주문이 들어오면 가장 먼저 응한 배달원이 일을 처리하는 시스템이다. ‘콜’을 하나라도 더 받으려고 무리하게 배달에 속도를 내는 경우가 이 같은 사고를 유발하고 있는 것. 문제는 배달근로자가 배달 중 사고를 당해도 배달대행업체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배달대행업체는 배달근로자를 근로자로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사업자로 분류해 계약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실제 배달대행업체의 배달원들은 건당 수수료(약 3500원)로 임금을 받는 개인사업자 형태의 ‘특수고용직’으로 구분된다. 현행법상 특수고용직인 배달대행업체 배달원들은 4대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고 사고 위험이나 책임은 개인이 스스로 떠안아야 한다. 정직원 채용, 각종 편의시설마련 등 모범적인 고용업체가 있는 반면 여전히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게 현실인 것이다.
산업의 진화로 인한 변화가 두 분류의 사람을 만들어 내고 있다. 당신은 어떤 유형의 사람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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