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 송금 기능 탑재한 모바일 앱 인기…음식점은 고달퍼

그간 해외 문화로만 치부했던 ‘더치페이’가 일상화되고 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이후 생겨난 변화다.
실제로 더치페이 문화 확산 여부에 대한 국민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0.7%가 ‘더치페이 문화가 확산될 것이다’라고 답했고 김영란법을 ‘준수할 자신이 있다’는 응답은 67.2%로 ‘준수할 자신이 없다’는 응답(17.5%)보다 3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이 같은 더치페이 문화의 확산으로 인해 관련업계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관련 모바일 앱이 등장하는가 하면 금융권에서는 기존의 인터넷뱅킹 앱에 더치페이 기능을 추가하는 추세다.

溫, 은행권 더치페이 앱 ‘특수’
‘더치페이’ 문화가 확산되면서 시중은행들은 각종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더치페이 기능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해당 앱을 이용하면 비용 계산과 송금이 수월한 데다 공인인증서 인증 등 복잡한 과정 없이 음식 값을 송금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2030세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은행은 모바일 메신저인 ‘위비톡’에 더치페이 서비스를 신설했다. 위비톡 더치페이 서비스는 메신저에서 대화하면서 더치페이 요청 및 송금이 가능한 점이 특징이다. 위비톡에서 ‘톡톡 보내기&더치페이’를 클릭한 뒤 대상자를 지정하고 총 비용을 입력하면 1인당 납부금액이 자동으로 계산되고, 더치페이 요청 메시지가 상대방에게 발송된다. 위비톡 가입자는 메시지를 받은 대화창에서 바로 ‘톡톡 보내기 서비스’를 이용, 핀번호 입력만으로 요청받은 금액을 즉시 보낼 수 있다. 특히 별도의 금융 앱을 설치할 필요가 없고 위비톡 미가입자에게도 휴대전화 번호만 있으면 더치페이 요청할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금융 앱을 통해서만 이뤄지던 기존 더치페이 서비스와 달리 젊은 고객의 생활패턴을 반영해 모바일메신저와 같은 실생활 대화 속에서 바로 가능하도록 구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의 ‘써니뱅크’와 KB국민은행의 ‘리브(Liiv)’, NH농협은행의 ‘올원뱅크’도 더치페이가 가능토록 했다. 상대방의 계좌번호를 묻고 입력하는 번거로움 없이 휴대전화 번호나 핀 번호로 송금할 수 있도록 기능을 업그레이드하고 공인인증서나 보안카드 없이도 송금이 가능해 편의성도 도모했다.
유통업체들도 자사의 간편결제 앱에 더치페이 기능을 강화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으로 자사의 모바일 간편결제 앱 ‘SSG페이’에 더치페이 기능과 간편송금 기능을 추가했다. 총 금액과 참여자를 입력하면 더치페이된 금액이 자동으로 계산되고, 참여자의 SSG페이 앱을 통해 알림 메시지도 전송된다. 또 알림 메시지를 받은 뒤 요청에 수락만 하면 SSG페이의 선불 결제 수단인 SSG머니로 즉시 더치페이 금액을 보낼 수 있다.
카카오의 카카오페이도 더치페이 기능을 탑재했다. 카카오톡 채팅방에서 공인인증서나 계좌번호 없이 메시지를 보내듯 간편하게 송금을 주고받을 수 있다. 또한 송금 받은 돈으로 카카오 주요 가맹점을 통해 간편 결제도 가능하며 바로 현금영수증이 발급돼 연말정산 소득공제에 유용하다는 설명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더치페이 서비스는 고객을 자발적으로 끌어올 수 있는 수단이 되고 있다”며 “더치페이 서비스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冷, 바쁜데 따로 따로? 죽을 맛!
더치페이 문화 확산에 음식점 주인들은 난감하다. 심지어 입구에 ‘더치페이 사절’이라고 써 붙여 놓은 음식점들까지 생겨날 정도다.
손님들이 각자 계산한다고 하더라도 신용카드사에 지불하는 수수료는 전체 매출액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업체가 추가로 내야하는 비용은 거의 없다. 굳이 든다면 인쇄용지와 통신비 정도. 
하지만 손님들이 몰리는 점심시간 때면 노동량이 배가 된다는 설명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금결제를 하는 손님이 거의 없는데다가 승인요청 한 건당 수십 초씩 걸려 4인 기준 한 팀만 계산해도 몇 분이 소요된다. 일일이 결제해주다보면 또 다른 테이블 손님들이 식사를 마치고 나와 계산하러 기다리게 되고 그러다보면 계산대 앞은 아수라장이 돼버린다. 결국 자리를 치우고 세팅하며 손님맞이에 소요돼야 할 시간이 계산하는데 이용되는 것이다.
오피스가 밀집된 서울 서초동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점심시간이 되면 카드결제 때문에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란다”면서 “잘못 계산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기다리던 손님이 가버리거나 심지어 돈을 안내고 그냥 가버리는 일도 발생해 운영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일부 식당들에서는 식권 발매기를 도입한 곳도 생겨나고 있다”면서 “‘김영란법’으로 더치페이가 확산되고 있는 만큼 무조건 더치페이가 안된다고 하기보다는 현명한 대책강구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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