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이 튼 지 얼마나 됐을까. 고요한 세량지, 거울처럼 투명하다. 이제 막 세상 구경나온 연둣빛 잎사귀와 벚꽃의 여린 꽃잎까지 풋풋하기 그지없다. 애꿎은 바람에 은빛 파편들이 새털보다 가볍게 비상한다. 화순에 깃든 따사로운 봄날은 삼나무가 첩첩이 둘러싼 만연산에서도 만날 수 있다. 자연이어서 힐링하는 화순으로 여행을 떠난다.세량지, 찬란한 봄을 잉태하다제철을 놓치면 아쉬운 게 있다. 먹거리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요즘은 시설재배가 가능하니 제철도 크게 의미가 없어졌다. 불변이 있다면 제철 여행이 아닐까 싶다. 전라남도 화순 여행은 봄과
시끌벅적한 시장에는 사람 사는 냄새가 물씬하다. 흐르는 군침을 삼켜가며 엄마 치맛단 꼬옥 움켜쥐고 길을 나서던 꼬마가 이제 엄마가 되어 다시 시장 구경에 나선다. 경기가 어렵다지만 그래도 설날은 설날. 왁자지껄한 대구의 서문시장을 찾았다. 조선 3대 시장의 명성을 잇다서문시장의 옛 이름은 대구장이다. 17세기에 형성되었다고 전해지는데 당시에는 끝자리 2·7일에 장이 서는 오일장이었다. 한양양, 평양장과 함께 조선 3대 시장 중 한 곳으로 영남지방의 산물이 모두 모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오일장에서 서문시장이라 불리기 시작한 것은
우리나라 주거 형태 가운데 아파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실로 놀랍다. 특히 신도시의 아파트단지는 굳건한 철옹성처럼 그 위세가 대단하다. 그래서인지 요즘 아이들에게 골목에 대한 정서를 기대하기 어렵다. 진짜 여행은 골목에서 시작되는 데 말이다. 골목에 깃든 이야기를 따라 인천의 독정이마을로 떠난다.독정이마을을 아시나요?우리나라 광역시 가운데 인천 미추홀구는 그 이름이 매우 독특하다. 위치와 방위에 따른 구명(區名)이 일반적인데 미추홀구는 원래 남구에서 백제시대 지명인 미추홀을 따서 미추홀구로 이름을 바꿨다. 획일적인 이름을 버리고 지역의
IMF 때 이런 광고 카피가 유행했다. “여러분 부자 되세요~”라는. 모든 국민이 IMF로 힘들어할 때 나온 카피였다. 사실상 공허한 위로였지만, 누구 하나 싫어하지 않았다. 연말연시가 되면 많은 덕담이 오간다. 그중 건강과 부자를 기원하는 덕담이 가장 많다. 작심삼일이지만 건강은 스스로 챙길 몫으로 남겨두고 이번 연말연시에는 부자의 기운을 톡톡히 받아보면 어떨까. 부자마을이 있는 의령으로 떠난다.여러분 부자 되세요~경남 의령군은 삼성그룹 창업자인 호암 이병철 회장이 태어난 곳이다. 호암 선생이 결혼 후 분가할 때까지 살았다는 의령
시나브로 흘러가는 계절 한가운데 서서 물끄러미 풍경을 마주할 수 있다면. 그 또한 인생에서 아름다웠던 순간이라 기억되지 않을까. 빛깔 고운 만추에 지하철을 타고 늦가을 여행에 나서본다.인천광역시 단풍 1번지, 인천대공원 모름지기 인천시민이라면 ‘단풍 1번지’로 인천대공원을 꼽는다. 1996년 3월에 문을 연 인천대공원은 어느덧 장성한 청년처럼 성장했다.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경관을 선보이며, 맑은 공기를 제공한다. 그 덕분에 인천대공원에는 365일 방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인천대공원은 정문과 동문, 남문 이외에 장수천출입구와
