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불륜, 해선 안 될 사랑은 없다>

사랑만큼 격심한 성장통을 수반하고 사랑만큼 많은 것을 한순간에 가르치는 좋은 수업이 또 있을까? 나는 아렌트와 하이데거가 만났던 한때가 두 사람에게 발전과 타격을 한꺼번에 안겼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적인 성장을 함께 이뤘으되, 사회적인 관념에 반하는 자신들의 선택에 분명 갈등했을 것이다. 불륜으로 끝나 버리고 말았을 수도 있는 한 만남이 인류의 철학사를 바꿔 놓는 획기적인 사건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본문 중 한나 아렌트의 금기를 깨는 사랑> 중에서

 

불륜을 통해, 그 관계를 통해 나의 삶이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성장한다면 진정으로 그러하다면 그 성장은 불륜 덕분이니, 이 사랑은 타탕한 것일까?
이 책은 과거, 세기의 스캔들 ‘불륜’을 통해 자신의 삶이 변화된 사람들이 등장한다. 브람스, 쇼팽 등 예술가들은 불륜을 통해 영감을 얻고 황태자 에드워드 8세는 한 여자와의 사랑을 위해 명예를 버린다. 무엇보다 이 책속에 등장하는 이들은 불륜이라는 관계 덕분에 자신의 삶의 방향이나 일상생활에 긍정적인 자극을 통해 자아의 성장을 이뤄냈으며 인류의 철학사를 바꾸는 등 세계적인 업적을 만들어 냈다. 그렇다면 그들의 사랑은 바람직한 불륜인가? 인정받을 수 없는 사랑을 혼자서 지켜내려는 이유, 그것이 불륜이라 불린데도 그들은 ‘사랑’이었다.
일반적인, 도덕적인 사랑과 해선 안 될 사랑, 그런 것은 없다.
ex) 한 여자가 있다. 결혼할 나이에 사랑하고 있는 사람과 결혼했다. 연애와 다른 결혼생활. 불꽃같은 사랑은 어느새 불편하지 않는 동반자가 되어 영원한 사랑과 정절의 약속을 지키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러다 우연히 한 남자를 만난다. 그는 스마트하고 유머러스하며 그리고 무엇보다 그는 나에게 많은 영감을 주는 사람이다. 시작은 동경이었다. 내가 관심 있는 분야에 뛰어나며 정평이 나있던 사람. 지금 살고 있는 사람에게 항상 바래왔던, 내가 겁내고 있는 길을 성큼성큼 걸어 나간 선구자처럼 보였다. 먼저 높이 올라간 사람을 바라보는 동경과 존경이 그들의 시작이었다.
관심은 만나는 시간과 횟수를 늘려 놨다. 이 만남을 통해 한 여자는 나아가지 못했던 길에 들어섰으며 남자는 쳇바퀴 도는 삶에 활력을 찾았다. 이 같은 만남은 계속됐다. 어느 날 존경과 동경 속에 잠재돼 있던 사랑이란 감정이 밖으로 툭! 튀어 나왔다. 미묘한 기류가 흘렀다. 고민할 틈도 없이 그들은 사랑을 했다.
이 사랑은 이제 그동안의 삶과 지금까지의 ‘나’라는 존재를 부정하며 나아가야 한다. 그들은 손을 맞잡고 걸었다. 그 끝은 짐작할 수 없는 낭떠러지였는데도 말이다. 걷는 동안 추억이 쌓였다. 그만큼의 사랑이 커지고, 커진 사랑은 현실과 마찰을 빗었다. 이 사랑이 행복한 순간마다 그동안에 쌓아올린 도덕적 회의감이 몰려오고 나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미안했다. 결국 이들은 낭떠러지 앞에 도달했다. 낭떠러지 앞에는 커다란 지렛대가 놓여있었다. 나의 모든 것과 지금의 사랑이 지렛대에 올려졌다. 지금의 사랑은 튕겨나갈 듯 높이 솟아올랐다. 그들도 알고 있었다. 맞잡은 손을 놓고 하염없이 바라본다. 다음을 기약할 수도 현재의 상황을 바꿀 수도 없는 두 겁쟁이는 그렇게 가만히 서있다.


 

저작권자 © NEXT ECONOM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