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래할 유통 ‘빙하기’…“先생존·後변화”

올해는 내수 부문의 성장세가 뚜렷하게 낮아질 것이라는 게 경제전문가들의 공통된 예상이다. 유통업계의 빙하기가 예견된다. 근거는 비교적 분명하다. 유가상승이 시작됐고, 가계의 실질구매력은 낮아진다. 미국발 기준금리 인상으로 국내 금리 상승도 피할 수 없다. 금리가 오르면 가계부채의 덫에 걸려 있는 국내 민간소비 위축은 불가피하다. 소비자들이 부여잡고 있는 지갑을 열기가 한층 어려워진다. 그래서 유통업계는 올해 생존이 우선적인 목표가 될 전망이다. 점진적인 내수 확대를 꾀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지만 만만치 않다는 게 업계의 진단이다. 아울러 국내 정치 불안정도 진행형이다. 경제주체들의 심리가 위축되고, 효과적인 정책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경기의 하향리스크를 확대시키는 요인이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4% 수준, 민간소비 2% 내외의 증가율을 예상했다. 저유가에 따른 소비확대 효과가 사라지는 가운데 소비세 인하 종료, 김영란법 등 정책방향도 소비활력을 낮추는 요인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업계는 올해 유통시장의 가장 상수로 ‘온라인화’와 ‘저성장’을 꼽았다. 온라인화는 ‘진입장벽’과 ‘마진’ 약화로 나타나고, 이종산업 대기업들이 유통을 도구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확산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온라인 유통이 저성장과 맞물려 유통업체들에게 이른바 제로마진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이처럼 올해 유통 전망의 대전제가 ‘온라인’과 ‘저성장’이라면 유통업계는 ‘생존을 위한 변화’가 키워드가 된다.


올해 소비여건은 지난해보다 더 좋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가계의 소비여력이 둔화될 것이라는 점이 주된 제약요인이다. 지난해까지는 낮은 성장에도 저유가에 힘입어 실질국민소득은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올해에는 성장세가 더 낮아지고 유가도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가계의 실질구매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3%의 실질국민소득증가율을 추정했던 LG경제연구원은 올해에는 경제성장률이 더 떨어져 1%대 증가에 머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출부진과 국내외 불확실성 증가, 주력 생산연령 감소로 고용사정이 악화될 것이라는 점도 가계 구매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중금리 상승으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 되면서 부채를 통한 소비확대 여력이 낮아지고, 주택경기 둔화로 자산증가에 따른 소비효과도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수년간 급격하게 낮아진 가계소비 성향이 반등하기를 기대하기도 어렵다. 고령화와 노후대비 부족이라는 근본적 원인이 해소되지 못할 것인데다 장기 성장 전망에 대한 비관적 견해가 확대돼서다. 소비성향이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소비성향이 가장 높은 40대 인구의 감소추세는 내년에 더 심화될 것으로 추정된다. LG경제연구원은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이 2%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저성장 시대 유통 탈출구…융합과 차별화·해외진출도
저성장에 따른 내수부진과 맞물려 성장 정체국면에 직면한 유통업계에 탈출구로 제시된 것은 체험형 쇼핑, 정보기술(IT) 접목 확대, 해외진출 등이다.
유통전문가들은 그동안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진행돼 온 유통산업의 고급화, 대형화 전략이 최근 들어 저성장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한계에 다다랐다고 보고 있다. 내수시장에서 유통업계가 융합과 차별성 강화에 중점을 두고 새로운 소비트렌드 창출에 주력해야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다.
아울러 궁극적으로는 해외공략을 강화해 유통영토를 확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국내 유통시장이 여러 가지로 한계점에 직면해 있지만 여전히 성장잠재력은 남아 있다”며 빅 데이터를 활용한 고객 세분화와 차별화된 서비스, 해외시장 진출 등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다른 전문가는 “외국의 유통채널들은 해외에 평균 4곳 이상 진출해 있는데, 우리나라 유통업체들은 2곳 정도에 그치고 있어 보다 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화점…체험형 쇼핑·IT접목 등 고객 시간을 잡아라
국내 백화점업계는 저성장시대에 맞춰 발 빠른 변신을 시도 중이다. 재고상품을 파격 할인해 판매하는 아웃렛 운영과 출장세일은 기본이고 편집숍 형태의 미니백화점으로 분화시키고 있다. 테마쇼핑공간에 백화점에 입점하는 사례도 부쩍 늘었다. 웨딩 등의 고급의류 렌털서비스 등 각종 서비스도 진화하고 있다.

