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소비자심리지수 금융위기 후 최악…소비심리 위축되며 소비절벽 현실화 우려

거리마다 캐럴 송이 울려 퍼져야할 12월인데도 조용하기 그지없다. 또 크리스마스 선물을 사려는 사람들로 북적이던 백화점 등 유통가도 한산하다. 각종 송년모임 등으로 정신없이 바쁘던 외식업체들도 이와 비슷하다. 
최근 들어서까지 계속되고 있는 경기침체로 연말 분위기는 가라앉으며 연말 특수도 사라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여기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 법)과 최순실 게이트 등의 악재까지 겹치면서 소비자들은 지갑을 굳게 닫아 버렸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11월 소비자 동향 조사’를 보면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5.8로 10월보다 6.1p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글로벌 금융 위기 직후인 2009년 4월(94.2) 이후 최저치이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소비자동향지수 가운데 6개 주요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심리지표로 평균치를 100으로 정해 100보다 크면 낙관적임을, 100미만 이면 비관적임을 의미한다.

부문별로는 현재생활형편CSI(92→89), 생활형편전망CSI(101→96), 가계수입전망CSI(104→102), 소비지출전망CSI(109→108), 현재경기판단CSI(74→63), 향후경기전망CSI(81→65) 등 소비자심리지수를 구성하고 있는 6개 주요 구성지수 모두가 전월 대비 하락했다. 현재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경기가 금융위기 직후와 비슷한 수준이며 6개월 뒤의 경기도 이런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100을 넘으면 6개월 뒤 지금보다 지출을 늘릴 것으로 보고 100을 밑돌면 줄일 것을 의미하는 소비지출전망 CSI 또한 106으로 전월보다 1p 하락했다. 소비지출전망 중에선 내구재(91)와 의류비(98)가 전월보다 각각 4p 내린 것을 비롯해 외식비(●3p), 여행비(●3p), 의료·보건비(●1p), 교양·오락·문화비(●2p) 등 모두 떨어졌다.
실제 소비자들의 지출도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가계 동향을 살펴보면 가계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처분가능소득 중 소비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내는 평균 소비성향은 71.5%로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식료품과 비주류 음료의 실질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 정도 줄었다. 채소가 17.3%, 쌀 등 곡물 소비도 8% 가까이 감소했다. 특히 커피와 차 소비에 쓰는 돈은 5.7% 줄어 15분기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고 전형적인 불황형 소비 품목으로 분류되는 술과 담배에 쓰는 지출도 1.1% 줄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의류비는 물론 생활에 꼭 필요한 식비까지 줄이고 있어 ‘소비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통가, 여긴 춥다
소비절벽 현실화는 유통업계에서 체감할 수 있었다. 이른바 대목이라 불리던 백화점 겨울 정기세일 매출도 6년 만에 감소세를 보인 것. 최대 성수기인 크리스마스 시즌과 연말에 부진했던 매출을 만회하려던 노력이 물거품이 된 것이다. 예년보다 따뜻한 날씨와 ‘최순실 게이트’로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현대백화점 겨울 정기세일 기간(11월17~12월4일) 매출은 지난해 겨울 정기 세일보다 1.2% 감소했다. 수입의류(8.9%), 모피(4.5%), 수입시계(11.0%) 등의 매출은 지난해보다 늘었지만 가전(●3.8%) 등 다른 고가 품목의 매출이 감소했다. 11월 월간 매출도 1.5% 줄었다.
롯데백화점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0.7% 감소했다. 정장(●6.5%), 가전제품을 포함한 리빙(●8.8%) 부문 매출이 상대적으로 크게 감소했다. 매년 5회 진행하는 정기세일 행사의 매출이 감소한 것은 2013년 1월 신년세일(●8.9%) 이후 3년 11개월 만이다. 11월 롯데백화점 전체 매출도 전년 동기 대비 0.5% 줄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겨울 매출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외투(아우터) 등 의류부문 매출이 다소 늘기는 했지만 기대만큼 크지는 않았다”며 “손님이 많아야 할 주말마다 촛불 집회가 전국적으로 열린 영향도 크다”고 말했다.
이에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은 연말까지 다양한 추가 세일을 진행하고 설 마케팅까지 돌입한 상태지만 녹록치 않아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세월호와 메르스 사태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라며 “최순실 게이트에 국민들이 느끼는 분노가 세월호 사태 때와 비슷한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지갑을 닫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덧붙여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가뜩이나 내수 경기가 위축됐는데 더욱 침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NEXT ECONOM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