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물은 생명이었다. 물을 다룰 줄 아는 민족은 흥했고 그렇지 못한 민족은 몰락했다. 물의 역사는 한반도에서 농경이 시작된 때부터 지금까지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최고의 관개용 저수지인 제천 의림지는 삼한시대 3대 수리시설 가운데 지금까지 관개 기능을 톡톡히 해내는 유일한 저수지다. 1500여 년 전에 축조된 의림지를 통해 선조들의 지혜를 들여다본다.최고의 관개용 저수지의림지는 용두산의 드넓은 품에 아늑하게 안겼다. 봄에는 벚꽃과 수양버들이 푸지게 피고, 여름에는 송림의 넉넉한 그늘이 어우러져 더위를 식힌다.
언택트(비대면) 여행이 일반화된 요즘, 전시관이나 박물관으로 향하던 발걸음이 탁 트인 야외로 쏠리고 있다. 그 가운데 대자연을 만끽하며 혼자서 호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트레킹이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단양에서 풍광은 물론이고 걷기에도 안성맞춤인 곳을 찾았다.이건 트레킹 그 이상의 감동이야!중국의 항산 절벽에 설치된 가교를 뜻하는 ‘잔도’가 단양에도 있다. 단양강 잔도가 그것인데 단양팔경 외전 중 제3경이다. 공식 명칭은 ‘수양개역사문화길’이지만 전체 구간에서 백미인 이곳을 흔히 ‘잔도길’이라 부른다. 단양역에서 출발할 경우 상
탄생부터 신비로운 섬 제주. 그 신비의 열쇠를 찾아 제주를 찾았다. 화산과 용암이 만든 수많은 오름과 동굴들. 그 속에 감춰진 비밀이 한 꺼풀씩 벗겨지자 세계인이 주목했고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되었다. 제주는 기억한다. 뜨거웠던 화산의 숨결과 생명을 향한 지극한 구애 섞인 숨결을. 그리고 그 위에 켜켜이 쌓인 역사의 숨결을.저 종은 누가 엎어놓았을까?태곳적 신비가 고스란히 응축된 세계자연유산 제주, 그 깊은 숨결 속으로 깊숙이 들어가기 위해 제주도 서남부 해안도로를 달린다. 망망한 푸른 바다가 아득한 곳에 이르면 종처럼 봉긋한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울 수 있다면. 이 바람은 여행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자가용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차박 캠핑(이하 차박)이 뜨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머무르고 싶은 곳에서 머무르고, 달리고 싶을 때 달리는, 차박은 언택트 여행을 가능하게 한다. 충주 수주팔봉에서 차박의 묘미에 빠져본다.차박이 궁금하다면코로나 19로 인해 타인과 접촉을 피하는 ‘언택트(Untact) 여행’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차박(차+숙박)이다. 차박의 장점은 주차 공간만 확보되면 장소와 시간, 날씨에 상관없이 간편하게 캠핑을 즐길
여름이 깊어갈수록 대청호 오백리길은 더욱더 싱그러워진다. 대전에서 차로 30분이면 도착하는 이곳은 도시민에게 사막의 오아시스다. 짙은 피톤치드와 경쾌한 새소리에 잠자던 뇌가 기지개를 켠다. 도시민들은 항상 지치고 피곤하다. 이때마다 대자연은 너른 품으로 우리를 품어준다. 이곳은 보고, 듣고, 만지며 쉬어가기 좋다.대청호 주변에는 가볼 만한 곳이 많다. 충청북도 청원군에는 수몰 지역의 가옥과 문화재, 민속자료 등을 모아 조성한 문의문화재단지와 전두환 전 대통령부터 노무현 전 대통령 때까지 대통령 별장으로 사용한 청남대가 있다. 옥천군
