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공약으로 ‘기본소득제’ 급부상…기본소득제 도입 찬성하지만 실현가능성은 미지수

연초부터 ‘기본소득세’가 전 세계를 뜨겁게 만들고 있다. 핀란드 정부가 1월1일부터 기본소득제 실험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2000명을 임의로 선정해 향후 2년간 매월 560유로(약 70만원)을 지급하는 이 실험이 성공할 수 있을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에서도 대선 후보로 꼽히는 정치인들이 기본소득제를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어 한국에서도 ‘현실’이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기본소득제, 한국에서도 가능할까
핀란드 사회보장국(KELA)은 지난 1일부터 기본소득제를 시범 실시에 들어갔다. 실업 수당을 받는 이들 중 무작위로 선발한 2000명에게 기본소득 월 560유로(약 70만원)를 2년간 지급하는 방식이다. 핀란드는 최근 실업률이 8%대를 넘어섰다.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기본소득제를 실시, 기본소득이 보장되면 창업 등에 적극 나서며 경제 활동에 뛰어들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번 실험에서 실효성을 보이면 국가 정책으로 세워 전국민에게 확대할 방침이다. 이밖에도 네덜란드와 영국, 캐나다, 아이슬란드 등도 기본소득 도입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세계에 불고 있는 기본소득제 바람이 최근에는 한국 시장에도 불고 있다. 잠재적 대선 후보로 꼽히는 정치인들이 핵심공약으로 ‘기본소득제’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기본소득세는 재산과 소득, 노동 여부와 상관없이 사회 구성원에게 최소한의 생계비를 지급하는 제도다. 빈곤층에게 지원하는 선별적 복지가 일률적으로 지원하는 보편적 복지라 할 수 있다.
기본소득제 시행에 대해 가장 적극적인 대선주자 후보는 이재명 성남시장이다. 이 시장은 지난 18일 판교테크노밸리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기본소득 토크콘서트’에서 “기본소득은 더 이상 취약계층을 구제하는 복지 개념이 아니라 새 경제 질서와 성장을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전했다.
이 시장은 유아(0∼5세), 아동(6∼11세), 청소년(12∼17세), 청년(18∼29세), 노인(65세 이상) 등 생애주기별로 연간 기본소득 100만원을 지급하고 농어민(30∼64세), 장애인(전 연령)은 특수계층으로 묶고 마찬가지로 연간 100만원의 기본소득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재원은 400조원 대인 정부의 예산 구조조정을 통해 28조원(7%)을 마련하고 목적세인 국토보유세를 신설해 전 국민에게 연 30만원씩 지급하면 국민의 95%는 이미 내는 재산세보다 조금 더 내면서 훨씬 더 많이 돌려받게 되고 손해 보는 국민은 5%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또한 아동·청년·노인 등에 월 30만원씩 주는 ‘한국형 기본소득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재원 마련에 대해서는 세출 조정과 기존 복지제도의 개편을 통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밖에도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본소득제를 대선 공약에 포함시키는 것을 적극 검토 중임을 밝혔고 정운찬 전 국무총리도 소득 하위 40%를 대상으로 우선 기본소득제를 실시하는 방안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에 반해 안철수 전 대표는 “장기적으로 검토돼야 하지만 당장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유럽에서 이야기하는 기본소득제를 도입할 때 재정이 뒷감당할 수 있을지를 우선 검토해야 한다”고 전했다.

기본소득제 도입, 2명 중 1명 ‘찬성’

그렇다면 기본소득제 도입에 대해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시장조사전문기업 마크로밀 엠브레인의 트렌드모니터가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기본소득제’ 관련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2명 중 1명(50.5%)이 찬성할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28.8%는 반대할 것이라는 의견을 드러냈으며, 판단을 유보하겠다는 응답자는 20.7%였다. 아무래도 제도가 시행될 경우에는 개인의 삶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자신의 현실적인 상황이나 이해관계를 고려하면서 응답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기본소득제를 찬성하겠다는 입장 역시 여성(42%)보다는 남성(59%), 그리고 중·장년층에서 강한 모습이었다. 이에 반해 기본소득제의 도입을 반대하거나 판단을 유보하는 의견은 여성과 20~30대 젊은 층에서 많은 편이었다. 추가적인 소득으로 경제적 부담감의 감소를 기대하는 남성과 은퇴 후 일정한 소득보장을 기대하는 중·장년층, 치열한 경쟁 속에서 다른 사람들의 무임승차를 내켜 하지 않는 젊은 세대까지 각자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전반적으로 기본소득제의 도입에 찬성하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기본소득제가 한국사회의 구조적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10명 중 3명(30.4%)만이 기본소득제가 도입되면 양극화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반면 48%는 기본소득제가 소득개선에 어느 정도 도움을 줄 수 있을진 몰라도 이미 한국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불평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는 못할 것이라 판단했다.
기본소득제가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해결책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동의하는 의견(28.7%) 보다 동의하지 않는 의견(49.5%)이 훨씬 우세했다. 전체 절반 이상(52%)은 기본소득제가 장기적으로 유지할 수 없는 제도라고도 바라봤다. 기본소득제의 장기적인 운영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남성(47.6%)보다는 여성(56.4%), 그리고 젊은 세대와 보수층에서 많이 가지고 있었다. 이런 시각에는 세금문제에 대한 우려가 깔려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기본소득제가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줄여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비교적 큰 편이었다. 전체 2명 중 1명(49.5%)이 기본소득제가 시행되면 막연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없어질 것이라고 내다본 것으로, 비동의 의견(33.6%)은 이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었다. 특히 가계경제의 책임을 크게 느끼는 남성과 은퇴를 앞둔 중·장년층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많이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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