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새해가 밝았다. 어김없이 태양은 붉게 타오르며 수평선을 박차고 올랐다. ‘올해는 떠오르는 태양처럼 희망이 가득하리라’ 기도를 품고 만나는 새 태양은 어느 때보다 더 붉고 신선하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일출을 만나는 곳, 강릉에 다녀왔다.

겨울바다의 대명사, 정동진 해변
정동진해변이 겨울바다의 대명사가 된 이유는 뭘까? 아마도 이미 고전이 되어버린 드라마 <모래시계> 때문일 것이다. 음유시인이 읊어주는 듯 저음의 노랫소리와 가슴을 울리는 클레식의 앙상블은 사랑과 이별, 환희와 슬픔, 희망과 절망의 틀에 갇혀 살아가는 인간의 삶 자체이다. 더욱이 온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시퍼런 바다와 해변을 걷는 여주인공의 모습은 언제나 외로움과 마주해야 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 하지만 그 절망의 깊은 한숨 뒤에 희망의 태양이 떠오름을 우리는 믿는다. 이 때문에 겨울 정동진해변이 더욱 매력적이다.
1~2월 정동진 일출시간은 7시부터 7시30분 전후다. 멋진 일출을 배경으로 나만의 작품사진을 찍고 싶다면 범선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크루즈호텔을 배경으로 촬영해보자. 이국적인 풍경이 더해진 독특한 매력의 사진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의외로 여러 가지 기후조건 때문에 일출장면은 생각보다 만나기 어렵다. 만약 정동진해변에서 영화보다 더 극적인 가슴 벅찬 일출을 만난다면 당신은 행운아다.
정동진에 왔다면 이국적인 관광명소를 놓치지 말자. 해와 밝음의 뜻을 가진 ‘하슬라’는 강릉의 옛 이름이다. 이 이름을 따서 동해바다가 한눈에 들어오는 높은 언덕에 조각예술공원과 갤러리가 문을 열었다. 몇 해 전에는 영화 ‘내 아내의 모든 것’의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여성관람객이 부쩍 늘어났다. 야외에 마련된 조각예술공원을 모두 돌아보려면 최소한 30분이상은 계획해야 한다. 날씨가 춥다면 실내갤러리에서 시간을 보내도 좋다. 실내 갤러리는 예술의 깊은 세계로 빠져들 듯 미로처럼 이어진다. 그곳에서 예술가의 은밀한 작업실을 엿보는 즐거움이 있다.

해변도시의 매력 속으로, 강릉
강릉의 대표적인 바다는 경포해변이다. 경포해변은 해운대해변, 대천해변과 더불어 우리나라 3대 해변에 꼽힌다. 때문에 한여름에는 피서객들에 의해 몸살을 앓지만 겨울 경포해변은 조용하다. 오롯이 독점할 수 있다. 강릉은 솔향의 고향이라 불릴 정도로 소나무가 많다. 경포해변도 예외가 아니다. 원래 방풍림으로 조성되었는데 요즘은 바다와 숲을 동시에 즐기고 싶은 도시인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나무 데크가 놓여있어 신발 안으로 모래가 들어올 염려도 없다. 소나무가 바람을 막아줘서 그런지 조금은 아늑한 기분이다. 해변을 돌아보고 나서 경포호를 걸어 봐도 좋겠지만 날씨가 춥다면 곧바로 경포대에 올라보자. 경포대는 48개의 기둥으로 지여진 만큼 규모가 꽤 크다. 마루의 높이를 달리해 2층 구조로 지어 입체적이다. 겨울 경포대는 앙상한 나무들이 자연의 속살을 보여주는 것 같다. 경포대에서 바라보는 경포호수의 풍경은 고요와 적막 그 자체이다. 겨울에만 탐할 수 있는 풍경이니 놓치지 말 것. 《관동별곡》을 쓴 송강 정철은 경포대가 관동팔경 중에서 으뜸이라고 했다.
경포대를 뒤로하고 초당마을에서 뜨끈한 초당두부로 몸을 녹여보자. 그릇에 담긴 순두부는 순백의 눈송이가 식탁위에 올라온 듯하다. 이어서 참소리축음기박물관에서 눈과 귀가 놀라는 새로운 경험에 빠져보자. 전 세계 어느 곳보다 에디슨이 만든 발명품이 가장 많다고 자랑하는 곳이다. 먼저 들러볼 곳은 음악감상실이다. 조용한 가운데 세미한 음색의 떨림을 체험할 수 있다. 이어서 큐레이터의 안내에 따라 에디슨과 발명품에 담긴 에피소드를 귀담아 듣다보면 박물관 여행의 아기자기한 재미를 즐길 수 있다.

■여행정보 
■찾아가는 방법 : 내비게이션에 ‘정동진해변’를 검색하면 된다. 대중교통은 강릉고속버스터미널에 하차하여 109번 버스로 갈아타고 정동진역 정류장에 하차
■주소 :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리
■숙소 : 정동진 하슬라조각공원 내에 숙박시설이 있다. ‘예술에 눕다’라는 콘셉트로 어디에서든 볼 수 없는 독특한 인테리어를 선보인다. 엄마 품에 안긴 듯 포근한 잠자리에서부터 예술가의 손길을 거친 실내장식이 호텔보다는 갤러리에 가깝다.
■문의 : 강릉종합관광안내소 033-640-4414, 4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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