장흥문화예술체험특구로 거듭난 양주시 장흥면서울에서 양주까지 약 35km. 차량으로 1시간이면 닿을 거리다. 지리적으로 서울과 가까운 덕분에 양주시는 고려시대에 한양부에 속했었다. 예로부터 양주는 땅이 넓고, 산물이 풍부했으며 번화했다고 한다. 그래서 다른 고을에 비해 양주 사람들은 보릿고개인 봄철에도 곧잘 노래를 부르며 기뻐했다고 한다.오늘날 양주시와 주민, 예술인들이 힘을 합쳐 양주시 장흥면을 장흥문화예술체험특구로 꾸며놓았다. 아트파크에는 가나아트센터와 장욱진미술관이 문을 열었고, 송추아트밸리, 장흥 자생수목원도 등도 차례로 문을
전체인구가 5만이 채 되지 않는 함양. 쇠락한 소읍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는 유구한 역사와 빼어난 자연풍광이 옹골지다. 5월을 맞아 숲이 더욱더 아늑한 까닭은 그 속에 감춰진 숱한 이야기 때문 아닐까. 수려한 숲길과 물길에는 ‘좌 안동, 우 함양’이라 불릴 정도로 선비문화가 찬란하게 꽃을 피웠다. 느릿한 걸음으로 함양의 깊은 숲길을 다녀왔다. 계곡 따라, 정자 따라 걷는 선비길‘좌안동(左安東), 우함양(右咸陽)’이란 말이 있다. 한양에서 보면 안동이 왼쪽, 함양이 오른쪽에 있다는 뜻으로 ‘뼈대 있는 고장’을 말할 때 주로 쓰는 말이다
명량대첩을 승리로 이끈 불멸의 땅 해남 우수영마을. 한때 역사의 큰 소용돌이에 맞서 민족의 얼과 전통문화를 지켜오던 마을이 2015년부터 역사와 전통문화예술, 공공미술이 결합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예술마을로 거듭났다. 3년에 걸쳐 조성된 지붕 없는 미술관 우수영마을을 소개한다.1592년 임진년에 왜(倭)가 명(明)으로 가는 길을 열라며 조선을 침략했다. 임진왜란이다. 승승장구하던 왜군은 이순신 장군이 지키고 있는 명량에서 대패했다. 그것도 12척밖에 안 되는 적은 병력 앞에 무릎을 꿇었다. 명량대첩의 영광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섬들의 나라. 아니 섬들의 천국이다. 1025개의 보석 같은 섬들이 바다를 수놓은 곳 신안을 두고 하는 말이다. 우리나라 최서남단에 위치한 신안은 천사(1004)의 섬으로 불린다. 섬이 많으니 섬과 섬을 잇는 다리도 많다. 수십 개의 연도교(連島橋) 가운데 지난해 놓인 천사대교가 신안의 새로운 명물로 떠올랐다. 반가운 마음에 천사를 찾아 떠난다.신안의 자랑, 한국 건축기술의 쾌거 ‘진주가 서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던가. 지난해 4월 보석 같은 섬을 연결하는 천사대교가 놓였다. 신안군 압해읍 송공리와 암태면 신석리
구한말 격동의 세월, 제국열강은 인천을 통해 한반도로 물밀 듯이 밀려왔다. 그런 이유로 인천에는 근대사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개항당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인천개항누리길에는 시간여행을 떠나온 듯 향수를 자극하는 갖가지 풍물들이 가득하다. 볼거리, 먹거리로 넘쳐나는 인천으로 떠나본다. 인천항이 문을 열자 ‘근대’가 밀려왔다주말에 인천에서 가장 핫한 곳을 꼽으라면 차이나타운일 것이다. 우선 이국적인 건축물들이 많아 볼거리가 다양하다. ‘여행은 맛으로 승부한다’라는 강한 신념을 가진 맛객들 역시 차이나타운은 그냥 지나칠 수 없