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여행을 계획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그중 속초는 설악산과 동해안이 있어 산과 바다를 동시에 즐기기 좋다. 여행하기 좋은 계절,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레포츠의 양대 산맥, 등산과 낚시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대한민국 단풍의 명불허전, 설악산 설악산은 우리나라 제일의 암석 지형 산악이다. 특히 기암괴석과 폭포가 어우러진 천불동계곡, 권금성, 금강굴, 비룡폭포, 오련폭포, 토왕성폭포 등은 대표적인 단풍 명소로 손꼽힌다. 그중 토왕폭포전망대까지는 편도 2.8km 거리에 1시간 30분가량이면 닿는다. 더
전라북도 장수군 뜬봉샘에서 발원한 금강에는 많은 것이 녹아 있다. 특히 배불리 먹지 못하던 시절 배를 불려줬던 먹을거리가 녹아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어죽과 도리뱅뱅이다. 선선한 갈바람이 불어오는 금강에서 추억의 음식도 맛보고 강과 숲이 어우러진 절경도 담아보자.투박한 맛, 재밌는 맛, 다시 찾는 맛 어탕국수라고도 부르는 어죽은 천렵을 해서 잡은 잡어를 넣고 끓인 걸쭉한 국이다. 특정한 민물고기가 아니라 잡어가 재료인 이유는 민물에 서식하는 물고기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붕어나 피라미, 빙어, 쏘가리, 빠가사리(동자개), 메기
무더위를 날려버릴 수 있는 액티비티로 서핑이 뜨고 있다. 작열하는 태양, 은빛으로 물든 시원한 바다, 부서지는 파도, 뭉게뭉게 피어난 새하얀 구름. 제주도를 에워싼 쪽빛 바다의 모습이다. 올여름 대한민국 바다를 강타하고 있는 서핑을 만나본다.여름 대세 레포츠로 자리 잡은 서핑서핑의 열기가 후끈하다. 서핑은 서프보드를 타고 파도의 경사진 면을 오르내리며 높이와 속도, 기술을 겨루는 스포츠다. 유동성이 큰 파도를 타야 하므로 고도의 평형감각과 순발력, 판단력이 요구된다. 서핑은 2020년 도쿄올림픽에 서핑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파도
전라북도 완주는 독특한 문화공간이 많다. 특히 역사적 공간을 재생 사업으로 새롭게 일궈내어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났다. 한때 누에고치 기계 검사시설이었던 곳이 복합문화지구 ‘누에’로, 일제강점기 양곡창고가 ‘삼례문화예술촌’으로, 폐공장을 활용해서 만든 복합문화공간 ‘산속 등대’ 등. 문화로 힐링하는 완주의 문화공간을 찾았다.완주 문화 힐링의 시작점 삼례문화예술촌의 첫인상은 평온하다. 단층 슬레이트 지붕이 옹기종기 모여있어서 그럴까. 근대식 건물이지만 현대식 재해석이 덧붙여져 뭔가 예술적 기운을 뿜어낸다. 세월의 흔적이 엿보이는 이 건
운곡 람사르습지전라북도 고창군이 유네스코 세계 유산 5관왕에 올랐다. 문화유산, 자연유산, 인류 무형유산, 람사르습지, 생물권보전지역이 그것이다. 여기에 세계지질공원 등재까지 신청한 상태여서 심사 결과에 따라 고창은 우리나라 최초로 6관왕에 빛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이에 고창군은 올해를 ‘2023 고창방문의 해’로 선포했다.자연의 경이로운 회복에 감탄하다과거 운곡습지 일대는 계단식 논이 자리한 전형적인 경작지였다. 그런데 평화롭던 이 마을에 날벼락 같은 일이 생겼다. 1981년 전남 영광에 한빛원자력발전소가 들어서면서 발
