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채널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 저성장 시대에 실적 개선이 좀처럼 이뤄지지 않고 있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대형마트의 핵심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형마트는 할인매장을 표방하며 식료품·생활필수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왔지만, 온라인 유통채널의 급성장과 함께 최근 이런 장점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형마트 시대의 퇴장이라는 진단까지 나온다.
국내 유통시장을 이끌었던 대형마트의 침체 분위기 속에서 이를 반전하기 위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대형마트의 온라인유통 강화, 특화점포로의 리뉴얼 등이 그것이다. 대형마트들의 이 같은 생존 노력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인지 살펴봤다.

 

우리나라의 대형마트의 성장 역사는 지난 1996년 국내 유통산업의 전면 개방과 함께 시작됐다. 대형마트는 과일·채소·육류·어패류 등 1차 식품을 포함한 식료품에서 의류·가전제품·가구·잡화 등 각종 공산품까지 수만 가지에 이르는 상품을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하는 것을 특징으로 성장해 왔다. 대형마트는 곧 대형할인점을 의미했다.
20여년이 지난 현재 ‘상시 할인’은 대형마트의 고유한 특징이 아니다. 무엇보다 지난 10년 동안 급성장해 온 온라인 쇼핑몰이 이제는 ‘좋은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 유통채널’의 대명사로 부상했다.
대형마트의 성장률을 훌쩍 뛰어 넘는 온라인 쇼핑몰의 성장은 저성장 시대에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뚜렷이 보여준다. 이 같은 흐름 속에 대형마트의 성장은 정체 상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최근 발표한 채널별 소매판매액을 살펴보면 대형 마트 기존점 신장률은 0%를 하회하며 역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국내 대형마트의 양대 산맥인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지난해 실적을 보면 보다 구체적으로 대형마트의 침체가 눈에 들어온다. 
금융감독원에 공시된 자료를 보면 지난해 롯데마트는 매출 8조5080억원으로 전년 대비 0.5% 감소했다. 영업적자는 전년대비 360억원 가량 증가한 970억원을 기록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많은 점포에서 리뉴얼 작업 과정을 거치며 영업면적이 줄어들기도 해서 실적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이마트의 실적은 조금 다르다.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0.5% 증가한 3조6740억원, 영업이익은 20.1% 늘어난 1293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이 늘었다. 하지만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면 대형마트 본업의 성장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의 신규 출점 효과가 이 같은 실적을 가능하게 했다.
이마트는 창고형 마트인 트레이더스의 지난해 매출이 1조2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이마트는 올해 기존 형태의 대형마트 신설 계획이 없다. 성장 가능성을 보여준 트레이더스만 경기 고양, 김포, 군포 3곳에서 문을 열 계획이다.

평균구매단가의 감소…규제의 덫

대형마트의 침체가 단기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것은 이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의 변화에서 확인할 수 있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마트 부진 현상의 특징을 크게 두 가지로 정리했다. 먼저 1인당 평균 구매단가가 감소가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꼽았다. 이어 월 평균 1인당 구매건수 증감률 또한 전년 동월 대비 감소추세에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주 연구원이 주목하는 부분은 대형마트 채널 성장률이 소비심리지수 개선 또는 하락과 무관하다는 점이다. 이는 대형마트 채널을 통해 유통되는 상품들이 백화점 대비 가격이 저렴하고, 실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꾸준한 고정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형마트 상품들은 사치품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내수경기에 따른 변동폭이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대형마트 성장 둔화를 단순한 내수경기 침체 영향으로만 볼 수 없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채널 자체의 경쟁력이 상실되고 있는 제도적, 환경적 변화에 따른 결과라는 근본적인 배경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대형마트의 영업규제라는 제도적 변화를 업황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주목하는 이유다. 지난 2012년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과 2013년 유통산업발전법 재개정안 시행에 따라 대형마트는 월 2회 휴일 의무휴업, 자정~오전 10시 영업 금지라는 규제를 받게 됐다.
무엇보다 월 2회 휴일 의무휴업은 휴일에 집중되는 대형마트 소비패턴을 고려했을 때, 단순한 영업일수 감소 이상의 부정적인 요인으로 다가왔다는 게 주 연구원의 분석이다.
대형마트 업체들의 신규 출점이 지속됐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대형마트 총 판매액은 정체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휴일 의무휴업에서 찾는 것이다.
물론 대형마트 규제에 대한 찬반 논란은 진행형인 사안이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가 전통시장 매출에 도움이 되고, 이들의 공정한 생존권을 보장한다며 찬성하는 주장은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
반대하는 쪽에서는 규제의 실효성 및 소비자 선택 권리 침해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실제로 한국보다 앞서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를 시행했던 프랑스, 일본 등 일부 선진국에서는 실효성 저하 및 보편성 부족에 따라 규제가 완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2015년 11월 대법원은 대형마트의 의무휴업 정당 최종 판결을 내렸다. 국내에서는 당분간 규제 완화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의미다.