백제의 마지막 수도, 부여 사비성. 사비성이 자리한 부소산(106m)은 부여의 중심으로 군사적 요충지였다. 백제 성왕이 538년 웅진에서 사비로 천도하면서 쌓은 토성과 통일신라 때 성을 에워싸고 연결해 다시 쌓은 토성이 남아 있다. 산 정상부에 오르면 백마강이 한눈에 펼쳐지고 부여읍내를 발아래 둘만큼 조망이 좋다.백제의 온기가 남아 있는 부소산사시사철 푸른 소나무가 우거진 부소산은 맑은 공기와 시원한 풍경이 인심 넉넉한 부여 사람의 모습을 빼닮은 공원이다. 산성이라고 해서 산능선을 따라 걷는 길이라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유모차를
찌뿌듯한 어깨, 쑤시는 팔다리……. 겨울은 쌀쌀한 날씨 탓에 몸과 마음이 더욱 추워지는 계절이다. 연통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시골집 아궁이가 그립다. 지글지글 온돌방 아랫목에 냉랭한 몸과 마음을 누이고 싶을 때 이곳이 생각난다. 전기담요나 보일러가 따라올 수 없는 원적외선의 신비가 가득한 곳. 포천 참숯가마로 떠나본다.한겨울, 신선놀음에 빠져보자산으로 둘러싸인 옴팍한 곳에 참숯가마가 자리를 잡았다. 도심에서 느낄 수 없는 상쾌한 자연향 속에 참숯 향이 구수하게 묻어난다. 추위가 맹위를 떨칠수록 숯가마의 진
“여기저기서 단풍잎 같은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진다. 단풍잎 떨어져 나온 자리마다 봄을 마련해 놓고 나뭇가지 위에 하늘이 펼쳐 있다. 가만히 하늘을 들여다보려면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다.” 윤동주 시인의 이다. 슬픈 가을이 뚝뚝 떨어지기 전에 깊은 가을을 만나볼 일이다. 가을은 여느 계절에 비해 턱없이 짧다.가을 정취가 듬뿍, 물향기수목원경기도립 물향기수목원(이하 수목원)이 자리한 곳은 예로부터 ‘물이 맑은 곳’이라 하여 ‘수청동’이라 불렀다. 지하철 1호선 오산대역과 가까워 서울에서도 1시간 안팎이면 닿는다. 경기도 임업시
바람에 나부끼는 형언할 수 없는 억새의 찬란한 몸짓을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정선의 민둥산이다. 정선에 가려면 자동차도 힘겨워 ‘부릉부릉’ 용트림을 하듯 산 능선을 넘어야 한다. 무르익어가는 가을과 벗할 수 있는 정선으로 떠난다.대한민국 억새 1번지, 민둥산 고속도로에서 빠져나온 지 1시간가량이 지났다. 그제야 비로소 민둥산 들머리에 닿을 수 있었다. 그나마 길이 좋은 요즘이니 1시간이지 호랑이 담배 피우던 그 시절이라면 ‘세월아 네월아’ 걷고 또 걸어야 도착했을 법하다. 도로가 지금처럼 구석구석 놓이지 않았을 때에
전주한옥마을은 1930년대 일본인들의 세력 확장에 대한 반발로 전주 교동과 풍남동 일대에 형성된 마을이다. 지금은 관광명소로 알려졌지만 100여 년 전만 하더라도 조선왕조의 관향으로 더 유명했다. 전주는 각종 산물이 풍부한 곡창지대로써 예부터 음식문화가 발달했었다. 당연히 왕실에서 먹던 음식에 영향을 줬으며 반대로 왕실의 음식이 전주 상류층 사회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한정식, 비빔밥, 콩나물국밥, 전주막걸리 등 전주의 전통적인 음식은 물론 길거리 주전부리까지 맛의 교향곡을 찾아 전주를 다녀왔다.한정식의 품격, 전주 수라상전주는