계절의 여왕 5월, 이맘때 아날로그 향 짙은 곳으로 떠나보면 어떨까? 인천 동구 배다리 헌책방골목에서 우각로까지 이어진 골목에 옛것이 문화예술로 새롭게 단장했다. 한나절 가볍게 떠날 수 있는 곳이지만 골목마다 켜켜이 쌓인 이야기는 밤을 새워도 부족하다.옛것이 문화가 되는 거리 예부터 인천은 한반도의 관문이었다. 특히 인천광역시 동구는 다른 구·군보다 근대문물을 한발 앞서 받아들인 까닭에 근대사 여행지가 여럿 있다. 그중 배다리 헌책방골목에서 우각로까지 이어진 길은 아날로그 감성이 짙은 곳이다.배다리마을은 예전에 이 마을 어귀까지 바
거제의 봄이 짙다. 푸른 물결 위로 일렁이는 봄바람은 거제를 봄빛으로 가득 채운다. 바람의 여행은 외로운 섬에서 유럽풍 정원으로 탈바꿈한 외도 보타니아에 이른다. 피톤치드 가득한 거제 맹종죽 테마파크를 거쳐 거제파노라마 케이블카에서 감동적인 비경을 마주한다. 4월을 맞은 거제에서 봄바람 여행에 나선다.외로운 섬에서 식물의 낙원으로, 외도 보타니아외도 보타니아, 5천만 대한민국 인구 중 2천만의 관광객이 다녀갔다는 핫플 중 핫플이다. ‘거제 해상 관광은 모두 외도 보타니아를 통한다’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거제 관광의 성지나 다름없다
봄이 고개를 내밀었다. 어제까지 아무 일 없던 나뭇가지에 고운 꽃이 피었고, 스멀스멀 밀려오는 봄기운에 냉하던 가슴이 따뜻한 온기로 가득하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봄이 매일 매일 한 뼘씩 자란 것이다.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봄기운이 완연하다. 봄이 따사롭게 깃든 임실로 마을 여행을 떠난다.섬진강 구비구비 봄이 물들다, 임실 섬진강 마을전라북도 내륙 깊숙한 곳에 자리한 임실. 전주에서 차를 타고 30분 정도를 남쪽으로 달리면 닿는 곳이니, 서울에서는 3시간 남짓 걸린다. 봄이 성큼 다가온 이맘때, 임실을 여행할 생각이라면 꼭
교동도는 북한 땅이 지척이다. 바다 하나를 두고 황해도 연안군과 맞닿아 있다. 교동도에 실향민이 많은 이유도 그 때문이다. 실향민들은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고향을 눈앞에 두고 살아간다. 분단 반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 이곳은 시간이 잠시 멈춰있다. 1960-70년대 풍경이 섬 곳곳에 가득하다. 교동대교가 놓이면서 더 가까워진 교동도로 떠난다.교동도의 첫 관문시원스레 뚫린 교동대교를 지나 교동도에 들어선다. 도로 옆으로 넓은 평야가 이어진다. 이곳은 국내 최상급 명성을 얻은 쌀 곡창지대이다. 교동도에서 한 해 생산되는 쌀은 이곳
조선시대 한양 경복궁의 정문인 광화문에서 정동쪽과 정남쪽을 일컬어 정동진, 정남진이라 했다. 각각의 장소마다 나루터가 있었다. 정동진은 익히 잘 알려진 해돋이 명소이지만, 정남진은 낯설다. 하지만 호남지역에서는 해돋이 포인트로 소문난 곳이다. 새해를 맞아 정남진의 고장, 전남 장흥으로 향한다.작고 아름다운 마을에서 맞이하는 해맞이광화문 정남쪽에 위치한 정남진은 전라남도 장흥에 있다. 그곳 정남진 전망대에 오르면 남도의 섬이 보석처럼 빛난다. 득량만을 중심으로 고흥 소록도까지 수많은 섬이 아른거린다. 45.9m 높이의 전망대 하층은
