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산홍엽의 계절이다. 푸른 엽록소를 벗고 진짜 자기 모습을 내고 있는 나뭇잎들이 하루가 다르게 색이 익어간다. 누가 더 진한 색을 내는지 자랑이라도 하듯. 그 자태를 감상하려 유명산지들은 단풍행락객으로 붐빈다.
이맘때 강원도 홍천의 산소길은 오히려 여유롭다. 이곳은 사시사철 변함없는 생명의 근원, 산소를 공급한다. 깊은 호흡으로 자연을 만끽하며 가을의 한 가운데 선다.

청정무공해 강원도 공인 산소길 1호
산소길, 이름만으로도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이다. 강원도가 야심차게 준비한 산소(O2)길은 청정무공해 강원도의 속살을 걷는 길이다. 강릉 대관령옛길, 홍천수타사 산소길, 화천 북한강 산소길, 양구 두타연 DMZ숲길, 춘천 실레이야기길 등이 산소길에 선정됐다. 그중에서도 강원도 공인 산소길 1호인 홍천 산소길은 수타사를 끼고 공작산 생태숲, 산소길, 귕소 출렁다리를 돌아 수타계곡으로 2.8km 정도를 걷는다. 해발 887m의 공작산은 이름 그대로 화려한 공작이 날개를 편 모습을 갖고 있다. 남서쪽 덕치천에서 출발해 공작골과 용담에 이르는 수타계곡을 감싸고 있다. 산소길 입구에 있는 공작산 생태숲은 숲체험탐방로가 잘 가꿔져 있어 아이들과 함께 가족여행 오기에 제격이다. 너른 부지에 역사문화, 교육체험과 유전자보존숲으로 조성돼 있다. 생태숲이지만 잔디밭과 누각, 팔각정 등이 있어 잘 조성된 정원 같은 느낌이다. 산소길 초입에 있는 수타사는 신라 성덕왕 7년에 창건됐는데 본래 이름이 일월사였다. 해마다 승려들이 수타계곡의 용담에 빠져 죽자 목숨 수(壽)로 바꿨다고 한다.

이름마저 예쁜 공작산 생태숲
본격적으로 홍천산소길을 걷기 위해 공작산 생태숲으로 들어선다. 표지판에 그려진 생태숲의 모습이 이채롭다. 공작을 닮은 공작산의 모습도 그렇지만 수타사를 끼고 있는 생태숲의 모습이 진짜 공작의 꼬리처럼 부채살 모양이다. 이곳은 휠체어를 탄 여행약자들도 편안하게 다닐 수 있을 정도로 길을 잘 닦아 놓았다. 입구로 들어가기 전 오른편에 연못이 보인다. 수줍은 미소로 반길 것 같은 연꽃은 아쉽게도 이미 사라진지 오래. 연못을 가로질러 나무 데크가 놓여있다. 이곳에 온 여행자들이 약속이나 한 듯 데크길을 한 바퀴 돈다. 공작산 생태숲은 기존 숲을 보존하면서 생태계관찰을 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숲해설 안내를 신청하면 숲 구석구석의 진면모를 1시간 30분에 걸쳐 설명해준다. 자생화원에는 산작약, 옥잠화, 은방울, 원추리 등 지피식물류가 심겼다. 감춰진 보물들이 가득한 공작산 생태숲을 뒤로 하고 본격적으로 숲속 오솔길로 접어든다.

홍천 산소길의 하이라이트, 산소 가득한 오솔길
숲속 오솔길로 접어드는 순간 상쾌한 피톤치드향이 반긴다. 정오의 햇볕이 침투할 수 없을 만큼 짙은 수목들이 머리를 맞대고 여행자를 호위한다. 적당한 수분과 낙엽, 포슬포슬한 흙이 만나 어느 폭신한 카펫과 비교할 수 없는 융단 길을 만들었다. 한 발 꾹 내딛을 때마다 발바닥이 먼저 느끼는 폭신함이라니. 20여분 걸었을까. 인근에 시원한 물소리가 귓전을 두드린다. 청명한 수타계곡의 물줄기에 눈이 번쩍 뜨인다. 귕소에 도착했다. 이름도 특이한 ‘귕’은 통나무로 만든 소여물통의 강원도 사투리다. 이곳의 바위 지형이 소 여물통처럼 생겼다고 해서 그렇게 부른다. 귕소를 지나면 곧 정자와 출렁다리가 나온다. 이곳에서 직진하면 신봉마을이 나오고 출렁다리를 건너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 갈 수 있다. 출렁다리를 지나 고운 모래밭과 크고 작은 소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수타계곡을 따라 되돌아 나온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홍천 산소길에서 깊은 가을의 정취를 만끽한다.

■여행정보 
■찾아가는 방법 : 내비게이션에 ‘공작산생태숲’를 검색하면 된다. 대중교통은 홍천터미널에서 51번, 51-1번, 53-1번 버스를 타고 수타사 종점 정류장에 하차.
■주소 : 강원도 홍천군 동면 수타사로 409
■숙소 : 수도권과 인접한 홍천은 시설 좋은 숙소가 많다. 비발디파크(1588-4888)와 대명리조트(1588-4888)와 같은 대형 리조트 외에도 분위기 좋은 펜션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야외에서 럭셔리하게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글램핑장이 많다.
■문의 : 공작산생태숲 033-430-27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