유통전문가들은 백화점 역시 복합쇼핑몰의 가치를 더해 고객의 체류시간을 늘리는 쪽으로 매장 콘셉트를 전면 수정해야 매출 증대가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오픈한 신세계의 스타필드 하남 등은 한 곳에 대형마트와 백화점, 명품 중심의 임대매장은 물론 영화관과 규모를 키운 푸드코트로 고객들의 체류시간을 늘려 자연스럽게 매출증대를 꾀하겠다는 전략의 실천이다.
첨단 정보기술을 접목하는 것도 백화점 발전 측면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지난해 롯데백화점이 도입한 ‘3D(3차원)피팅 시스템’은 그 시도 중 하나다. 3D피팅 시스템은 증강현실기술을 접목해 거울을 통해 여러 벌의 옷을 가상으로 입어볼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아울러 지난해 스마트픽과 비콘 서비스로 옴니채널 전략의 포문을 열었던 백화점들은 올해는 디지털 기술과 결합한 서비스로 옴니채널 전략을 업그레이드시킬 예정이다.

백화점들은 매장에 IT기술을 접목하고 온라인쇼핑몰에 가상현실(VR)을 도입하는 등 O2O 서비스를 강화하며 온·오프라인 채널의 유기적 통합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오프라인 백화점 매장과 진열상품을 그대로 옮겨놓은 ‘VR스토어’를 선보였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온라인몰은 상품 정보를 주로 글과 사진으로 제공했지만 더현대닷컴 VR백화점은 오프라인 매장과 진열된 상품을 그대로 옮겨와 재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가상현실로 보는 매장과 상품이지만 ‘가짜’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대백화점의 실제 매장을 촬영해 VR기기로 옮겨왔기 때문이다. 실제 매장을 VR 스토어에서 모바일앱과 VR기기를 통해 360도로 살펴볼 수 있다. 매장을 VR 기기를 활용해 그대로 재현한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올해에는 상품 설명과 함께 해당 상품과 어울리는 다른 상품을 자동 추천해주는 VR추천 서비스도 시작할 계획이다. 백화점을 통째로 옮겨놓는 VR백화점도 2019년을 목표로 기획 중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소비자는 백화점을 방문하지 않고도 오프라인 매장에 있는 듯한 현실감을 느낄 수 있어서 VR백화점이 쇼핑의 새로운 대세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9월 개점한 스타필드 하남에 신세계의 통합 온라인몰인 SSG닷컴과 오프라인 매장을 결합한 O2O 전문매장 ‘슈퍼샵’을 선보였다. 슈퍼샵은 200만 개가 넘는 SSG닷컴의 유·무형 상품들을 디스플레이를 통해 자세히 살펴보고, 온라인 가격 그대로 온·오프라인 관계없이 고객이 원하는 방식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슈퍼샵에서 진화된 쇼핑 경험은 물론, 페