여름 휴가철이면 으레 사람들은 바다로 향한다. 산과 계곡도 좋지만 여름 열기를 식히기엔 바다가 제격이기 때문이다. 동해, 남해, 서해, 주말을 이용해서 잠깐 다녀온다면 어느 바다가 좋을까. 경기 남부에서 가장 큰 도시 화성시는 수도권에서 가까워 손쉽게 떠날 수 있다. 어촌 체험, 섬 여행, 해양레포츠까지 다양한 체험도 기다린다. 화성시가 접한 서해로 떠났다.가족끼리 가면 재미 백배, 백 미리 어촌체험 마을 주말 방문자 수 3,000명 이상. 호떡집에 불난 듯 작은 어촌마을에 체험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서울에서 1시간
그늘과 바람이 그리운 계절이 왔다. 아스팔트를 떠나 쉼터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의 문턱에 한 발을 들인 6월. 뜨거운 여름을 이겨낼 힘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산청은 원기 충만을 약속한다. 한옥에서 흐트러지기 쉬운 마음을 회복하고, 약초로 몸을 챙기니 여름 준비 끝이다.지리산 자락에 새뜻하게 터 잡은 동의보감촌 대한민국 제1호 국립공원 지리산, 그 자락에 산청군이 있다. 산이 깊은 만큼 골도 깊어 어디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을 만큼 청정고을이다. 서울에서 출발하면 3시간이 조금 더 걸린다. 생각보다 가깝다
나지막한 돌담사이로 초가와 기와집이 어깨를 나란히 한다. 봄볕이 좋다. 고샅길이 미로처럼 이어진다. 유유자적 걷다보면 문이 활짝 열린 집들을 만난다. 문을 꼭꼭 걸어 잠근 도시와는 달리 환영하듯 두 팔 벌린 대문이 반갑다. 여유란 이런 걸까. 회색도시에서 온 낯선 이방인을 경계하지 않는 마을주민들의 환한 미소에 마음의 빗장이 스르르 열린다. “멀리서 온다꼬 고생 했니더”돌담 따라 이어진 옛사람의 정취서울을 떠난 지 3시간여. 금당실마을에 도착했다. 누가 쌓았을까. 차곡차곡 정성스럽게 쌓은 돌담길 따라 어여쁜 장미꽃들이 한창이다. 나
4월은 봄이 절정이다. 탐스러운 연두색 잎들이 돋아나고 여리고 고운 꽃들이 앞다퉈 세상구경에 나선다. 이맘때 만사 제쳐놓고 찾아야 할 곳이 강화도 고려산이다. 436m의 나지막한 높이에 어린아이도 쉽게 오를 수 있는 수월한 등산로, 게다가 이맘때 절정을 이루는 진달래가 지천에 흐드러지게 펴 사뿐히 즈려 밝고 다니기 좋다.분홍색의 변신은 무죄진달래와 철쭉은 봄 산행을 즐기는 등산객들이 가장 반기는 꽃이 아닐까? 대구 비슬산, 여수 영취산, 창녕 화왕산 등이 진달래로 유명하다지만 대부분 영남과 호남에 모여 있다. 그나마 강화도에 고려산
‘봄봄봄’ 봄이 왔다. 대동강 물이 녹는다는 우수와 경칩이 지났으니 두꺼운 겨울옷도안녕이다. 꽃내음에 취해 도착한 곳은 노오란 솜털이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의성 산수유마을. 산수유꽃은 수채화처럼 그윽하고 풋사랑처럼 달콤하다. 조문국 고분군에는 세월의 더깨가 차곡차곡 쌓여 봄날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다. 산수유향을 쫓아 의성으로 떠나본다.풍요의 땅 의성에 봄이 왔다의성의 안계평야는 황톳빛이 감도는 비옥한 땅이다. 이 땅에서 황토쌀과 마늘을 재배한다. 마늘은 전국에서 생산량 1위를 자랑한다. 평야 주변은 해발 500m 안팎의 야트막한 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