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과 고객 접점 뒤집는 체험 마케팅

많은 기업들이 마케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미 품질과 서비스는 기본인 시대, 자사 브랜드와 제품을 어필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소비자들이 정보의 홍수 시대에 하루에도 수만 건의 정보에 노출되면서 일방적으로 전달되는 정보에 피로도를 느낀다는 점 또한 문제다.
이에 기업들은 전통적인 마케팅 방식만으로 차별화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 아예 판을 바꾸는 시도를 하고 있다. 유통에 대한 시각을 단순한 판매 경로가 아닌 고객과 만나는 접점으로 확대,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유통과 고객 접점에 대한 관점을 뒤집는 ‘체험 마케팅’이 뜨고 있다. 대형마트, 백화점, 쇼핑몰, 전문점과 같은 로드샵, 온라인몰 등의 일반적인 유통 방식을 넘어 고객이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 체험을 매개로 고객과 소통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
체험 마케팅은 소비자가 직접 해당 브랜드와 제품을 체험함으로써 친밀도와 충성도를 높이고 광고로 전달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구체적인 정보를 자연스럽게 전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일반적인 광고에 비해 구매 유인 효과가 크고 체험으로 긍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 소비자들을 통한 입소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체험 마케팅의 대표 사례, 팝업스토어
팝업스토어는 최근 체험 마케팅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로 떠오르고 있다. 팝업스토어는 특별한 목적을 갖고 1~2주 정도 단기간 한시적으로 운영하는 매장을 뜻한다. 본래 ‘한시적’이라는 특징을 이용해 단기간 매출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쓰였으나 최근에는 타깃 고객이 몰리는 장소에 전략적으로 매장이나 전시장을 구축해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홍보성 팝업 스토어가 늘어나는 추세다.
글로벌 가구업체 이케아는 지난 2014년 국내 1호점인 광명점 오픈에 앞서 신사동 가로수길과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헤이 홈!(Hej HOME!)’이라는 이름으로 연달아 팝업스토어를 선보였다. 두 곳 모두 판매는 하지 않고 이케아 제품들로 꾸며진 공간을 연출해 자사 브랜드 및 콘셉트, 주요 제품들을 홍보하는데 주력했다.

이후에도 매년 진행하는 캠페인과 연계해 홍보용 팝업스토어를 선보이고 있다. 2015년 논현동 쿤스트할레 전시장에서 아이와 함께 행복한 집을 콘셉트로 전시회 형태의 팝업스토어 ‘헤이홈 투게더’를 통해 아이와 부모가 집에서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다양한 홈퍼니싱 아이디어와 솔루션을 선보인 바 있으며 지난해에는 주방용품 런칭과 함께 올해 진행할 ’함께해요, 맛있는 시간’ 캠페인을 발표하며 영등포 타임스퀘어에 ‘헤이 집밥!(Hej Jipbob!)’을 선보였다.
주류업계에서도 강해진 주류 마케팅 규제로 그 동안 주로 이용해왔던 시음 및 증정품 행사가 제한되면서 팝업스토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강화된 규제에 따르면 시음행사는 출시 3개월 이내의 신제품만 가능하며 증정품 제공도 판매 가격의 5% 이상을 넘길 수 없도록 돼있다. 이에 고객과 직접 대면하며 제품을 홍보하는 새로운 수단으로 팝업스토어가 각광받고 있는 것.
하이네켄은 지난해 10월 ‘하이네켄 드래프트’ 홍보를 위해 네덜란드의 펍을 그대로 옮긴 듯한 공간연출과 네덜란드식 크로켓을 비롯한 특별 메뉴를 갖춘 ‘하이네켄 드래프트 하우스’를 선보였다. 미국 맥주 브랜드 밀러도 지난해 9월부터 10월까지 홍대 인근에 뉴욕 레코드 가게를 콘셉트로 ‘밀러 제뉴인 드래프트’의 공식 팝업스토어인 ‘바이닐 시티(Vinyl City)’를 운영했다. 2개월 간 누적 방문객 6000명을 기록하며 흥행에 성공, 영화 ‘위대한 개츠비’ 속 파티 한 장면을 모티브로 콘셉트를 업그레이드하며 연말까지 연장 운영했다.
최근에는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탄산주 시장을 놓고 롯데주류의 ‘순하리 소다톡 클리어’, 하이트진로의 ‘이슬톡톡’ 팝업스토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이업종 결합을 통한 체험 마케팅의 진화
단기간 운영되는 팝업스토어 외에 체험을 목적으로 제품의 이미지와 어울리거나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이업종 매장을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안마의자 브랜드 바디프랜드는 강남 등지 10곳에 바디프랜드의 헬스케어 제품을 전시해 체험할 수 있는 카페형 매장 ‘카페 드 바디프랜드’를 오픈해 운영 중이다. 카페 드 바디프랜드는 안마의자를 경험하는 것을 넘어서 휴식과 치유가 함께 있는 도심 속 복합 힐링 스토어로, 바디프랜드의 제품을 체험하는 사람과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함께 소통할 수 있도록 공간을 구획하고 컬러와 소재를 제한적으로 활용해 차별화된 브랜드 이미지를 갖췄다. 이러한 콘셉트로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주최하는 2015년 대한민국 굿디자인 공간디자인 부문 선정작으로 뽑히기도 했다.
가구업체 까사미아는 2011년 4월 압구정 직영매장 옆에 호텔 ‘라까사’를 세운데 이어 지난해에는 광명에 새로운 호텔을 착공했다. 까사미아의 호텔은 사업 확장의 개념보다 자사 제품 홍보를 위한 전용 마케팅 플랫폼에 가깝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객실을 비롯해 라운지, 레스토랑 등 공간을 자사 가구로 꾸며 숙박을 위해 찾은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자사의 가구 제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다.
롯데백화점 본점에 위치한 ‘클럽모나코 맨즈숍’은 패션 브랜드 ‘클럽 모나코’와 고급 이발소인 ‘바버샵’이 결합한 세계 최초의 매장이다. 패션과 미용에 관심이 많은 ‘그루밍족’을 비롯해 백화점의 새로운 큰 손으로 떠오르고 있는 남성 고객들을 공략하기 해서다. 해당 매장은 화제성은 물론, 남성 고객들의 체류 시간이 늘어나고 바버샵에서 스타일링한 모습에 어울리는 의상 코디까지 제안하며 매출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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