이백 등 쇼핑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소비자의 니즈에 맞게 큐레이션 된 상품을 모아 적시에 제공할 수 있고, 차별화된 콘텐츠와 경험을 제공하기 용이하다는 장점을 가진 중소형 전문점 포맷도 올해 백화점 업태에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순수 백화점 포맷으로 성장 한계를 느낀 백화점 업계는 기존점 증축과 아웃렛 매장 출점에도 주력하며 성장 돌파구를 찾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을 증축, 올해 상반기 기준 전년 동기대비 12.7% 증가한 8700억원의 매출을 냈다.
롯데백화점은 서울 중구 소공동 본점 증축을 통해 매출 ‘2조 클럽’에 도전한다. 경기불황기에 아웃렛 출점을 통한 소비자의 이목 잡기도 올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백화점 경우 공격적인 아웃렛 출점을 이어가 지난해 가산점, 의정부점, 진주점을 출점, 아웃렛 매장 18개점을 운영 중이다. 현대백화점도 지난해 시티아울렛 동대문점, 송도아울렛 등 2개점을 출점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 가든파이브 아울렛을 출점할 계획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빠르면 1분기 안에 가든파이브 아울렛을 오픈할 계획”이라며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기업의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마트, 가성비 트랜드 품고 PB 전문 매장 등 확대
국내 유통시장은 지난해 저성장 가속화와 이로 인한 소비 침체를 겪었다. 지난해 가계부채는 지난 3사분기말까지 1300조원을 육박했다. 또 하반기 시행된 김영란법 여파가 소매경기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해 소비 침체 현상은 심화됐다. 사회 전반적으로 소비가 위축됐고, 저비용 고효율을 추구하는 가성비(가격대비 성능) 중시 트렌드는 확산됐다.
변화한 소비 트렌드로 인해 합리적인 가격대로 소비자에게 더욱 많은 가치를 제공하는 제품이 호응을 끌자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한 유통업계는 가성비를 주요 골자로 자사만의 PB 강화에 나서며 차별화된 가치로 어필하는 PB상품을 선보였다.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식문화가 달라지고 있는 점도 대형마트들의 변화를 이끌어 냈다. 소비자들은 한 번에 많은 식재료를 사서 저장하기보다 필요한 상품을 소량씩 구매하거나 편의점, 수퍼마켓 등 근린형 매장에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을 구입하고 있다.
대형마트 등 유통업계가 변화한 고객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소용량 제품과 가정간편식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 또 고령화로 인해 65세 이상의 시니어 인구가 강력한 소비 집단으로 부상함에 따라 시니어를 타깃으로 한 영양식 PB를 선보이는 등 이들을 이끌기 위한 대안도 모색 중이다.

지난해 이마트가 자사 PB를 중심으로 한 노브랜드 단독 로드숍을 개점한 것도 이 같은 환경에서 가능했다. 가성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핵심 소비 트렌드로 부각된 만큼 이에 최적화된 PB 전문 매장을 선보인 것이다.
노브랜드 매장은 PB 확대, SKU 압축, 불필요한 비용 제거 등 하드 디스카운터의 특징을 모두 갖추고 있다. 또 매장운영부터 인력까지 저비용 구조를 취하고 상품 가성비에만 초점을 맞췄다. 독일의 알디(Aldi)나 리들(Lidl)이 대표적인 하드 디스카운트 스토어다.