쉼 없이 걸어왔던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며 가족, 친구와 더불어 의미 있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어디가 좋을까. 고즈넉한 숲길과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전망대, 넓게 펼쳐진 갯벌과 맛난 음식까지. 한 해를 열심히 달려온 당신에게 안산이 거내는 선물이다.바다가 보고 싶다면 바로 이곳, 안산 대부도서울·경기권에서 바다를 보고 싶다면서해를 마주한 안산 대부도로 떠나보자. 여의도 면적의 5배에 이르는 이 섬은 시화방조제가 연결되면서 언제든 손쉽게 찾을 수 있다. 해안선을 따라 섬을 한 바퀴 도는 대부해솔길은 다양한 풍광을 품고 여행자를 기다린
가을이 막바지로 향한다. 온 대지를 붉고 노랗게 물들였던 절정의 순간은 너무나 짧다. 떠나는 가을을 이대로 보내기 아쉽다면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곳으로 가자. 가을의 낭만과 섬의 운치가 만나는 경기도 화성의 작은 섬, 국화도에서 깊어가는 계절을 만끽한다.가을의 낭만과 섬의 운치가 만나다국화도는 충남 당진군 장고리에서 배를 타면 20분 거리지만, 행정구역상으로는 경기도 화성시에 속한다. 화성 궁평항에서 배를 타면 40분 정도 걸린다. 주민이 60여 명 남짓 사는 이곳은 원래 조선시대에 유배지였다. 만화리에 속해 만화도로 불리다가 일제
통영의 쪽빛 바다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있다. 튀어 오르는 청새치의 날렵한 모습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한려수도를 품었으니 그 풍경이야 흠잡을 때가 있으랴. 통영에는 유독 문학 작가들이 많다. ‘행복’의 시인 유치환, 《토지》의 소설가, 박경리, ‘꽃’의 시인, 김춘수까지…. 그들은 모두 통영의 푸른 바다를 사랑했다. 통영은 그들에게 마음의 고향이요. 창조의 원천이었다.통영바다를 사랑한 한국 문학의 거산(巨山), 박경리소설가 박경리의 고향은 통영이다. 어린 시절 통영의 문학적 자양분을 섭취하며 문학소녀로 성장했다. 그리고 지금은
푹푹 찌는 듯한 더위도 어느새 물러갔다. 곧 산야는 울긋불긋 물들고 바람은 선선해질 것이다. 여름과 가을을 잇는 9월. 문학의 향기가 배 있는 마을을 찾아 문학기행을 떠나본다. 그곳은 경상북도 영양 주실마을이다.오지마을에 감춰진 진보적 기질“얇은 사 하이얀 고깔은 / 고이 접어서 나빌레라 / 파르라니 깎은 머리 / 박사 고깔에 감추오고 / 두 볼에 흐르는 빛이 /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조지훈의 ‘승무’학창 시절 시험에 나온다는 이유로 무조건 외웠던 시들. 시간이 지나 다시 읽으면 퍽 반갑다. 현대 시의 주류를 완성한 청록파 시
74년 만에 국민에게 개방된 청와대. 원래 이곳은 경복궁 후원이었다. 오랜 세월 권력의 중심이었다가 이제야 비로소 국민에게 돌아온 그 현장을 찾았다.청와대, 국민 품으로 돌아오다북악산을 병풍삼은 청와대. 이곳은 고려 숙종 때 이궁이 있던 곳으로 당시 숙종은 한양을 남경으로 삼았다. 이후 조선 건국과 함께 경복궁이 지어졌으며, 이궁이 있던 자리는 1426년 경복궁의 후원으로 조성됐다. 임진왜란 때 완전히 폐허가 되어 270년 동안 방치되다 옛 모습을 되찾은 것은 1865년(고종 2), 흥선대원군에 의해서다. 이때 함께 지은 건물이 경