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

전 그대가 행복했으면 합니다.
외부조건에 의지해서 수동적으로
누군가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행복해지겠다는 능동적 결정하에 변화하셨으면 합니다.
전 그대가 진심으로 행복했으면 합니다.
-본문 중에서

저절로 몸이 움츠려들고 등이 시릴 만큼 차가운 바람이 분다. 어느새 가로수도 짚으로 엮은 옷을 입고 월동준비를 맞췄다. 마음에도 월동준비가 필요해진 계절이 왔다. 때마침 서리 낀 포장마차에 파는 오뎅국물 같은 책이 출시됐다. 4년만의 공백을 깨고 돌아온 혜민스님의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이 그것이다.
분명 불특정 다수를 대상한 책인데 나의 상황과 기분에 꼭 필요한 한마디를 던지고 있었다. 마치 나의 일상을 매일 지켜보기라도 한 듯 말이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며 완벽하지 않은 나를 위한, 당신을 위한 완벽을 추구하지만 절대로 완벽할 수 없는 것들, 작은 글귀로 공감하고 위로받으며 치유하는 존재들이란 사실을 다시 한번 지각했다. 이 책은 자애, 관계, 공감, 용기, 가족, 치유, 본성, 수용 등 크게 8가지 주제에 따른 혜민스님의 에피소드 및 조언 등으로 꾸며져 있다. 사실 본문보다는 주제 뒤에 따른 조언을 곱씹어 읽으며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김질했다. 내가 어떻게 해야되는지, 이건 명확히 아니구나 하는 확신까지 얻을 수 있었다.
예를 들어 관계에 대한 글귀에서는 ‘누군가를 정말로 좋아하면 시간 없다는 핑계를 대지 않아요. 좋아하면 시간이 없는 가운데에서도 시간을 만들어냅니다. 계속 핑계를 대거나 설명을 하거든, 바로 알아차리세요. 나에게 그다지 관심이 없구나….’이처럼 사랑을 하고 싶은 사람들 특히 사랑을 하고 있지만 그 관계가 불안한 사람들, 사랑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 등 ‘사랑’이라는 감정을 통제하지 못해 불안한 사람들에게는 사이다 같은 명쾌한 한방을 선사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가족’이란 주제에 대해서는 많은 위로를 받아다. 육아, 가사, 일을 병행하고 있는 나이기에 더욱 절실한 위로가 필요했는지 모른다. 그러는 나에게 혜민스님은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부모의 가장 큰 선물은 부모 스스로가 행복한 것입니다. 부모가 행복하면 아이는 자존감이 높은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어요. 반대로 부모가 삶에 만족하지 못하면 아이는 자기가 무엇을 해도 부모님을 기쁘게 할 수 없는 무가치한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습니다.’라며 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지, 육아가 먼저인지 돈이 먼저인지 따지기 보단 내가 현재 행복하다고 느끼는 감정이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더욱 크다는 사실도 일깨워줬다.
자신도 완벽하지 않다는 사람이라 지칭하며 전하는 혜민스님의 투박하지만 다정하고 섬세한 문장들은 명사수처럼 가슴에 탁탁 꽂아 박힌다. 몇 글자 안되는 글귀 하나에 밥을 먹지 않아도 든든해지고, 이불 속보다 포근하다.
완벽할 수 없기에 완벽하고 푼 완벽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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