대형마트, 온라인 마케팅 확대의 딜레마

대형마트들은 추세적인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서 온라인 마케팅에 공을 들이고 있다. 온라인 쇼핑몰의 급부상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현재의 위기가 찾아 왔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소셜커머스의 경우 오프라인 대형마트들의 새로운 경쟁자로 급부상했다. 쿠팡이 지난 2014년 소셜커머스 업계 최초로 선보인 신속 배송 서비스 ‘로켓배송’은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쿠팡맨’을 이용한 감성 마케팅은 성공을 거뒀다. 이를 통해 가격 경쟁력과 빠른 배송 서비스로 고정 고객을 확보했다. 티몬도 최근 생필품 전문 쇼핑몰 ‘슈퍼마트’의 전담 배송 서비스 ‘슈퍼배송’ 범위를 서울 전역으로 확 대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이 같은 공세에 대형마트들은 자체 온라인 몰의 확대를 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는 대형마트들에게는 딜레마이기도 하다. 온라인 매출의 증가는 현상이지만 평균판매가격 하락도 그 결과이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유통채널의 저성장 추세 고착화의 상황에서 대형마트는 온라인에 승부를 건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온라인 유통시장에 하루라도 빨리 안착해야한다는 절박감이 있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온라인유통시장은 지난 4년 동안 연평균 23% 성장했다. 전체 유통시장의 22%를 차지하고 있다.
2012년 34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64조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됐다. 모바일 쇼핑 본격화 때문이다. 2012년에 1700억원에 불과했던 모바일 쇼핑 시장은 2016년에는 34조원으로 전체 온라인 유통시장의 53%까지 비중이 상승할 것으로 추정됐다.
문제는 평균판매가격의 하락이다. 대형마트의 온라인 마케팅 올인에는 함정이 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온라인화로 유통시장을 지배하던 두 가지 가정이 깨졌다. ‘진입장벽이 높다’는 것과 ‘마진’에 대한 가정”이라고 진단했다.
오프라인 유통은 많은 부지와 건물이 필요한 ‘장치사업’이었다. 소비자는 항상 싼 가격에 좋은 제품을 사기 원한다고 할 때 유통업체가 마진을 남기려면 더 싼 가격에 제품을 매입할 수 있어야 한다. 시장점유율에 대한 경쟁이 필연적인 이유다. 하지만 온라인 유통은 고정비 부담이 작다. 이는 진입장벽과 기대영업이익률, 평균판매가격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박 연구원은 “대형마트 역시 온라인 매출 비중이 10%를 넘어서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이익 측면에서는 부담이다”라고 덧붙였다.
대형마트 온라인몰의 판매는 신선식품과 생필품 비중이 높다. 정기 배송 고객 수요가 많다. 별도의 대규모 물류센터를 운영해야하기 때문에 비용부담이 크다. 운송비와 고정비 부담이 크니 평균판매가격이 떨어진다.
이마트 관계자는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6% 가량 된다”고 말했다. 온라인 매출 비중을 빠르게 늘리기에는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도 “온라인 매출 비중이 9% 가량 된다”고 말했다.
그래서 대형마트들은 최근 물류센터 투자에 집중하고 있다. 고객의 주문을 빠르면서도 정확하게 피킹할 수 있는 시스템이 평균판매가격 개선을 위해 필수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연간 3000억원 규모 물류센터를 구축하는데 1000억원 내외 투자비가 들어간다고 본다. 실제로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물류센터를 확장하며 온라인 배송 체제 구축에 적극적이다. 소셜커머스와 오픈 마켓이라는 대형마트 채널의 경쟁자가 늘어난 데 따른 대응이다. 
물류센터에 대한 투자는 비용이 발생하지만 이는 소셜커머스나 오픈마켓 등 온라인 마켓들과의 경쟁에서는 극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온라인 유통이 생필품 중심 정기 배송을 통한 락인(Lock in)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볼 때 이 같은 투자는 경쟁력 확보를 위한 자연스런 귀결이라는 설명이 따라 붙는다.
남성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운영 효율화를 위한 신선식품 관리 및 물류센터 활용을 발판으로 성장한 것이 현재의 대형마트가 성공 모델로 거듭난 이유”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리뉴얼로 저성장 돌파 해법 제시