이마트는 향후 노브랜드 제품을 확대해 선보일 예정으로 하드 디스카운터 포맷의 가능성을 실험한 후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면 이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기존에 실적이 부진했던 슈퍼마켓 에브리데이 점포를 리뉴얼해 노브랜드 매장으로 탈바꿈 시켜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마트도 PB브랜드로 노브랜드상품과 동급인 초이스엘, 프리미엄급 프라임엘,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한 세이브엘, 유기농 바이오엘, 생활용품 리빙엘을 운영 중이다. 롯데마트의 PB상품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1만3200여개였다. 전체 매출 중 27%를 차지했다.
대형마트들이 PB상품을 통해 ‘불황의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배경은 비교적 분명하다. PB상품은 생산·유통 단계를 간소화해 가격은 낮췄지만 중간 단계 마진 일부를 유통업체가 챙기는 구조이다. 일반 상품을 팔 때보다 실적과 수익이 낫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불황으로 일감을 찾기 힘든 중소 제조업체에게도 대형마트 PB 상품 생산 제안은 반가운 일”이라며 “PB제품 판매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성장세 올해도 지속…오픈마켓으로 수렴
현재 온라인 쇼핑은 여러 유통채널에서 단일 업태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올해도 온라인 쇼핑은 두 자릿 수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트렌드 변화를 주도하는 신업태의 선전이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해는 물론 올해에도 온라인쇼핑 거래액 성장을 견인할 1등 공신은 모바일 쇼핑이다. 성장세가 다소 둔화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모바일 쇼핑 거래액은 전년 64% 증가에 이어 지난해 46% 증가한 36조원에 이른다. 올해에는 온라인 쇼핑 거래액 중 거의 절반을 모바일 쇼핑이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쇼핑은 다른 유통채널의 도입으로 더 확대되고 있다. 실제로 홈쇼핑 업체들은 지난해부터 모바일 채널이 PC채널의 거래액을 상회하는 모습을 보였다. 시장 전체로는 올해부터 모바일 채널 거래액이 PC채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오프라인 고객들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가치소비, 알뜰소비가 가능한 다변화 된 유통채널로 지속적 이탈을 보이고 있다. 아울러 PC 기반 인터넷쇼핑몰 이용객들은 모바일로 이전되며 편리함을 추구하고 있다.
기존 유통사들이 이에 대응하기 위해 온라인 채널 확장에 주력하고 있지만 ‘실속’ 측면에서 녹록치 않은 모습이다. 유통업계 전문가는 “채널 다변화에 급급하기 보다는, 해당 채널에서 핵심 경쟁력을 갖기 위해 어떤 ‘상품’으로 승부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모바일 쇼핑을 포함한 지난해 국내 온라인 쇼핑 시장은 50조원 내외로 추정됐다. 전체 소비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다.
과거 온라인 쇼핑채널은 생필품 중심의 저렴한 상품을 주로 취급했지만 최근 2~3년 사이 백화점과 대형마트, 홈쇼핑 등 주류 유통 업체들의 입점으로 MD의 고급화도 진행되고 있다. 또 홈플러스와 가락동 농수산물 온라인몰 ‘가락24.com’ 입점한 것과 같이 신선식품으로도 라인업이 확대되고 있는 모양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자사몰 운영만으로는 기본적인 트래픽 유지가 힘들기 때문에 사용자가 가장 많은 오픈마켓 입점이 필수”라며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오픈마켓 입점은 전체 온라인 쇼핑의 확대에 기여하 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쇼핑은 성장일로에 있지만 소셜커머스는 조금 예외다. 지난해 적자폭이 매년 누적되며 위기에 처한 소셜커머스 업계는 올해에는 기존 사업 전략을 선회하며 수익성 개선에 집중할 공산이 크다.  
이미 쿠팡과 티몬은 지난해부터 소셜커머스에서 오픈마켓으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오픈마켓은 상품 판매 과정을 중개하는 사업모델로 소셜커머스와 달리 상품 기획 및 마케팅 과정을 단순화할 수 있다. 또 소셜커머스보다 훨씬 많은 상품을 다룰 수 있어 상품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비용증가가 불가피한 무료배송 서비스도 개편됐다. 위메프의 경우 무료배송 프로모션을 전면 중단했다. 쿠팡은 무료배송 이용 가능 주문금액을 기존의 2배로 높였다.
소셜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MD 역량 강화, 제3자 물류 서비스를 통한 비용 구조개선 등이 과제로 거론되는 가운데 수익성 개선은 올해 업계의 숙제”라고 말했다.

편의점, 이유 있는 성장세 지속…4만점 시대 ‘성큼’

올해 국내 유통시장은 지난해 대비 5.5% 성장한 310조원 정도로 업계는 보고 있다. 대부분의 채널 성장폭은 둔화되겠지만 예외는 있다. 1인 가구 시대를 등에 업은 편의점의 성장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편의점은 3만점을 훌쩍 뛰어넘는 출점 성적표를 보이면서 급성장했다. 편의점 업계는 올해도 출점 속도를 높이며 4만점 시대를 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CU에 이어 GS25까지 단일 점포 1만호 시대를 맞이했다. 매출액은 지난해에만 20조원대에 육박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편의점 성장이 지속가능한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부터, 상위 사업자의 과점적 지위 유지가 가능한지에 대한 의심도 나오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편의점 시장 규모가 20조원을 상회해 2020년에는 28조원 정도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유통업 내 비중 8.7%에 해당하며 현재 일본의 상황과 비슷한 수준이다. 2016년부터 5년 동안 매년 11% 성장한다는 가정에 따른 것이다. 부실 점포 구조조정, 정책 변수 등의 영향으로 속도가 다소 늦어질 수는 있겠지만 인구구조 및 트렌드상 편의점의 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보는 것이다.
편의점 선진국인 일본의 사례가 전망의 주요 근거다. 업계에 따르면 일본 편의점이 고성장 하기 시작했던 시기는 1990년대 후반과 2010년 이후로 이 시기는 각각 고령화와 담배가격 상승이 맞물렸던 시기다.