온라인 마켓의 부상으로 실적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형마트들은 매장 리뉴얼을 통한 수익개선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오프라인 마켓만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는 한편 신선한 경험을 제공해 소비자들의 발길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다시 돌려 세우기 위해서다.
또 유통산업발전법의 규제 하에서 신규 출점이 제한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기존 매장의 효율성을 끌어 올리는 방안으로도 리뉴얼이 적극 활용되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까지 전체 매장의 절반에 해당하는 59개 매장의 리뉴얼을 진행했다. 롯데마트는 전국에 119개의 매장을 갖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매장의) 체질을 바꾸는 것”이라며 “기존 매장의 노멀함에 대한 한계를 넘어서려고 했다”고 말했다.
롯데마트는 올해도 리뉴얼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대덕점, 여수점, 수원점 등 29개점을 대상으로 특화샵 점포 리뉴얼을 지속할 계획이다. 롯데마트의 리뉴얼은 특화매장의 전문성 강화와 함께 새로운 경험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두 가지 방향으로 추진됐다.
인테리어 전문매장 룸바이홈을 새로 만들거나 자체 의류 브랜드를 SPA매장으로 전환해 질을 높인 상품을 판매하는 등의 전문성을 강화했다. 또 기존 신선식품 매장의 조명을 상품별 핀 조명을 활용해 단조로운 진열에서 벗어나도록 한 것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리뉴얼의 방식에 따라 짧게는 3주에서 두달에 걸친 시간이 소요돼, 리뉴얼 기간에는 매출 손실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를 감당하고서 진행한 것”이라며 “올해는 (리뉴얼의 결과로 실적이) 바닥을 치고 올라가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이마트는 일산 킨텍스점을 이마트타운으로 탈바꿈했다. 기존점포를 특화매장으로 전환했다. 이마트타운은 이마트와 트레이더스에 전문점을 더한 신개념 대형마트다. 일반 이마트와 다르게 가전전문점 ‘일렉트로마트’, 생활용품 전문매장 ‘더 라이프’, 아기 수영장으로 불리는 ‘베이비엔젤스’ 등 특정 고객을 염두에 둔 매장이 들어섰다. 또 이마트는 SSM인 이마트에브리데이 점포 중 실적이 부진한 곳을 이마트 직속의 ‘노브랜드’ 점포로 리뉴얼하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해 경기도 기흥구 보라동의 이마트에브리데이 점포를 노브랜드 점포로 리뉴얼 한데 이어 최근 이마트에브리데이 서울 신봉점도 노브랜드 전문점으로 리뉴얼해 오픈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과거처럼 확장하는 시기는 지났다는 판단에 따라 내실 경영을 강화해 실적을 개선하겠다는 것”이라며 “노브랜드 전문점으로의 전환은 실적 부진 점포의 정리의 한 방법으로 시험적으로 리뉴얼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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