저성장과 인구 고령화를 동시에 맞이한 일본은 높은 물가 부담에 편의점 간편식이 이른 시기에 이미 발달하기 시작했다. 이미 오랜 기간 동안 편의점 도시락 품질 노하우가 축적된 상황에서 2010년 10월 담배가격 45% 상승은 다시 한 번 성장기를 견인했다.
담배가격 상승으로 인한 편의점 1일 매출 확대로 가맹점주들의 경영 안정화 속도가 빨라져 한 동안 주춤했던 신규 출점에 시동이 걸렸던 것이다. 한국의 현재 상황이 일본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향후 몇 년간 편의점의 성장을 점치고 있는 것이다.
다만 편의점은 올해 양적 성장 속에서 객단가 상승 및 수익성 개선 여부, 즉 질적 성장에 대한 고민이 전면에 부상하는 시기가 될 전망이다.
올해 편의점의 성장을 이끌었던 1인 가구 전용상품과 PB개발의 속사정도 질적 성장에 대한 고민이 반영돼 있다고 보는 게 맞다. 편의점은 지난해 도시락과 즉석커피 등 먹을거리를 중심으로 PB상품을 강화했다. 또 1인 가구를 타깃으로 소구력을 높일 수 있었다.
편의점 각사별로 전체 매출에서 PB가 차지하는 기여도도 높아졌다. 세븐일레븐과 GS25 경우 지난해 기준 담배 매출을 제외한 전체 매출에서 PB매출 비중이 35%대를 돌파하며 매출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

한국체인스토어협회 관계자는 “경기가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진입함에 따라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패턴이 주류로 자리잡았다”며 “(편의점은) 가격대비 고품질 상품의 소싱 및 개발을 확대하는 등 소비 트렌드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고 설명했다.
또 편의점은 유통시장의 차별성 강화 일환으로 자체상표브랜드도 확대하고 있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앞으로는 같은 품목이라도 지역상권 특성에 맞게 편의점마다 다른 제품이 출시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4만점 시대에 편의점은 모든 소비자들을 붙잡으려 하기보다는 충성도가 높은 고객층을 타깃으로 삼는 전략으로 바뀔 수 있다는 의미다.

정체의 늪…방문판매, 1대1 고객관리 강점 ‘강화’
지난해 셀트리온이 기능성 화장품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면서 출범한 셀트리온스킨큐어는 4000여명의 방문판매원 채용을 통한 론칭을 검토했다가 수개월 만에 이를 접었다.
방문판매 채널에 대해 걱정이 앞선 말들이 많이 나왔고, 둔화되고 있는 채널에 굳이 새롭게 인력을 투입해 가며 뛰어들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이 안팎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방문판매가 위축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업계 한 관계자는 “방문판매 사업 매출은 확실히 줄고 있다”며 “대표 회사인 아모레퍼시픽을 기준으로 보면 방문판매원은 3만5000명 정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매출 비중은 10% 초반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2000년대 후반까지 아모레퍼시픽의 방문판매원은 4만명을 넘었고, 화장품 판매에서의 매출비중도 40%를 넘어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방문판매 채널의 약화가 여실하다. 실제로 지난해 상반기 아모레퍼시픽의 화장품 사업부문 매출에서 방문판매 비중은 11.9%에 불과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후원방문판매 현황도 방문판매의 약화를 수치로 보여준다. 이를 보면 전년도 정보 공개 대상 후원방문판매업자 수는 모두 2705개로 이전 해 보다147개(5.2%) 감소했다. 판매원 수도 4만4000여명이 줄어든 27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방문판매의 위축은 브랜드숍의 등장, 온라인과 모바일로 대변되는 새로운 유통 채널의 성장의 반작용이다. 위기의 시작이 새로운 유통 흐름에서 소외된 탓이라면 방문판매 성장의 기회도 여기에 있다는 진단은 그래서 설득력을 얻는다. 올해 방문판매업계는 온라인과 모바일의 장점을 결합하는 변화가 적극적으로 시도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등의 특화된 상품군에서는 1대1 맞춤서비스에 최적화된 판매 방식이 방문판매라는 점도 강조된다.
맞춤서비스를 원하는 고객들의 니즈에 부합하는 동시에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한 방문판매원의 1대1 고객관리 도입, SNS를 통한 고객과의 소통 강화 등 방문판매의 변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방문판매 기업들은 다년간 인적 판매를 통해 다양한 임상과 고객들의 니즈를 직접 경험한다”며 “여기에 고객소통과 맞춤형 1대1 고객관리가 더해진다면 방문판매 시장의 전망은 어둡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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